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당시 문재인이나 안철수나 정치인으로서 보여 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차기 대선주자로써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었다. 2007년 당시도 보여 준 게 뭐 있다고 문국현이 대선후보로 출마해서 5%가 넘는 표를 얻은 바 있었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2002년 당시에도 지지자들 사이에서나 대통령감으로 여겨졌을 뿐 대부분 국민들에게 듣보잡이나 다름없던 노무현이 갑작스레 나타나 바람을 일으킨 바 있었다. 당시 노무현 바람이 한 순간에 꺼져버린 이유였다. 청문회스타의 이미지만으로 막연하게 지지하던 유권자들의 바람이 그의 정치적 행보에 바로 식어버린 때문이었다.

 

2017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거의 그랬었던 듯하다. 국민들은 정치인을 싫어한다. 그래서 최대한 정치와 거리가 먼 사람에게 기대하며 호감을 보이곤 한다. 그래서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따라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기에 특히 정치저관여층에서 지지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정작 정치인으로서 무언가 보여주려 소신껏 행동하기 시작하면 바로 실망하며 이탈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2012년 당시 안철수도 그랬었고 문재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다만 2012년 대선 이후 보여준 두 사람의 행보가 정치인으로서 두 사람의 현재를 결정했다 봐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결국 국민이 선택하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즉 정치인으로서 무언가를 보여준 사람인 것이다. 대선때마다 항상 바람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지만 그러나 결국 대통령이 되는 것은 오랜동안 검증된 사람이었다는 뜻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언가 해 보려 해도 압도적인 의석수의 여당을 상대로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지난 20대 국회에서처럼 국회를 보이콧하며 장외투쟁을 해 보려 해도 여당 혼자서 모든 법안을 심의하고 처리할 수 있는데 괜히 발목잡는다 욕만 들어먹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말만 한다. 아무것도 않고 그저 입으로만 떠들려 한다. 별 의미없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모두가 몰려다니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정작 국회에서 정책을 가지고 여당과 야당이 붙을 일이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은 오르는데 야당으로서 잘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째서 20%의 유권자들만이 그렇다 대답했던 것일까? 바로 그 설문에 진실이 있는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정작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아무것도 않고 입으로만 떠들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들에는 부정적인 부분도 보이고 하는데 어차피 아무것도 않고 있으니 미래통합당에는 그런 것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단독 176석에 놀란 것은 비단 야당들만이 아니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표를 주었던 유권자들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설마 이렇게까지였을까. 그래서 한 편으로 미래통합당에 대한 미안함이나 안쓰러운 감정 같은 것들도 생긴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이 있었다지만 2017년 대선부터 2018년 지선에 2020년 총선까지 3번 연속 더불어민주당에 압승을 안겼으면 이제 미래통합당에도 벌을 줄 만큼 주었다는 생각도 들 법 하다. 더구나 176석대 103석이라는 차이는 유권자 입장에서도 너무나 당황스러운 현실이란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들에 부정적인 부분들이 어찌되었든 보이는데 그것을 막아설 대안으로서 미래통합당의 존재가 절실해진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라도 야당인 미래통합당에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야당으로서 하는 것도 없는데 지지율만 높은 진짜 이유인 것이다. 잘하는 건 없지만 어찌되었든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견제를 위해 미래통합당이 필요하다. 그러면 지금의 높은 지지율이 온전히 미래통합당의 것이라 여겨도 좋은 것인가.

 

어쩌면 함정일 수 있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자신들의 정체성에 맞게 무언가를 현실에서 해보려 하는 순간 지금의 지지율은 거품처럼 꺼져 버릴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에는 그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안티테제로서 그들에 대한 반감을 지지율로 흡수하고 있지만 무언가 하려는 순간 그에 대한 판단이 생겨나고 마는 까닭이다. 그래서 전세제도가 아예 사라질지 모르니 전세임대인을 위해 혜택을 주는 법안을 입법하려 하면 지금 새로운 법안으로 인해 불안해하고 있는 임차인들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겠는가. 윤희숙 의원이 실제 한 발언의 내용도 잘 알지 못한 채 언론이 떠드니 뭔가 그럴싸한 소리를 했나보다 여기는 사람이 태반이란 것이다. 귀에 들어오는 것은 자칫 전세 임대인들을 압박하다 보면 전세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 뿐. 그런데 과연 사실이었는가.

 

현재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그냥 입으로만 떠들 수 있으니 그들은 점수를 딸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실제 정책으로 집행하는 것은 정권을 쥐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다. 트집거리 잡아서 비난하는 것이야 나같은 일개 블로거도 할 수 있는 짓거리다. 그래서 황교안과 나경원이 역대급이었다 말하는 것이다. 야당노릇보다 쉬운 게 없다. 더구나 지금처럼 모든 언론이 편드는 상황에서 야당을 한다는 게 얼마나 속편한 일인가. 그런데도 지지율을 그렇게 깎아먹었으니. 심지어 검찰이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편을 들고 있었음에도 정작 선거에서 참패하는 결과만 낳고 말았다. 그래서 차마 황교안과 나경원을 욕하지 못하겠다. 민주당 입장에서 이보다 큰 은인이 또 있을까.

 

아무튼 그래서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사실을 민주당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열린우리당 시절을 경험한 이들이 이제 중진이 되어 당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망했는지 직접 몸으로 겪었던 이들이 어느새 제법 목소리도 낼 수 있는 정도가 되어 당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지지율 떨어진다고 지레 겁먹고 여론의 눈치만 보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결과 바로 얼마전까지 민주당에는 무능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과반의 여당을 상대로 모든 개혁법안을 막아낸 한나라당은 국민들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받았었다. 지지율 신경쓰다가 할 일 못하면 그대로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다. 지지율은 따라오는 결과로 보고 개혁에 박차를 가했을 때 최소한 무능하다는 소리라도 듣지 않게 된다. 정치인에게 가장 최악의 평가는 바로 무능하고 무용하다는 것이다. 그런 정치인을 어디에 쓰겠는가.

 

정책의 결과만 제대로 나온다면 지지율은 얼마든지 반전이 가능하다. 지금 그것을 막을만한 인물이 미래통합당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나마 머리 좀 쓰는 인간들은 거의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데, 이번에 수도권에서 당선된 면면들이 그들을 대신할 정도가 아니다. 정책대결로 가면 절대 민주당에 유리하다. 그것을 필사적으로 가리려 언론이 저 난리를 피고 있는 것이고. 정책대결 하지 말라고 말싸움만 중계한다. 넘어가서는 안되는 이유다. 모든 정책을 현실로 옮길 힘이 있다면 때로 유연하게 굽히고 양보하는 모습도 보이면서 여유를 부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봐야 결과는 민주당 하고 싶은대로이지 않겠는가. 뭐라 떠들든. 뭐라 주장하고 어떤 행동을 보이든.

 

103석이기 때문인 것이다. 176석인 때문인 것이다. 열린민주당에 무소속까지 더하면 바로 180석이다. 그래서 더 국민들은 민주당에 엄격해지는 것이고 미래통합당에는 관대해지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좋아라 떠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교안 시절이었으면 그런 난리도 없었을 텐데. 김종인이 그래도 황교안보다는 낫다는 이유다. 김종인이 중심을 잡아주니 주호영도 유능해 보인다. 착시다. 여전히 주도권은 민주당에 있다. 언론이 아무리 가리려 해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민주당이 잘 알고 있다. 미래통합당도 안다. 국민도 안다. 눈가리고 아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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