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면 보수정부에서도 경제가 좋다는 기사는 별로 보지 못했었던 것 같다. 하긴 보수언론들이 바라는 경제정책이란 하나 뿐이다. 규제완화? 자유방임? 그냥 부동산이다. 보수언론들이 아직까지도 이명박근혜를 물고빠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 박근혜야 말로 지난 2년간 부동산 폭등의 기반을 마련한 대통령이었다.

 

보수언론과 부동산업체는 그냥 한 몸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보수언론 자신도 상당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수언론 종사자 가운데는 다주택자들도 적지 않다. 아파트값이 올라야 자기들에게도 이익이 돌아온다. 아파트값이 올라야 자기들에게 광고를 주는 건설기업들도 돈을 번다. 그러므로 정부는 적극적으로 부동산 부양정책을 펴야 한다.

 

그래서 병신들이라는 것이다. 그런 주제에 정부 까자고 부동산 폭등을 매일같이 뉴스로 다루었었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서 문제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잡았다. 보수언론의 조롱과 선동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악착같이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정책들을 내놓았다. 그게 더 문제다. 실제 부동산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착시현상이다. 부동산가격 변동률은 부동산거래량에 비례한다. 즉 개별 아파트의 가격이 10억에서 9억으로 떨어졌으면 10%가 하락한 것이지만 그런 아파트가 100채 가운데 한 채에 지나지 않으면 0.1% 하락한 것으로 계산되는 것이다. 이해가 되겠는가. 전체 아파트의 가격이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가를 나타내는 지표가 가격변동률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거래량이 많으면 그만큼 전체 변동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거래량이 적으면 아주 작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파트 가격이 오를 때는 빠르게 오르면서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이유다. 오를 때는 앞으로 더 오를 것을 기대해서 너도나도 사려 하지만 내릴 때는 더 내릴 것을 기대해서 잠시 기다리며 지켜보는 경우가 늘게 된다. 이른바 말하는 거래절벽이다. 시장이 이미 아파트 가격은 더 하락할 것이라 예상하고 구매를 중단함으로써 호가를 유지하고 싶은 판매자의 의도와 맞물려 거래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어쩌다 한두채 떨어진 가격으로 매물이 거래되어도 전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미미하다. 언론이 일부러 감추고 속이고 있는 부분이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 심지어 아파트를 새로 짓고 기존의 아파트를 허물고 재건축하려는데 규제가 더 심해지고 있다. 디지털 관련 뉴스를 전문으로 다루는 '디지털타임즈'에서 생뚱맞게 임대아파트의 비율을 너무 높이려 한다는 기사를 1면에 내놓고 있었다. 얼마나 절박할까.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는데 그나마 규제로 인해 건설사의 수익률이 떨어지려 한다. 아파트를 지어 놔도 크게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저들이 말하는 규제철폐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들이 반도체를 알겠는가, 바이오를 알겠는가, 전기나 기계에 대해 알겠는가. 아는 것이라고는 부동산 경기 뿐. 그래서 저 지랄들인 것이다. 다른 것 필요 없고 부동산으로 경기나 다시 일으키자.

 

실제 박근혜 시절 경제성장률 가운데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바로 이들 부동산과 관련한 건설투자였었다. 당시 지어지기 시작한 아파트들이 지금 하나둘 완공되며 다시금 아파트 가격하락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규제로 아파트 구매가 쉽지 않은데 공급만 몇 만 단위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그 많은 아파트를 한 번에 지었으니 경재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야 말 할 것도 없다. 그래서 기저효과로 건설투자가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보인 것이었다. 다시금 그렇게 하자. 빚내서 아파트 사라고 국민들에게 대출을 풀고 대관령 꼭데기까지 아파트로 가득 채워 경기를 일으켜 보자. 그래서 위기론을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몇 번이나 말했다. 한국경제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국제무역은 계속해서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은 내수만으로 경제를 지탱하는 것이 가능하다. 굳이 무역에 의지하지 않아도 멀쩡히 경제가 돌아갈 수 있는 나라들이다. 비슷하게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그야말로 경제가 박살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보수정부 아래에서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투자하고 노력을 기울여 왔었는가. 아무것도 않고 심지어 있는 기업들마저 말아먹고 있는 저들 기업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재량을 부여하자. 바로 그들 기업가들에 의해 멀쩡한 기업들이 망하고 있던 경쟁력마저 쇠퇴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그런 대기업들이 보유한 건설사에 현금을 쥐어주려면 아파트를 더 짓고 가격도 더 올려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돈버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지간한 대기업이면 건설사 하나쯤 거의 가지고 있다. 건설투자는 곧 이들 대기업이 소유한 건설사들에 현금을 쥐어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를 통해 자금에 숨통을 틔어주고 계속해서 이익을 남길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면 그것을 기업의 경쟁력강화에 써야 하는데, 정작 국내 기업들의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는 절반을 삼성이 감당하고 있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리고 그 사이 중국기업들은 하나둘 한국기업들을 기술면에서 추월하기 시작했다. 과연 지금 한국기업 가운데 중국기업들에 비해 기술에서 우위에 있다 자신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데 그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고 한다는 소리가 부동산을 다시 키우자. 이게 바로 한국 언론의 수준이기도 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옭죄어야 한다. 더이상 정부의 지원같은 건 없다. 정부만 바라본다고 나오는 것은 없다. 자기들이 알아서 살아야 한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더 과감한 투자로 기술경쟁력을 높여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어쩌면 그동안 너무 온실의 화초처럼 정부의 보호 아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와는 상관없이 보수언론사들의 사정도 있으니 제발 아파트 경기 좀 살려달라. 그게 솔직한 속내인 것이다. 아파트야 말로 저들에게는 경제인 것이다.

 

그동안에도 계속해서 그래왔었다. 뭐만 하면 부수고 짓고 하면서 토목과 건설로 고용을 늘리고 투자를 늘려왔었다. 그것을 잘하는 것이라며 언론은 칭송해 왔었다. 공급이야 말로 최선의 부동산정책이다. 저들이 이명박근혜를 지금도 그리워하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남은 것은 무엇인가. 보수언론이 경제를 망쳤다는 말에 동의한다. 가장 중요한 시기 부동산에 매달리느라 정작 필요한 일들을 하지 못했었다.

 

물론 세상이 미쳤는데 차라리 바보가 되어야지 미친 놈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아직도 사람들은 믿는다. 정부가 나서서 토목을 일으켜야 경제가 돌아간다. 뭔가 부수고 지으며 개발이라는 것을 해야 경제가 나아진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과연 이번에도 언론은 승리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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