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의총으로 유명한 조헌은 그러나 임진왜란 전에는 도끼상소로 더 유명했었다. 아예 도끼를 꺼내들고 내 대가리 찍으라고 궁궐 앞에 엎드려 왕에게 간언한 것인데, 당연히 진짜 그러라는 건 아니고 그만한 각오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었다. 그런 식의 퍼포먼스는 역사에 드물지 않았었다. 내가 이만한 의지와 각오를 가지고 말하고 있으니 제발 좀 들어달라.

 

지금 민주당이 놓인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지지율은 떨어지고 당내 의견은 분열되고 지지층의 결집도 약하다. 더구나 LH 이후 민주당의 개혁의지에 대한 의심과 비판이 불거지며 지난 보궐선거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었다. 한 번 쯤 여론에 맞서기보다, 혹은 여론을 논리로써 설득하기보다 바로 납죽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그렇게 한 번 민주당이 자신을 낮추고 나면 다시 반전하여 국민의힘을 공격할 계기를 얻을 수도 있다.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소속 국회의원들의 투기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여론과 드잡이질을 하는가, 아니면 아예 그들을 내치고 전수조사라는 명분으로 국민의힘에 역공을 가할 것인가. 투기의혹이 진짜 억울하다면 그를 해명하는 것은 국회의원 개인이 하면 된다. 그동안 민주당이 가장 못하던 것이다. 적극적으로 언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전하고 여론의 오해와 싸우려 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우상호나 윤미향이나 이름 좀 되는 정치인이 발언하니 들어주지 않는가. 억울함은 억울함대로 소속 의원 개인이 해결하라 하고 당은 이를 계기로 당에 대한 인식을 일신하고 반격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를 위해서는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된다.

 

그냥 소속의원 12명만 탈당시키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더 적극적으로 국민의힘에 공세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이 일방적인 여론만 전하는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은 주변의 다른 정치세력, 혹은 정치인 등이 나서서 열심히 국민의힘의 등을 떠미는 중이란 것이다. 대중의 여론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면 바뀔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12명을 지키려 당력을 허비하는 것보다 12명을 버리더라도 민주당의 명분을 세우고 역공에 나서는데 집중하는 편이 나은 것이다. 송영길체제의 역량이 여기서 드러날 것이다. 얼마나 국민의힘을 몰아세울 수 있을 것인가. 잘만 하면 이를 계기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의 동력까지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나쁘지 않은 수다. 당장 우상호와 윤미향만 해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해명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부모가 자식 명의 집에 산다고 투기라면 걸릴 사람이 아마 대한민국에 수도 없을 것이다. 여러 이유로 나이 든 부모가 사회생활하는 자식명의의 집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은 반발로 뭉뚱그리지만 그런 개개의 해명들이 전해지면 그 또한 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공세에 나설 시간이란 것이다. 바로 여기서 당의 입장을 대변해서 언론에서 적극적으로 국민의힘을 공격하는 역할을 맡을 인물들이 필요한 것이다. 조국 탓만 할 게 아니라 이런 게 바로 당과 지지자를 위해 필요한 역할이란 것이다. 과연 누가 그럴 수 있을 것인가. 역시 민주당이 안된다면 여기서 문제가 있을 것이다. 수는 좋다. 과연 사람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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