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정치권이, 기업과 공무원들이 저토록 하나가 되어 추경에 반대하고 금리인하를 주장하며 심지어 리디노미네이션까지 들먹이던 이유는 오직 한 가지다. 부동산을 띄우자. 어떻게든 부동산 경기를 살리자. 그래서 당장 내가 소유한, 그리고 내가 지을 아파트의 가격을 올려서 돈을 벌어보자. 아니 그보다 어떻게 해도 안될 것 같으면 차라리 가격 좋을 때 얼른 팔아서 최악의 상황을 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줍줍이라고 한다. 사실 무순위청약이란 그렇게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다. 무순위청약이란 자체가 리스크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냥 청약 넣어 놓고 조건이 안맞는다 싶으면 계약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대신 그렇게 청약에 당첨되어 이미 아파트가 있는데 다시 아파트가 늘어나면 바로 종부세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청약에 당첨됐다고 지금처럼 규제가 심한 상황에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 만만치 않은 종부세까지 맞게 된다. 그래서 불과 재작년 모든 언론들이 똘똘한 한 채를 부르짖었던 것 아니던가.

 

하지만 워낙 언론들이 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띄운 탓일까.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하락은 끝났다. 앞으로 계속 오르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당장 자칭 서민들부터 안달하기 시작한다. 지금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다시 돈 벌 기회는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사두지 않으면 더이상 자신들에게 기회란 없을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비판한다. 서민을 죽이는 정책이다. 서민이 돈을 벌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정책이다. 다시 부동산 규제를 풀고 아파트 값이 오르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진짜 서민인가는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아마 바람잡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런 바람잡이들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금은 때가 아니니 기다리라 말하는데도 굳이 싸지도 않은 가격에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있다. 믿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아파트 값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설사 능력이 되지 않더라도 반드시 사야만 한다. 참여정부도 여기에 당했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분노하다가도 오히려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 하면 마치 자기 주머니돈을 빼앗아가는 양 분노하던 서민들에 의해서. 그것을 의도하는 것이 언론, 기업, 정치인, 공무원 기타등등이다. 그래야 자기들이 돈을 벌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해 오던 일들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제성장률을 지탱한 것은 오로지 건설투자였었다. 그 가운데서도 아파트건설이었었다. 가계에서 막대한 빚을 내서 비싼 아파트를 산 결과 건설사와 땅주인과 투기꾼들만 돈을 벌고 있었다. 그 투기꾼들의 정체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아파트 가격을 띄우려 안달하는 그들과 얼마나 다른가. 그러니까 추경 필요없다. 금리 낮춰야 한다. 리디노미네이션으로 화폐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 결론은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대출 쉽게 받고 현물가치를 높이는 인플레이션을 일으켜야 한다. 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저들이 먼저 돈을 벌고 그 뒤를 따라 설거지를 한다.

 

하여튼 아파트 가격 떨어뜨리는 것이 반서민정책이라니. 과도하게 대출을 이용해서 다수의 부동산을 매점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이들을 견제하기 위한 대출규제가 서민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정책이다. 어제까지 위험한 수준의 가계부채를 걱정하고 있었다. 여전히 늘고 있는 가계부채를 이유로 정부를 비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돈을 벌 수 있게 대출규제를 풀고 부동산 규제를 풀라. 다행히 아직 다수는 아닌 것 같지만.

 

그냥 이익공동체인 것이다. 언론이든 기업이든 정치인이든 공무원이든. 공무원 출신 임명직 후보자들의 재산내역을 한 번 보라. 그래도 공무원 가운데 승진시켜서 장관이라도 시키려 하면 바로 걸리는 것이 부동산이다. 언론은 다를까. 대부분 재벌들은 건설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정치인은 어떨까. 그리고 서민이란 그들이 만든 질서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이미 많은 서민들이 그 매트릭스를 깨고 현실을 직시하고 있을 테지만. 재미있는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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