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는 참여정부 때도 한결같았었다. 이전 김대중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매우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지식인이었기에 당시 자유주의 정부의 정책 모두에 동의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많이 비판했다. 이건 이래서 문제고 저런 저래서 안좋고 그러니까 당시 정부들에게는 어떤 한계가 있었고, 그러나 자칭 진보들과 차이라면 그러면서도 그런 가운데 이 나라와 이 사회가 어떻게 얼마나 좋아지고 달라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적절히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차라리 당시 자유주의 정부들이 권위주의 정부보다는 낫다.

 

자칭 진보와 진짜 진보의 차이일 것이다. 가짜 지식인과 진짜 지식인의 차이다. 진짜 지식인이라면 절대 어용이라 불리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당연하다. 내가 얼마나 옳고 바른 주장을 하든 그것을 실제 현실로 이루어내는 것은 결국 정치이고 권력일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의 결단 없이 어떤 선명한 이념도 대단한 정책도 현실에서 실제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정치권력이 자신이 바라는 바와 일치하는, 혹은 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면 어찌해야겠는가. 지지해야겠지. 아쉬운 부분은 지적하더라도 결국 그 방향성에 대해서만큼은, 더구나 이전까지 하지 않았거나 못했던 것들을 실현해내는 그 자체에 대해서만큼 인정하고 지지해야 하는 것이다. 설사 그 과정에서 어용이라는 소리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박노자 교수가 서민을 비판한 글을 보면 그런 맥락이 그대로 드러난다. 역시 문재인 정부의 아쉬움을 지적한다. 어설픔과 모자름도 비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역사적으로 한 발 더 나아가는 진전된 정부임을 인정한다. 완전히 동의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만 한다. 문재인 정부를 부정해야지만 참지식인인 양 떠들어대는 한국의 자칭 진보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모습이다. 혹시라도 정부 편든다 할까봐 최저임금인상도 근로시간단축도 심지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마저도 저들은 비판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겨레 스스로 자신들의 지면에 올린 기사다. 피살된 공무원을 구하기 위해 정부가 더 강경하고 적극적이었어야 한다. 뭘 어쩌라고? 전쟁이라도 할까? 실제 전쟁하자는 소리다. 감청사실 다 까발리고, 북한 영해 내에서 일어난 일에 무력까지 사용해서 개입하려 한다는 건 그냥 선전포고하라는 소리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지만 현정부를 공격하면서 진보인 연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결국 이루어지는 것이 무엇이던가. 참여정부 시절 경험했다. 하긴 저들이 진정 바라는 것일 게다. 수구세력이 집권하고 그 아래서 자기들이 진보놀음 하는 것. 거리로 나가 시위하고, 그런 과정에서 사람들도 몇 죽거나 다치고, 그러면 더 비장미넘치게 자신을 희생하며 국민을 위하는 척 연기한다. 실제 희생한 건 아무것도 없다. 자칭 진보 가운데 진짜 이명박근혜 시절 시민들을 대신해서 희생한 이가 누가 있었는가. 오히려 그런 과정에서 더 큰 명성과 영향력을 얻는다. 수구정부에서 한 자리 얻기까지 한다. 이 얼마나 좋은가.

 

내가 이래서 박노자 만큼은 진짜 좌파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사람에게는 친정부니 반정부니 하는 의식 자체가 없다. 친민주니 반민주니 하는 구분 자체도 없다. 민족의 구분조차 모호하게 오로지 자기가 지향하는 방향에만 충실하며 그를 기준으로 엄정하게 세상을 보려 노력한다.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부 일치하는 바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지지한다. 그것이 바로 연대란 것일 게다. 공동체라는 것을 터고. 박노자라는 이름 그대로 이제는 한국인일 테니까. 태생이 어디이든. 때라도 긁어 끓여 먹이고 싶은 심정이다. 비교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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