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한국의 언론과 지식인 사이에는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있어서는 안되는 부정한 정당이고 지지자라는 인식이 있다. 오죽하면 손석희마저 정경심 교수가 피의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것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유무죄 여부를 떠나서 감히 피의자따위가 자기 권리를 주장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그 오만이야 말로 언론과 지식인 사회의 본심이 아니었겠는가. 저들에게는 인권도 없고 피의자의 권리 따위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냥 검찰이든 언론이든 두들겨대면 그냥 맞으라. 반면 보수정당 인사들에 대해서는 어떠했는가? 지금 나경원에 대해서는?
보수진영에서 보기에 민주당은 대한민국에 있어서는 안되는 빨갱이 집단이다. 통진당이나 정의당이나 민주당이나 구분이 가지 않는다. 당연히 그 지지자들까지 대한민국에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자칭 진보들에게 있어 민주당은 진보를 참칭하는 가짜 진보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민주당으로 인해 진보가 오해받고 손해본다는 피해의식마저 있다. 제대로 진보가 대한민국에서 자리잡고 이념에 의한 정당정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진보를 참칭하는 민주당이나 그에 현혹되어 진실을 볼 줄 모르는 지지자들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비유하자면 마치 신천지와 신자들을 대하는 개신교 교회의 태도와 비슷하다 할 것이다. 어떻게 저들을 바른 세상으로 다시 되돌릴까?
민주당과 관련해서 너무 쉽게 너무 흔하게 중도층이란 이름이 소환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박근혜의 옥중서신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돌이켜보자.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만을 부각시킨 보도가 거의 주를 이루고 있었다. 혹시라도 중도층의 이반을 불러오지 않을까 비판하는 보도는 시간이 지나고 띄엄띄엄 보이고 있었다. 보수정당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지지층을 먼저 결집시키고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 역시 너무나 당연한 전략이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는 당원과 지지층을 중심으로 무언가를 결정하면 바로 중도층 이야기부터 끄집어낸다. 당원과 지지층만 바라보다가 중도층을 잃게 될 것이다. 무슨 뜻인가. 당원과 지지자들이 싫어하는 결정을 해야만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돌아올 것이다. 무슨 의미이겠는가?
말하자면 중도층이란 정상적인 유권자를 뜻하는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처럼 극단적이고 사리분별을 못하는 존재가 아닌 보수정당의 지지자들과 더불어 올바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존재들이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임에도 당원에게 묻기보다 중도층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다. 지지자들에게서 듣기 보다 중도층에게서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래야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럴 수 있어야지만 민주당의 부정하고 부실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된다. 당의 이념과 지향과 정책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 목소리만 내는 사람들마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중용해서 당의 외연을 넓혀야만 한다. 당에 해를 끼치며 자기의 정치적 이익만 챙기려는 사람도 당과 가는 길이 다르기에 오히려 더 소중하게 여겨야 정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해주는 존재가 바로 중도층인 것이다. 당원과 지지자가 아닌 중도층을 위해 정치해야 올바른 정당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 교과서가 있으면 정당정치 챕터 첫 장에 그리 쓰여져 있을 것이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정당의 정치적 행사를 결정하는 것은 지지자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내 통장에서도 한 달이면 꼬박 얼마씩 당비가 당으로 이체된다. 당과 관련해서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이것저것 안내메시지도 날아오고, 당원으로서 결정해야 할 일이 있으면 투표에도 참여하게 된다. 그래서 한 푼 보태 준 것 없는 이른바 중도층과 그래도 이것저것 당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당원 가운데 당은 누구의 의견을 우선해야 하는 것인가. 당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슈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당을 위해서 온오프라인에서 싸우고, 선거가 시작되면 자발적으로 나서서 선거운동까지 돕는 지지자들은 어떨까? 당이 자신들과 한 약속을 지키는 동안 그들은 언제고 한결같이 당을 지지하며 유권자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중도층은 그런 당원과 지지자들이 바라는 정치를 하기 위해 더 큰 힘이 필요할 때 손을 내미는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당원이 결정했다. 지지자들이 바라서 그렇게 결정하게 되었다. 그를 부정한다. 어째서 당원에게 묻는가. 어째서 지지자들에게 결정하게 하는가. 미래통합당이나 정의당을 그런 식으로 비판하는 언론이나 지식인을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어째서인가? 내 돈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시간과 내 수고는 이미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원이라서. 민주당 지지자라서. 아마 정권이 바뀌고 거리로 나가 시위하다가 맞아죽어도 민주당 지지자라 하면 어느 언론도 한 줄 보도조차 하지 않을 걸? 불가촉천민이란 것이다. 대한민국 언론과 지식인 사회에서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라는 것은. 그래서 당원과 지지자들에 의해 결정된, 그렇기 때문에 당원과 지지자가 주인이 되어 움직이는 정당정치에 대해 저토록 부정적인 것 아니던가.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그럴 때는 그리 찬양하더니만.
금태섭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바라는 정치인이 아닌 바로 그들 민주당 바깥에 있는 언론과 지식인들이 좋아하는 정치인이란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 지역구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그를 컷오프시킨 것이었다. 왜 비판하는가? 어째서 정당도 정치인도 아닌 당원과 지지자들을 비난하는가? 자칭 진보언론이라는 것들까지 한결같다. 그러면서 당원의 투표로 비례대표 순번까지 정하는 정의당에 대해서는 선진적이고 민주적이라며 찬양한다. 무의식이 드러나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 뿐만 아니라 당원과 지지자들까지 모두 비정상이다. 부정하고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정치는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잘못된 정당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민주당 내부에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인간들이 적잖이 있을 것이다. 전처럼 지도부가 중도층만 바라보고 일방적으로 결정했으면 됐을 텐데. 당원과 지지자들이야 어차피 민주당에 표를 줄 사람들, 바깥의 중도층만 바라보고 지도부가 결단을 내렸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동안의 민주당이 그런 정당이었다. 민주당이 언제부터 보수정당을 상대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게 되었을까? 누가 민주당을 여기까지 끌어올려 주었을까? 그래서 더욱 당원과 지지자를 모욕하며 당으로부터 떼어내려 하는 것일 테지만.
말 그대로 모욕인 것이다.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에 대한 멸시와 폄하가 들어 있는 것이다. 중도층을 들먹이는 민주당 내부의 정치인들도 그와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당원과 지지자들을 위한 정치는 안된다. 당원과 지지자가 좋아하고 만족할 정치를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언론과 지식인들이 좋아하는 정치인들이다. 그리고 외연을 이유로 그동안 민주당은 그런 정치인들을 너무 많이 너무 오래 용인해 왔었다. 그렇게 좋으면 자기들이 데려가서 쓰던가. 남의 당 망하는 일에 왜 그리 걱정들이 많은가. 중도층이란 말만 들으면 짜증이 치미는 이유다. 지긋지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