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보수언론들이 일본의 예를 들며 현정부의 경제정책과 일자리정책을 비판할 때 거의 항상 하던 말들이었다. 비정규직이라도 일자리만 많으면 된다. 급여가 다소 낮아지더라도 일자리가 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일본이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데 그와 정반대로 가려는 현정부의 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이를테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최저임금인상이나 근로시간단축 등이 그 주된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스운 것이다. 비정규직이 늘었다. 그런데 전체 일자리는 늘었다. 심지어 일하는 시간은 줄었는데 2분위 이상에서는 임금소득까지 함께 오르고 있었다. 어차피 1분위는 그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경제적으로 소외된 이들이고, 더구나 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고령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어찌되었거나 고용률이 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고, 근로시간은 줄었어도 소득까지 늘었으면 좋은 것 아니던가. 자신들의 주장대로라면 더욱 그렇다.

 

처음부터 비판할 이유가 없는 통계인 것이다. 이미 고용율이 사상 최고치라는 것은 통계자료와 함께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었다. 실업율까지 매우 낮은 수준에, 고용된 노동자 가운데 상용직의 비율이나 임금소득 역시 모두 크게 개선된 상황이다. 그런데 설문 문항이 바뀌면서 늘어난 비정규직을 제외하고서라도 비정규직이 늘었다며 비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원래 비정규직은 비정규직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이라고 차별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오래 일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쉽게 퇴직과 이직을 결정할 수 있는 비정규직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런 비정규을 통해서만 고용하고 또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 현실에는 많이 있다. 이를테면 가정주부라거나, 노인이라거나, 아직 공부하는 학생들이 그런 예다.

 

설문 문항의 변경 역시 납득할 만하다. 그대로라면 나 역시 비정규직이다. 그런데 이전 설문대로라면 나는 정규직이 되었을지 모른다. 얼마나 더 오래 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이 없다. 그래서 항상 일을 그만둔 이후의 일을 대비하며 살아간다. 굳이 약정까지 걸어가며 비싼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려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당장이라도 지금 일을 그만두면 지금 내는 요금제도 더 싼 것으로 바꿔서 비용을 줄여야 한다. 내일에 대한 확실한 기약조차 없이 오늘만 일하는 그들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유승민은 당연히 모를 것이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어떠한지.

 

그러니까 뭐가 문제인가 하는 것이다. 계약기간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정규지인 줄 알았는데 아무때고 자르고 그만둘 수 있으니 사실상 비정규직이다. 오히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짧은 시간이라도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단기간 임시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늘기도 했다. 그런 일자리를 원하는 특히 노인과 주부, 학생들의 수요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임금소득은 오른다. 고용율도 오른다. 하지만 언론은 그마저도 문제라 비판한다. 특히 보수언론들이.

 

MBC가 비판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MBC에 대해서는 많이 관대해졌다. 그동안 일본의 일자리정책을 찬양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해 온, 임금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에 부정적이던 언론들마저 이번에 기회라고 일제히 정부를 비판하는 재료로 삼는다. 그럼에도 임금소득은 늘었고, 정체 가계소득도 늘고 있다. 일자리야 당연히 늘고 있는 중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로 여기니 문제다. 언론이 항상 해 온 짓거리다. 그냥 웃고 만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