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 노예를 부리고 있는 농장주가 국회의원이 되어서 노예제폐지 법안을 냈다. 위선일까?

 

노예제가 폐지되면 자기 소유의 노예까지 모두 놔주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자기가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계속 노예를 소유하고 있어도 된다. 어느쪽이 그 국회의원에게 이익일까?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려면 역시 노예가 있는 쪽이 낫다. 다른 농장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도 노예를 유지하는 쪽이 자신에게도 더 이익인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노예를 포기할 수 있다면 나 역시 포기할 수 있다. 노예는 사라지는 게 옳다. 현실과 이상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걸 한국 언론들은 내로남불이라며 비난한다. 내로남불이란 이런 때 쓰라는 표현이 아니다. 가치적으로 옳지는 않는데 현실이 그러니 나 역시 거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그만뒀으면 좋겠다.

 

대부분 개혁이 그렇게 이루어져 왔었다. 대부분 그같은 개혁을 추진하는 이들이 개혁의 대상이기도 한 기득권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정치란 부르주아의 전유물이었다. 노동자와 농민이 투표권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지 않고 피선거권을 가지고 출마할 수 있게 되었어도 현실적인 문제로 그러기 쉽지 않았다. 그러면 하지 말까? 건물주면 임차인의 권리는 나몰라라 하고, 땅주인이면 자기 땅의 활용에 대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내버려두고, 변호사면 자기 멋대로 수임해서 변호도 할 수 있게 해주고? 그러는 게 정의로운 것인가?

 

확실하게 안 것이 있다. 자칭진보는 임대차법 반대했다. 그러니 박주민을 조롱할 수 있다. 주호영을 변호해 줄 수 있다. 과연 자칭 진보에게 세입자란 어떤 존재일까?

 

자기도 일본인으로서 누릴 것 다 누리면서 독립운동을 도운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제국주의 열강의 일원으로 시민의 권리를 누리면서도 식민지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던 이들도 있었다. 서울대 출신이 서울대 특권의 폐지를 주장하면 위선이고 내로남불인가? 

 

뇌가 벌레거나, 벌레가 뇌거나, 더러운 썩은내가 진동하는 것들이다. 아주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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