내 행동은 내가 판단해서 결정한다. 누가 그러라고 해서가 아니다. 누가 그런 행동을 보여서가 아니다. 그렇더라도 결국 판단하는 주체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그러고보니 불편하다. 사회적 모범이라? 나는 아이가 아닌데? 그 사람은 내 부모도 선생도 아닐 텐데? 나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내가 코로나19에 걸리기 싫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주위도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이 없도록 나 스스로 노력해야겠다. 그래서 외부활동도 줄이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면접촉도 최소화해야겠다. 내 판단이다. 내 결정이다. 나 스스로가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좋다고 이익이 된다고 여긴다. 정부든 언론이든 단지 그 판단을 위한 근거를 제공하는 역할이나 할 뿐이다.

 

혹은 그럼에도 나는 여행을 가야겠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나는 반드시 교회에서 대면예배를 봐야겠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나는 때려죽여도 마스크는 쓰지 못하겠다. 그냥 코로나19 걸리고 말지 죽는 게 무섭다고 집안에 움츠려만 있지는 못하겠다. 그런데도 정히 공동체를 위해 필요하다면 그때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니 2.5단계니 하는 것들이다. 그 가운데는 법으로 금지하는 행동도 있고, 금지까지는 않지만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래서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권고나 주의도 명령으로 바뀌게 된다. 강제하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당국에서 충분한 정보와 주의를 준 위에서 자기가 알아서 판단해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장관 남편이라 뭐라고? 국회의원은 다르다. 장관도 역시 다르다. 그들은 공직자다. 공적인 역할과 그를 위해 위임된 권한 만큼 상당한 공적 책임과 의무가 지워지는 자리인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공적인 지위에 있는 만큼 당연히 감당해야 할 대가인 것이다. 아내가 장관이고 남편이 국회의원이라고 그들이 뭐 다른 존재라도 된다는 것인가?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신분사회였을까? 공직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반 시민과 다른 역할과 책임과 의무를 강요받는다. 더 엄격한 역할과 책임과 의무가 강제되어야 한다. 정상이라 여기는가?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도 그래서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딱 자기에게 주어진 만큼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공직자는 공직자로서, 유명인은 유명인으로서, 그냥 개인이라면 개인으로서. 가족까지 공직자는 아니란 것이다. 장관 가족이 장관이 아니고, 국회의원 가족이 국회의원이 아니다. 도지사 가족은 도지사와 별개여야 한다. 그러니까 나더러 장관 남편 하는 것 보고서 열심히 모범삼아 따라하라는 것인가?

 

그냥 아내가 장관인 것이다. 혹은 남편이 국회의원인 것이다. 다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가족 문제에까지 개입하려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를테면 홍정욱의 경우 딸이 마약을 밀반입한 만큼 다른 마약사범들과 같은 수준의 처벌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 남들처럼 엄격하게 법에 의해 처벌을 받았어도 여전히 비판이 가해지고 있을까? 그래서 아내가 장관이라고 어떤 특권을 사용했다는 것인가?

 

민주주의 국가에 지도층이란 없다. 권력을 위임받은 똑같은 시민만이 존재할 뿐이다. 대통령이 나보다 위가 아니다. 내가 장관의 아래가 아니다. 위임된 권한을 배제한 상태에서 그들과 나는 똑같은 대한민국의 구성원이고 시민일 뿐이다. 하물며 가족이야. 외교부 장관 남편이 나에게 뭐라고?

 

언론 기사 쓰는 게 우습다. 민주당에서 논평 내는 것도 같잖다. 언제부터 늬들이 그렇게 대단한 특별한 신분의 인간들이었는데? 다시 말하지만 그냥 아내가 장관인 평범한 은퇴한 시민이다. 뭐 대단하다고. 지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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