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의 일이다. 만화가 친구 하나가 단행본을 냈는데 인세를 불로소득으로 간주해서 세금을 떼어가더라며 하소연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 유명 만화가 하나는 신용카드를 만들려 했더니 사실상 무직자라 신용등급이 낮아서 내주지 못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었다. 당시까지도 사회분위기란 그랬었다. 그깟 만화쪼가리나 끄적이는게 어찌 일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만화가는 직업도 아니고 만화를 그려 번 돈은 근로소득일 수 없다.

 

검사와 기자는 이 불로소득이라는 개념부터 다시 배우고 오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불로소득을 죄악시하던 것은 스스로 몸을 사용해서 땀흘려 일하는 것을 모두에게 권장해야 했던 전통사회의 유산이란 것이다. 19세기까지도 그래서 일도 안하면서 땅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본가들이 열심히 일해서 번 수입을 지대로 꼬박꼬박 챙겨가는 지주들에 대한 반발이 거셌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지주는 때려잡아야 할 악이었다. 그래서 묻고 싶다. 부동산의 임대수입은 근로소득일까? 불로소득일까? 당연히 내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노동력 만큼 비례해서 받는 것이 아닌 부동산의 가치에서 파생된 소득이기에 불로소득이 되는 것이다.

 

주식을 사고 팔 때도 대부분 많은 시간을 할애해가며 여러가지 정보를 모으고 분석도 할 테지만 역시나 그와 상관없이 주식의 가치 자체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이기에 매매차익은 불로소득이 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매매차익 역시 마찬가지다. 채권의 이율이나 주식의 배당금 또한 나의 노력과 상관없이 지급되는 것이기에 불로소득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묻게 된다. 그러면 이자소득은 불로소득일까? 근로소득일까? 어느 기업의 컨설팅을 맡아 컨설팅비를 받았다면 그것은 다시 불로소득인가? 근로소득인가? 무엇보다 불로소득이라 해서 모두 범죄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당한 수입인 것인가. 그래서 불로소득이니까 범죄다?

 

기사 제목을 보는 순간 바로 알았다. 이 새끼들이 지금 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가를. 무식하거나 멍청하거나 아니면 사악한 것이다. 정경심 교수는 이미 처음부터 단지 명목만 컨설팅비일 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은 것이었다 주장한 바 있었다. 그러면 이 이자에 대해 조국 전장관은 무엇이라 평가했을 것인가. 그러니까 세금이 높게 나왔어도 어차피 불로소득이었으니 그냥 받아들이라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반쯤은 부부사이에 있을 법한 장난스런 가벼운 힐난이고, 반은 그러니까 받아들이라는 위로의 뜻이다. 그런데 횡령이라? 그러면 불로소득 올리는 모든 사람은 횡령을 하고 있는 것인가? 지난 몇 년 사이 소유한 아파트 값이 몇 천 정도 올랐으니 나 역시 횡령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르는 사람을 낚겠다는 것이다. 아니면 알면서도 감정 때문에 휩쓸리는 사람을 현혹시키겠다는 뜻일 게다. 이게 바로 검사와 기자들 수준이다. 모를 리 없으니 분명 의도적인 것이다. 이런 놈들이 사람을 수사하고 기소하고 진실이랍시고 기사를 쓴다. 일개 무지렁이 블로거도 그냥 첫 문장 보고 알아차릴 수 있는 거짓말을 몇 명이나 속을 줄 알고 저리 태연히 늘어놓는 것인지. 좋은 기자는 죽은 기자 뿐이다. 새삼 확인한다. 기자것들. 쓰레기에도 구더기에게도 미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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