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자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권력의 대상이 되는 모든 피지배층의 단합이고 단결이다. 피지배층의 존재야 말로 권력에 대한 증거이고 증명이다. 모든 피지배층이 권력을 부정한다면 권력은 그 존립근거를 잃게 된다. 그래서 끊임없이 권력자는 피지배층을 분열시키려 노력해 왔었다.
전국민이 하나가 되어 저항하면 더구나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극단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만일 국민이 분열한다면 정부는 그 가운데 분열된 일부만을 상대하면 된다. 그 일부만을 다른 국민들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다면 고립된 소수는 전혀 정부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참 오래된 레파토리다. 당신들은 단지 소수일 뿐이다.
하기는 그래서 성주가 선택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소수로 만들기 적당하다. 어차피 주민의 수도 많지 않고 주민들이 반대하더라도 그 영향력도 그리 크지 않다.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간다. 개인의 이기가 문제다. 개인의 그릇된 욕심이 문제다. 그 과정에서의 폭력성을 부각시킨다. 도덕성에 흠집을 낸다. 그러므로 성주 주민들은 다른 국민들과 같지 않다. 전혀 다른 존재다.
새월호 때도 그랬었다. 거슬러거슬러 노무현 정부에서도 부안군민들을 그렇게 정부와 당국이 몰아세우고 있었다. 불순한 외부세력이 있다. 불순한 외부세력이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더욱더 거슬러 올라가면 광주가 나온다. 시민들이 연대해서는 안된다.
솔직히 나 역시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그다지 나서기 꺼려진다. 연대란 상호적인 것이다. 내가 상대의 손을 잡아주면 상대 역시 내가 내민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같은 신뢰야 말로 연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여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성주 주민들은 어떠했는가. 그같은 연대의 시도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여주고 있었는가. 그동안 수많은 이슈에 있어 어떤 입장을 취했는가 여론조사들을 찾아본다. 과연 그들은 연대할 수 있는 대상일까.
그동안 많은 - 특히 보수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빨갱이라 몰아세웠던 사람들이 같은 과정을 거쳐왔을 터였다. 사소한 꼬투리로 이기적이고 불순한 목적을 가진 집단으로 몰아세워 딱지를 붙이고 있었다. 그에 부화뇌동하며 빨갱이라 욕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 그들이 같은 처지가 된다. 이성으로는 그래서는 안된다 여기는데 감정으로 나랑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심드렁해지는 이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은 국가라고 하는 강력한 권력과 맞서기 위해서는 약한 개인들이 연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배신당할지라도 내민 손을 잡아줄 수밖에 없다. 그래야 권력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당장의 감정을 이유로 고개를 돌렸다가 결국 개인은 갈갈이 찢기고 만다.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최소한 지역주민의 동의를 오랜시간에 걸쳐 보다 철저하게 구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만큼 그동안 정부와 여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온 지역들인 것이다. 진심을 가지고 설득했을 때 들어주지 않을 리 없다. 목적이 문제가 아니라 방법이 문제고 절차가 문제다. 대통령은 결정만 하고 해외로 떠나버리고 총리는 일부러 폭력사태를 유도하는 듯 지역주민들을 자극한다.
갑갑하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들이 반복되고 마는 것일까. 너희는 따로다. 너희는 소수다. 나머지는 문제없다. 진짜 문제없다는 듯 나머지는 모두 침묵한다. 그렇게 하나씩 점령되어간다. 밀양 역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가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말한다. 사드를 배치할 수는 있다. 그 장소가 성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 국가다. 민주주의 국가에 어울리는 절차와 과정이 있다. 그에 반대한다. 성주라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분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