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당시 나같은 별 것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타격이었던 것은 바로 건설일자리의 실종이었다. 막말로 할 것 없으면 노가다나 한다고 했었다. 시골에서 갓 올라와서 아무 기반이 없는 사람들도, 사업이 망했거나 일자리가 잃어 막막해진 사람들도, 심지어 학생들조차 노가다로 용돈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공사도 많았고 일자리도 충분했으며 무엇보다 덕분에 일당도 짭짤했었다. 그런데 IMF로 하루아침에 그런 일자리들이 자취를 감추었었다.

 

그러니까 1990년대 이전 한국기업들은 외국에 수출할 때 실적을 위해 적잖이 손해까지 감수하며 상품을 팔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1980년대 고도성장의 와중에도 공산품의 가격이 안정될 수 있었던 것도 정부의 압력에 기업들이 순응한 결과였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당연히 그만큼 이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면 기업들은 어떻게 정치권에 비자금으로 수천억씩 가져다 바치면서도 오히려 이익을 남기고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일까. 지금도 대부분 대기업들이 거의라 해도 좋을 정도로 하나씩 건설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이후 드러난 대부분 비자금사건들에서 기업들의 돈줄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이들 건설회사들이었다.

 

일단 기업들이 권력자의 말만 잘 들으면 은행에서 특혜로 대출을 해준다. 그러면 그 대출한 돈으로 다른 것 않고 바로 부동산에 투자해서 돈을 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정부 차원에서 개발계획이라도 세워지면 그 공사까지 맡으며 이익은 천정부지로 늘어나게 된다. 그 돈이 다시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딱 중국정부가 부동산을 이용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된다. 차이라면 한국은 아예 화웨이나 샤오미 같은 기업들이 건설회사까지 거느리고 건설투자를 통한 이익까지 독점하고 있었다. 대신 중국정부는 기업들에 직접 보조금을 준다. 당시 한국정부는 대출과 부동산을 통한 특혜로 보조금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아무것도 없는 대부분 서민들도 노가다라는 접근이 쉬운 일자리를 통해서 일정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할 짓 없으면 노가다나 한다는 말이 실제 현실이 되고는 했다는 것이다. 하루나 이틀 일을 공쳐도 어쩌다 하루 일을 나가면 그만큼의 벌이는 보장받을 수 있었다. 자기가 열심히만 하면 어떻게든 노가다를 통해서 자식들도 공부시키고 변변치는 않지만 자기 집도 아주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었다. 기업은 기업대로 부동산 투자로 부족한 기술로 인한 상품생산과 판매 과정에서의 손실을 벌충하고 더불어 더 큰 이익을 위해 권력에 댈 수 있는 수입도 챙길 수 있었다. 서민들 또한 서민들대로 그를 통해 아쉬울 때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1990년대까지 한국경제는 성장해 온 것이었다. 기업들도 성장해 온 것이었다. 그래서 부동산불패의 신화도 생겨난 것이었다. 부동산이 있었기에 한국경제도 여기까지 성장했고 부동산이 가라앉으면 한국경제도 함께 가라앉는다. 부동산이 망하면 한국 경제도 끝나는 것이다. 바로 지금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이 부동산에 대한 강한 규제정책에 경기를 일으키는 이유다.

 

대기업 입장에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야 건설을 통해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그런 과정에서 언론들에도 광고비 등으로 상당한 현금이 흘러간다. 더불어 개발계획을 사전에 입수할 수 있다면 언론이나 공무원이나 한 다리 걸쳐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건설을 통해 이익이 생기면 그 돈은 또 어디로 흘러가겠는가. 건설회사를 통해 만들어진 비자금이 마지막으로 흘러들어가는 곳은 결국 개발계획을 세우고 결정도 할 수 있는 주체일 것이다. 사실 제대로만 된다면 그렇게 나쁘다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도 얻고 일정산 수입도 확보할 수 있었으니까. 다만 지속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으려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오르게 된 것이 문제였다.

 

더이상 도시의 임금노동자들이 월급만 모아서 집을 사기란 불가능해지는 시기가 오고 말았다. 어지간히 고소득 직종이 아닌 이상 자식까지 낳아 기르며 돈을 모아 집을 산다는 것은 그냥 망상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래서 빚을 내도록 했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 최경환이 노골적으로 그렇게 정책을 펴기는 했지만 이전부터도 부동산을 지탱하는 것은 이미 부동산과 미래의 소득을 담보로 한 가계의 대출이었다. 그래도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면 일단 가격은 오를 테니까. 가격이 오르면 빚을 갚고도 어느 정도 이익이 남을 테니까. 그리고 그를 미끼로 더 많은 대출을 받게 하고 더 비싼 값에 아파트를 팔아치우려 한다. 악순환이었다. 그 결과 아파트 가격은 끝도 없이 오르고 그만큼 가계대출도 위험한 수준으로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정부가 강력하게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대책을 내놓은 이유였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건설사도 거기에 이익이 묶인 언론인이나 고위공무원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규제를 풀라. 금리를 내리라. 화폐가치를 재조정하라. 그리고는 줍줍이니 하는 말로 대중을 선동한다. 아파트를 더 비싼 값에 사라. 로또분양이라더니 결국은 건설사들이 이익을 더 크게 남기고 더 비싼 값에 파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 오를 테니까. 장차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지금 더 비싼 값에 더 많은 이익까지 더해 자신들이 소유한 부동산을 사라. 언론의 경제와 부동산에 대한 기사를 보면 이런 일관성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분양가에 대한 규제까지 내놓게 된 것이었다. 난리가 난 것이다. 이러다 진짜 망하겠다.

 

그러고보면 한국 기업들이 기술개발이나 경쟁력 강화에 소극적이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굳이 비싼 돈 들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부동산으로 그보다 더 큰 돈을 더 쉽게 벌어들일 수 있다. 경쟁력 같은 것에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건설개발을 통해 더 안정적으로 돈줄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저 발광들인 것이다. 부동산이 없으면 기업도 한국경제도 없다. 그렇게 믿고 있다. 당사자인 언론과 공무원 자신까지.

 

기업이 열심히 기술개발해서 좋은 상품을 해외에 팔아 돈을 벌어들이는 그런 이상적인 그림같은 것은 당시 권력과 언론이 만들어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의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되도 않는 부실한 제품들을 어쩔 수 없이 싼값에 내다 팔며 그만큼을 정책적으로 대출과 부동산을 통해 보전해준다. 그런 정부의 지원과 배려에 힘입어 기업가들은 막대한 비자금과 함께 지금까지 성장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반기업정서인 것이다. 정부가 뭐라도 기업들에게 크게 위해를 가하거나 해서 반기업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든 과거 노무현 정부는 그런 건설투자로 기업들 현금 채워주는 짓은 크게 자제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기업이 돈 벌 수 있게 해달라. 안타까운 것은 그런 관성에서 벗어난 기업들일수록 지금더 잘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일수록 더욱 과거의 관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제는 위기여야 하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저들이 주장하는 이유인 것이다.

 

당장 보라. 야당과 언론이 내놓는 경제에 대한 대안이 무엇들인지. 경제가 위기라지만 어떻게 경제를 다시 살리겠다는 것인가. 사실 지금도 정부가 그러려고 마음만 먹으면 경제성장률을 최대 1%까지는 어떻게든 올릴 수 있다. 그래서 남는 것이 무엇인가. 그를 통해 한국경제가 얻게 될 이익이 무엇인가. 과거 이명박근혜 정부 당시의 경제지표를 애써 감추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나도 멀쩡히 기억하고 있으니. 한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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