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사회에서는 비천해도 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못먹고 못입고 못배우고 홀대반고 천대받아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 이들이었다. 그러는 것이 오히려 당연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런 열악한 현실 아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후손을 생산해야 했었다. 가진 이들은 이미 풍족하게 누리고 있었기에 더 많은 아이를 낳아도 너끈히 길러낼 수 있었고, 가지지 못한 이들은 그렇게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아니다.
2030 남성들이 패배한 이들에게 더 가혹한 벌을 주어야 한다 주장하는 이유일 것이다. 패배자는 비천해야 한다. 도태된 자는 더 비천해져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당당하게 여성의 인권신장이 출산률저하의 원인이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의 인권을 이전으로 되돌려야 출산률이 다시 오를 수 있다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대상은 비단 여성만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역시 더 가혹하게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억압하고 착취하고 탄압해야지만 그들이 체념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다. 당장 인국공논란마 하더리도 그렇지 않던가. 어디 감히 실력도 안되어서 비정규직이 된 보안원 따위가 정규직이 될 수 있는가. 한 번 비정규직이면 비정규직이다. 한 번 계약직이면 계약직이다. 더불어 비정규직 나부랭이가 연봉 5천을 받는다는 건 말도 안된다. 그 이하로만 받아야 한다.
그래서 2030 남성들은 한 편으로 최저임금인하 혹은 폐지와 근로시간연장, 주휴수당폐지, 중대재해법 폐지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030 남성들이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최저임금인상에 반대하고 중대재해법에 반대하는 여론을 수도 없이 접해 왔고, 심지어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20대 남성 가운데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음을 이미 알고 있는 터다. 자기도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어차피 최저임금이나 받는 주제들인데 더 적은 임금 받고 더 많은 시간 일하며 재해가 일어나도 그저 감수하는 것이 패배자들을 위해 옳은 것이다. 문제는 이미 현대사회인데 그런 주장들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타당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주장하는 놈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 대상들은?
이번에 또 19살 노동자가 일하던 도중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최소 두 명이 작업했어야 했는데 혼자서 작업하다가 쓰러진 것을 조기에 발견하고 조치하지 못한 결과 죽음에까지 이르고 만 것이다. 물론 2030 남성들의 공정에 의하면 그러는 것이 옳다. 이미 패배한 낙오자들을 위해 자원을 쓰는 것은 낭비다. 실제 일하면서 알바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는데 이미 패배한 낙오자들을 위해 예산을 쓰느니 더 가치있는 곳에 써야 한다 열변을 토하더라. 하지만 그럼에도 이미 대부분 사람들은 공감하고 있을 터다. 같은 2030이더라도 일부 2찍 남성들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동의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모든 인간은 존엄해야 하고 그 존엄을 부당하게 침해당해서는 안된다. 가난하다고 못배웠다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남들과 같은 기회를 누리지 못했다고 더 열악하게 비천하게 차별과 억압 속에서 살아가서는 안된다.
2030 남성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결국에 여전히 모든 사람들이 존엄하려 하는 결과 기록적일 정도로 낮은 출산률로 그 영향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비정규직도 사람이고, 일용직 노동자도 사람이고, 여성도 사람이고, 장애인도 사람이다. 못배우고 못가졌어도 모두는 사람이고 사람답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른바 2030 남성들이 끔찍히도 싫어하는 가붕게론이다. 개천에 사는 가재, 붕어, 게들도 개천 안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잘 살 수 있도록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이 주장하는 그대로를 실천하려는 정부와 여당에 의해 대부분 법과 정책들이 집행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얼마나 기쁠까? 윤석열 당선되고 저놈들 기고만장하게 떠들던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4050 좆됐다. 우리만 좆됐을까?
물론 그렇다고 문재인과 민주당이 잘했느냐면 그건 또 아니라는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생각은 분명 선했는데 그러나 그것을 현실로 이루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미숙했다. 미숙했다기보다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실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뭐라도 이루어놓은 것이 있는가 묻는다면 없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나마 해 놓은 것이 있었어도 정권을 내놓으면서 모두 원래대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러면 정권을 내놓지 않기 위해 뭐라도 했어야 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뭔가 노력하는 모습을 단 하나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 있는가.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다. 정부에서 아무리 지랄을 해도 사람들이 결혼도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것은. 지금처럼 패배한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벌을 주고 더 가혹하게 벌을 주려는 사회에서는 어차피 승자가 되지 못할 자신들이 아이를 낳는 것은 자식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하긴 그러고보니 과거 노빠 가운데도 능력이 안되면 자식 낳지 말라고 지랄해대던 새끼들이 적지 않았구나. 혹시라도 노무현에게 책임 돌아갈까봐 아이가 굶어죽었다니까 그따위 소리 지껄여대고 거기에 추천까지 달고 있었다. 당장 내 생떼같은 자식이 공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어이없이 죽어나가는 사회에서 대학 좋은 데 보내서 판검사나 의사 못시켜 줄 부모가 자식을 낳을 생각이 들겠는가 하는 것이다. 벌받을 위치로 갈 것이면 그냥 낳지 말자.
다시 말해 윤석열이 국민 과반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으로서 보인 수많은 실정들에도 총선에서 과반 가까운 득표를 하고 있는 현실 자체가 출산률저하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냥 한국사회 자체가 능력 안되며 안 낳는 것이 옳은 사회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다 보니 이제는 지향점이 되어 있기까지 하다. 능력 안되는 패배자들은 더 가혹하게 벌을 주어 감히 패배자로 살 생각을 못하게 해야 한다. 덕분에 2030 남성들에게도 청년이라고 주어지던 많은 혜택들이 줄어들었으니 그들 스스로도 얼마나 기쁘게 여기고 있을까. 실제 과학예산 줄였다니까 이재명만 막으면 되었다며 좋아하던 이공계 인사들의 댓글도 꽤 떠돈 바 있다. 민주당 지지자였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은 그런 게 가능하다. 내가 능력있으면 승자로써 누릴 수 있을 테고 패자로써 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길 테니까.
한 마디로 2030 남성들의 저같은 대가리속이 대한민국을 이 꼬라지로 만들었다는 뜻인 것이다. 물론 그 출발은 그 부모세대들이 잘못 가르친 책임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서 아이를 낳으라는 건 벌받을 대상을 더 만들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그러기를 대한민국 사회가 선택했고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이만 낳으라는 것은 얼마나 부당하고 어이없는 주장일 것인가. 2030 남성들이 다니는 커뮤니티를 자주 드나들기에 더욱 깨닫게 되는 것이다. 웃기는 건 저 새끼들 부모세대가 딱 나랑 또래 세대들이라는 것이다. 병신새끼들, 진짜 자식교육 한 번 잘 시켰다.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다는 이유다. 나라나 팔아먹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저 새끼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진짜 좆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