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은 보수정당'이란 말이 왜 나왔느냐면, 2016년 민주당이 바뀌기 전까지 정치를 하려면 아무래도 보수정당에서 시작하는 쪽이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당이 크고, 돈도 많았고, 무엇보다 조직이 튼튼했다. 호남을 제외하고 거의 전국에 확실한 자기 조직과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수도권에서 민주정당의 지지세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크게 차이도 나지 않는데다 보수정당의 간판만으로도 당선이 확실한 지역구 또한 적지 않았을 터였다. 이슈에 따라, 혹은 민주진보진영 내부의 분열 여하에 의해 얼마든지 수도권에서의 석권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자칭 진보언론을 비롯한 대부분 언론들이 대놓고 지지하고, 검찰과 법원과 여러 행정부처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보수정권을 위해 노골적으로 선거를 돕기까지 한다. 여기에 지역유지들로 이루어진 조직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그냥 땅짚고 헤엄치며 선거를 치르는 꼴인 것이다. 지역구가 영남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강원도나 충청권, 혹은 인천과 경기 일대에서도 우세를 장담할 수 있다. 서울에서도 어디가 지역구냐에 따라 당선은 그야말로 따놓은 당상일 텐데 과연 돈도 많고 세력도 탄탄한 보수정당과 민주정당 가운데 정치에 뜻이 있다면 어느 쪽 정당을 선택하겠는가? 그러니까 도저히 군사독재의 후예들과는 손잡지 못하겠다며 사명감을 가지고 민주정당으로 향하는 이들을 제외하고 인재가 모일 리 없는 것이다. 아니 심지어 군사독재를 타도하기 위해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마저 정작 정치를 할 때는 보수정당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더 많을 지경이었다. 그러면 그런 시절 운동권도 아니면서 신념이나 사명감도 없이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야 했던 이들은 어떤 이들이었겠는가?

 

구직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뛰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단 처음 직장을 구할 때면 자신의 스펙이 허락하는 한에서 가장 조건이 좋은 곳부터 이력서를 넣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일단 가장 조건이 좋은 곳부터 이력서를 넣어보고 안되면 조금씩 조건을 낮춰서 다른 곳에도 이력서를 넣어 본다. 아니면 아예 가장 좋은 한 곳만 바라보고 몇 년이나 재수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그렇다면 만일 누군가 기자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고자 마음먹었을 때 어떤 곳에 가장 먼저 이력서를 넣겠는가 하는 것이다. 듣자니 기자가 되겠다는 생각도 없이 그냥 이력서를 넣다 보니 어쩌다 언론사에도 이력서를 넣었고 때마친 조건이 맞아서 채용된 경우도 어디선가 우연히 듣게 되기도 한다. 돈도 없고 처우도 열악하고 영향력도 바닥인 한겨레이겠는가? 아니면 돈도 많고 회사도 크고 영향력도 막강한 조선일보이겠는가?

 

조선일보 기자 가운데는 한겨레에서 기자질 하다가 경력직으로 채용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조선일보가 아무리 말도 안되는 오보를 내도 감히 한겨레가 그를 비판하지 못하는 또 하나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선배들이다. 그리고 장차 자신의 직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원래 조선일보 기자가 되려다 실력이 안되어 한겨레 기자나 하고 있을 테니 자기보다 스펙도 실력도 훨씬 뛰어난 이들이 모여 있는 조선일보에 대한 인상도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밖에서야 조선일보는 그냥 좆선일보일 뿐이지만 자신들이 보기에 조선일보야 말로 최고의 기자지망생들이나 가는 최고의 직장이자 최고의 언론인 것이다. 괜히 자칭 진보언론 기자들까지 조선일보를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으로 꼽았던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먼저 치고 나가며 이슈를 선점한다면 과연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겠는가.

 

박병석 하는 짓거리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자칭 진보언론의 현주소가 바로 떠오르더라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의 허락을 받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설사 대통령이라도 미래통합당의 허락 없이는 절대 국회를 열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속했던 정당이지만 민주당이 무언가를 하려 해도 미래통합당의 허락을 받아 와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중심은 미래통합당이며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모든 것은 이루어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언론의 주류는 보수언론이며 마땅히 모든 여론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보수언론의 허락을 받았을 때 진보적인 이슈도 가능하다. 과연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보도 당시 조선일보의 허락이 없었다면 한겨레가 그런 보도들을 계속해서 쏟아낼 수 있었을 것인가. 위안부운동도 조선일보 허락을 받고서 하라. 진보적인 정책들도 조선일보 허락을 받고서 하라. 조선일보의 존엄이 한겨레의 존엄이며, 조선일보의 명성과 영향력이 한겨레의 명성과 영향력이다.

 

비유하자면 신라면이 많이 팔려야 다른 라면도 많이 팔리던 십 수 년 전까지 라면시장과도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박카스가 많이 팔려야 드링크제 전체 시장도 커지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경쟁관계에 있는 자신들의 드링크제도 더 많이 팔릴 수 있다. 그러므로 계속해서 만 년 이등을 하더라도 1등 상품이 더 많이 팔리기를 응원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같은 프로야구 구단주인데 구단주 자신이 요미우리의 팬이라 요미우리가 1등하고 자기 팀은 2등만 하면 된다던 이야기와도 닮아 있다. 그러니까 어찌되었거나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을 감히 누구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신은 감히 더욱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민주당 안에 그런 놈들이 너무나 많다. 자칭 진보진영에서도 넘치도록 많다. 원래는 보수정당에서 공천을 받고 싶었는데 아무도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민주정당으로, 민주정당에서도 아무도 공천을 안해주니 진보정당으로 흘러간 떨거지들이다.

 

맞다. 떨거지들이다. 다른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 스스로를 떨거지라 여긴다. 감히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주도하려 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국정조사해야 한다는 그 심리처럼. 그러고보니 박병석 개새끼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정조사를 받으라는 씹소리를 지껄여댄 바 있었다.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이번에 미래통합당을 열심히 도운 공로로 원래 자기 자리였을 미래통합당에 한 자리 얻게 되기를 오매불망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억측이라고? 하는 짓거리를 보라. 다른 생각이 드는가. 쓰레기는 쓰레기다. 진리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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