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군필들도 자주 헷갈리는 부분인데, 소대장은 지휘관이 아니다. 단지 병사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맡은 지휘자들일 뿐이다. 지휘관은 중대장부터다. 지휘권이란 작전과 인사, 보급 등 군정과 군령을 통괄하는 개념인데, 그래서 행정반도 참모역할을 맡는 행정보급관도 중대부터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부분 군대에서의 명령과 행정은 중대를 최소단위로 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군필들도 가만 자기 군생활 떠올려 보면 알 것이다. 이것저것 귀찮게 시키고 또 병사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들어주지만 정작 소대장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대 안에서 무언가를 결정하기보다 대부분 중대 행정반에 가서 특히 중대장의 결제를 받고서야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는 했었다. 대대단위에서는 중대장만 여럿이고, 소대장은 아예 지휘관인 중대장이 없다. 그래서인 것이다. 주둔지는 대대단위로 편성해도 병사들의 생활은 중대단위로 이루어진다. 훈련과 작업과 대부분 군생활들이 중대단위로 중대장의 책임과 지휘 아래 이루어지게 된다.

 

카투사라고 아마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대 단위로 각각의 업무와 스케줄이 모두 다른 것이다. 같은 전투병과라도 언제 어디서 어떤 훈련을 받고 업무를 수행할 것인가는 중대단위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 군대에서 서로 지내는 막사도 다른 옆중대의 병사나 간부라는 건 어떤 의미이겠는가. 한 개 대대에 고작 몇 십 명 정도 규모라 당직근무를 같이 서게 된다 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은 것이다. 남의 중대면 어지간히 중대한 일이 아닌 이상 알 필요도 알 이유도 없는 것이다. 하물며 소속 병사의 휴가야 말할 것도 없다.

 

간단한 것이다. 그래서 자기 군생활을 기억하는 군필자들이 오히려 증언자로 나선 당직사병의 말을 듣고 고개부터 갸웃거리고 마는 것이다. 처음 휴가복귀일이던 6월 23일 해당 사병이 당직이 아니었다는 사실에서부터 이미 대부분 군필자들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군기따위 국에 말아 쳐먹은 당나라 군대라고 휴가복귀일이 이틀이나 지났는데 그제서야 당직사병이 미복귀사실을 알게 되는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직을 서기 전에 같은 막사를 쓰는 이상 누군가는 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고, 더구나 휴가복귀일에 복귀하지 않은 병사가 있으면 그 순간 난리가 났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대도 다르다네?

 

상식에 비추어 생각해 보자. 중대에서 병가를 내 민간병원에서 치료받던 병사가 회복이 더뎌서 추가로 더 연가를 붙여서 쓰기로 했다. 그 사실을 굳이 상관도 없는 옆중대에까지 상세하게 전파하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기는 할 것인가. 대개는 같은 막사를 쓰는 부대원들에게만 사실을 전파하여 오해나 혼란이 없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당직사병이 휴가연장 사실을 몰랐다는 점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서로 중대도 다른데 남의 중대 병사가 병가를 연장했든 아니든 자기가 알 게 무언가 말이다. 중대간에 서열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다른 중대의 선임에게 일일이 그 사실을 보고할 이유도 없다. 뭔 말인가면, 일단 중대 넘어가면 그때부터 대부분 증언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병장회의에서 상사가 휴가반려를 결정했다는 말에 역시 대부분 군필자들이 비웃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행보관들조차 정작 병사들을 징계하려면 지휘관인 중대장을 통해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정확히 중대장에게 사유를 설명하고 징계를 건의하면 중대장이 받아들여 징계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지휘관이 아닌 부사관들은 단지 건의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훈련소에서 훈련병 중대장 역할을 맡은 부사관들 역시 훈련병들을 징계하려면 장교인 이웃부대 중대장이나 혹은 그 위에 건의해서 명령을 받아내야 한다. 휴가의 연장 역시 인사이며, 인사 또한 지휘관의 명령에 의해 결정되고 집행된다. 상사가 뭐라 결정했든 지휘관 역할을 맡은 장교가 결정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검찰은 미필자가 얼마나 되는 것이며, 기자놈들 가운데 군대 갔다 온 놈들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이유다.

 

아니 좋아라 저 말을 받아서 탈영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에서 포맷되었거나, 아니면 다른 의도가 기억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당직근무를 대대단위로 함께 서더라도 중대가 다르면 남의 휴가따위 알 턱이 없다는 군필자들의 당연한 말조차 저들은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 버리고 있는 것이다. 왜 중대이고, 어째서 남의 중대 아저씨인가 그 이유마저 일부러 잊고 있다. 미필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인사권을 가진 장교가 적법하게 규정과 절차에 따라 연장을 허가했다 말한 순간 이 모든 소란은 끝나야 옳은 것이다. 권한을 가진 당사자가 아무 문제없이 자기 권한 아래에서 모든 것을 처리했다는데 거기다 대고 누가 뭐라 말할 수 있단 것인가. 국방부도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지 못한다. 법이 그렇고, 규정이 그렇고, 지침이 그렇다. 도대체 이 나라에 병신들이 얼마나 많다는 것인가. 너무 상식적인 일이라 글도 잘 쓰여지지 않는다. 진짜 민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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