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가장 크고 강력한 단위권력이다. 어떤 개인도 집단도 결코 국가를 넘어설 수는 없다. 국가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 개인이나 단체가 국가를 이기려 한다면 필연적으로 다른 개인, 혹은 단체와 연대해야만 한다. 최소한 국가에 위협이 될 정도의 세력을 만들어 국가와 맞서야 한다. 그러면 이들 다른 개인, 다른 단체는 어디에서 오겠는가?
성주군 혼자만의 힘으로 정부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성주군민의 힘만으로 정부가 하겠다 밀어붙이는데 그것을 과연 거부할 수 있겠는가? 정부 뿐만 아니라 정부에 우호적인 개인이나 단체 역시 정부의 편에서 성주군민들을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여전히 성주군민들은 혼자의 힘으로만 사드배치저지와 원점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과연 공정한 싸움이며 가능한 싸움인가 묻게 된다.
외부세력이라 말한다. 결국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자들이다. 비단 성주군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다. 혹은 아시아, 혹은 세계 전체. 하기는 그래서 세월호참사 때도 세계인들은 그것을 세계적인 비극이라 여겼는데 한국의 다수는 단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만의 일이라 여기고 있었다. 성주군만의 일이다. 성주군 이외에는 끼어들지 말라. 성주군에 거주하는 성주군민을 제외한 누구도 이 일에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분리한다. 조각조각 나눈다. 그렇게 나뉜 조각은 언제나 약하다.
그런데 크게 걱정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그동안의 여론조사들을 떠올린 때문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최소한 사드의 성주군배치에 대해서만큼은 그다지 적극적이 되지 않는 이유다. 정부의 결정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거부하려는 성주군민의 노력은 그다지 동조하고 싶지 않다. 성주군의 문제는 대한민국의 문제지만,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누구의 문제일까? 불과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밀양에서도 공권력에 맞서던 지역쥔들이 뿔뿔이 찢기어 흩어지고 말았다.
정부가 강하기 때문이다. 국가란 개인이나 특정한 단체가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때문이었다. 그래서 개인이 힘을 모은다. 단체들이 손을 잡는다. 쉽지 않은 대상이 된다. 위협적인 상대가 된다. 최소한 턱밑까지는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찢기고 난 조각들은 얼마나 허무한가. 굳이 긴장할 이유마저 찾지 못한다. 결국 개인과 단체들은 국가가 의도한대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손을 잡는 것이다. 손을 내밀면 그 손을 잡아주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학교에서부터 그렇게 배우지 않는다. 남을 이기고, 남을 꺾고, 그 위에 군림하기를 가르친다. 함께 사는 법은 집에서도 가르치지 않는다. 평생 타인과의 연대를 거부하다가 비로소 외부세력의 도움이라도 필요한 때가 온다. 도울 것인가. 도움을 받을 것인가.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