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박용진은 민주당을 싫어한다. 김해영이나 금태섭 역시 마찬가지다. 표창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의 들어가서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기가 물드는 것 같더라. 그만큼 국회나 민주당이 표창원에게도 그렇게 우습고 만만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내가 들어가서 조금만 노력하면 국회든 민주당이든 얼마든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아니었다. 국회에 들어가기 전 무엇을 했었든 일단 국회에 들어간 순간 수많은 초선의원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린다. 전체 300석 의석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린다.

 

그러고보면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일단 대한민국 정치에서 보수정당은 거의 상수라 할 수 있다. 바뀔 리도 없고, 바뀔 수도 없고, 바뀌어서도 안된다. 진보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진보정당은 언제까지나 이념적으로 선명하고 순수한 진보정당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민주당은 아니다. 원래 정계에서 은퇴했던 김대중이 돌아와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기존의 민주당을 깨고 만들었던 것이 지금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였었다. 그런데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임기가 다하며 당에서 손을 떼게 되니 그야말로 주인도 근본도 없는 정당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었다. 당헌과 당규에 의해 당권이 참여한 경선의 결과 당의 대선후보가 선출되었음에도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난리치는 놈들이 오히려 더 다수를 이루고 있었던 당시의 상황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런 당시 새천년민주당에서 한 번 주인이 되어보겠다고 드잡이질하던 무리 가운데 뛰쳐나온 일부가 만든 정당이 그리고 바로 열린우리당이었었다. 민주당도 근본이 없는데 열린우리당은 더 근본이 없었다. 노무현도 노무현인데 정동영은 또 뭐하는 놈인가? 김한길은 또 뭐하는 인간인가?

 

그러다보니 한나라당에서 경선에서 지고 도망치듯 탈당해 온 손학규 나부랭이가 민주당을 대표하는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던 것이었다. 얼마나 우스운가. 한나라당에서 이명박에 치이고 박근혜에 눌리던 인사가 민주당에서는 잘났다고 당대표가 되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다. 민주당에만 가면 자기도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다. 어차피 한나라당으로 가봐야 다들 이미 한 자리 씩 차지하고 있는 상태라 뭘 해보려 해도 길이 보이지 않는데 민주당이라면 자기라도 잘만 하면 어떻게 기회가 열릴 것도 같다. 언론까지 도와준다. 민주당 내부에서 민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수록 언론은 그런 자신을 중요하게 다루어주며 거물로까지 띄워주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도 않게 민주당에 쓴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언론을 등에 업고 당의 요직을 차지했던 놈들까지 그동안 적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잘만 하면 민주당을 내 마음에 맞게 한 번 바꿔보는 것도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어차피 2015년까지 당원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호남에 적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호남만 벗어나면 당비를 내는 당원도 얼마 없는, 그냥 보수정당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어쩔 수 없이 선거때만 되면 결집하는 그런 정당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반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지지할만한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안되는 것 아닌가. 민주당을 지금보다 더욱 새롭게 바꾸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그 방법은 자신에게 있을 것이다. 민주당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지지자를 우습게 여긴다. 심지어 당비까지 내는 당원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듯한 모습마저 보인다. 그러는 것이 옳다. 원래 주인없는 정당이었고 당원들조차 민주당의 진짜 주인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내가 원하는대로 민주당을 바꿀 수 있다면 진짜 민주당의 주인들이 돌아오게 될 지 모른다. 노빠 문빠는 절대 민주당의 주인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인 것이다. 박용진이 민주당을 싫어하면서도 민주당 당적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었던 이유다. 김해영이 민주당의 당론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면서도, 심지어 가장 앞장서서 민주당 내부에서 민주당을 공격하면서도 정작 민주당을 위한다며 민주당 당적으로 험지에서 출마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모순되지 않는다. 어차피 보수정당이든 진보정당이든 자신들이 가봐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미 그들은 고정되어 있다. 고착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올바른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자신들의 생각과 맞지 않는 민주당은 자신들에 맞게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하는 것이다. 언론이 그런 자신들의 정의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더구나 진보언론인 한겨레와 경향의 기사들이 자신의 정당성을 더욱 증명해주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 잘못된 길을 가고 있고 그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들 뿐인 것이다. 민주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지금의 민주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그마저도 부정한 당원들에 의한 왜곡된 여론에 지나지 않으므로 오히려 그조차도 포함해서 모두 자신들이 바꿔야 하는 것이다.

 

이 역시도 선의란 것이다. 일단 민주당보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정치를 걱정한다. 그리고 민주당 당적을 가진 이상 민주당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당이 되었으면 바라게 된다. 그것은 민주당의 역사와도 정체성과도 이념이나 지향과도 상관없는 오롯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올바른 정치의 방향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진정한 민주당에 어울리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지금의 가짜 당원과 지지자들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것만이 진정 대한민국 정치와 민주당을 위하는 길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입장만큼은 그런 가운데서도 서로 다르지 않을까. 여당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지원해야 하는가, 아니면 문재인 정부마저 자신들의 의지로 바꾸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인가.

 

아무튼 새로운 모습들은 아니란 것이다. 그래서 그나마 표창원이 낫다고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소한 정치의 현실이 자신의 생각과 같지 않고, 자신의 역량이 미치지 못한다 판단한 순간 더이상의 노력 자체를 포기하고자 한다. 지금 당의 주인과 당의 주체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최소한 언론을 이용해서 당을 내부에서 흔들려는 모습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에 비해 언론이 받아써준다고 신나서는 당론이고 뭐고, 당에 해가 되는 뭐든 상관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지껄여대는 놈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것인가. 당도 상관없이 자기정치만 있다. 아니 나아가 당이 자신의 정치에 맞춰가지 않으면 안된다. 대통령마저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민주당이 주인도 근본도 없는 어중이떠중이들에게나 기회가 되어 주는 그런 정당에 머물러 있는 것인가. 지금 모든 언론과 자칭 지식인들이 몰아가려는 방향이기는 하다. 민주당은 여전히 그런 정당인 채이고 그런 정당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 당원과 지지자들이 분노하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이제 진짜 대한민국의 주류는 민주당이어야 한다. 지금 김종인이 미래통합당을 바꾸겠다며 나가겠다는 방향이 이미 민주당이 오래전부터 선점하고 있던 그곳이란 것이다. 누가 주제를 모르고 분수를 모르는 것인지.

 

그냥 민주당이 우스운 것이다. 실제 우습던 시절도 있었다. 새천년민주당까지만 해도 김대중이라는 거물이 중심에 버티고 있었기에 누구도 우습게 여기지 못했지만 그 거대한 그림자가 걷히고 난 뒤에는 말 그대로 반보수반수구 말고는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는 한심한 꼬라지 그 자체였었다. 2015년까지 그것이 민주당의 정체였었다. 그 시절에 갇혀있는 것이다. 자기가 민주당을 진정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어중이떠중이들은. 어차피 보수정당도 정의당도 가지 못할 한심한 주제들이 언론을 등에 업고 민주당만 만만하게 여기는 것이다. 참 바뀌는 것도 없다. 지겨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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