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이다. 대학입시를 치르고 결과가 발표되자 어느날 이모가 집에 전화를 걸어 왔었다.

 

"우리 누구 좀 잘 도와주라."

 

대단한 건 아니고 대학도 붙고 했으니 사촌동생 공부하는 것 좀 봐달라는 이야기였다.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아들의 대학원 입시를 도와달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기사에 바로 떠올린 장면이다. 정확히 너무 오래된 그때 일보다 그냥 상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고3인 자식을 둔 학부모가 담임교사나 혹은 학원 강사를 찾아가 '도와달라' 말했다면 어떤 의미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수능 출제자도 아니고, 수시 시험관도 아니고, 입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람에게 그와 같은 말을 했다면 그것이 과연 불법을 도와달라는 의미이겠는가.

 

결국 조국 전장관 아들과 관련한 것은 인턴증명서 하나일 것이다. 인턴증명서가 얼마나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가는 모르겠지만 설사 그것을 도와달라고 했다고 가짜 인턴증명서를 위조해 달라는 부탁이었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는가. 바로 그 부분을 재판에서 다투고 있는 중일 텐데 부탁했다는 사실만으로 불법과 부정을 아예 단정지어 버린다.

 

뇌가 썩어버린 것이다. 상식에 비추어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내 부모라면 안 그럴까? 내 자식이라면 안 그럴까? 그렇다고 불법을 청탁하는 것이 아니다. 부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범죄를 공모하는 것이 아닌 그냥 그럴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래봐야 갓 대학에 들어간 내가 공부 좀 봐준다고 얼마나 대단하게 영향이 있다고 나에게까지 도와달라 말하는가 하는 것이다.

 

세상엔 참 병신들이 많다는 생각만 계속 하게 되는 이유다. 부탁은 청탁이 아니다. 형광등 가는데 의자 좀 붙잡고 있어 달라 하는 것도 부탁이다. 저러니 일베가 저리 날뛰는 거겠지만. 병신은 답이 없다. 의사도 못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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