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그래도 한겨레와 경향은 믿었던 것 같다. 공중파 가운데서도 MBC와 KBS에 대해 상당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였다. 모든 언론들이 하나가 되어 쏟아냈던 당시 참여정부에 대한 증오와 저주에 넘어가고 말았던 것은. 물론 노무현 정부가 모두 잘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못한 것도 많다. 실수한 것도 많았고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잡은 정책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근혜 시절 심지어 한겨레와 경향의 보도만 보더라도 비판의 정도나 강도는 참여정부 당시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비난만 들었어야 할 정부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언론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남아 있었기에 모든 언론이 한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하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언론은 물론 지식인 사회까지 똘똘 뭉쳐 공격을 퍼부어대면 대부분 대중들은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아무튼 이토록 모든 언론과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한목소리로 비판하는데 뭔가 문제가 있지 않겠는다. 더구나 원래 살아간다는 게 고통과 고난의 연속이라 현실의 고단함에 대한 책임까지 자연스레 그런 분위기 속에 참여정부에 전가하게 된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이 교체되었다. 다름아닌 민주노동당과 홍세화와 강준만과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그리고 열림우리당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것이었다. 그래서다. 과연 앞으로도 언론이 떠든다고 그대로 믿고 판단해도 괜찮은 것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그토록 날카롭던 언론의 비판의 칼들은 이명박근혜 시절에는 무뎌지다 못해 아예 솜방망이로 전락해 있었다. 최순실이란 이름이 드러나기까지 과연 자칭 진보 가운데 당시 정권의 부정이나 비리들에 대해, 실정이나 오판등에 대해 제대로 비판한 이들이 몇이나 있기는 했었는가. 아마 기억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전두환 정권 당시에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비판은 어느 정도 허용되고 있었다. 대통령만 직접 거론해서 비판하지 않으면 적당히 정부기구나 지자체 등에 대해서 제한적이나마 비판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숨 쉴 틈을 만들어 주어야 국민들이 떨쳐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충분히 욕하고 비판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 더 이상의 행동까지 않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게 당시 한겨레, 경향 등 자칭 진보언론들의 역할이었다. 자칭 진보정당과 지식인들의 역할이기도 했다. 이런 정도 정부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다. 단, 정부에 진짜 치명적인 것은 절대 보도해서는 안된다. 조선일보가 참전하지 않았으면 한겨레의 국정농단 보도는 처음 몇 번으로 끝났을 거라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정권이 바뀌니 언론이 참여정부 시절로 돌아가서는 아예 칼에 독까지 묻혀서 휘두르며 날뛰고 있다. 믿어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무리 모든 언론이 하나가 되어 발광을 해도 40% 밑으로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그 하한선이 최근에는 40%대 중반까지 올라온 듯하다. 한 마디로 언론이 뭐라 떠들든 듣지 않는 것이다. 아예 나처럼 언론보도 자체를 보지 않거나 - 커뮤니티에 누가 퍼다 나르면 그제서야 조금 보는 정도다. 그래서 정보가 매우 느린 편이다. -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의심의 눈으로 몇 번이나 거르고 거른 뒤에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저 새끼들 또 저 지랄들이로구만. 정파적인 언론을 선호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모든 언론이 현정부와 여당에 반대하는 정파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기왕에 정파적인 언론 가운데 보다 자기에게 유리한 정파성을 찾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아예 대놓고 정치적인 의도를 드러내는 언론을 과연 누가 전적으로 신뢰할 것이며, 그 보도를 믿고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내리려 할 것인가.

 

정확히 문재인 대통령의 불변의 지지율 40%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의 최저지지율 15% 남짓 또한 비슷한 성향들일 것이다. 언론이 뭐라 떠들든 다 가짜뉴스일 테니 나는 내가 유리한 것들만 듣고 믿으며 오로지 국민의힘을 지지할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에, 국민의힘 지지율에,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언론이 뭐라 떠들든 정치인은 다 똑같은 놈들이므로 누구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항구적 중도층들도 존재한다. 언론의 보도 가운데 부정적인 것들만을 믿고 받아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의도한 바와 다르게 그들의 선택은 문재인과 민주당이 아니더라도 다른 정당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다 더하고 나니 거의 한 70%는 되는 것 같다. 어쩌면 그보다 더 될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지금의 지지율이란 언론의 보도와 상관없이 원래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자기의 지지성향이란 것이다. 언론이 뭐라 지랄해도 전혀 일정 이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다. 딱 여기까지가 언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이다.

 

격세지감이란 것이다. 그보다는 양치기다. 한계효용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민주당도 깐다는 사실에 진보언론에 신뢰를 보내던 사람들조차 원래 진보언론은 민주당을 까는 것이 원래 성향임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자칭 진보일수록 보수정당과 정치인보다 더 민주당과 민주당 정치인들을 혐오하고 증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차피 한겨레든 경향이든 자칭 진보 지식인이든 조중동이나 마찬가지로 그저 민주당과 민주당 정치인들이 싫어서 저딴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같은 편이란 인식이 없으니 뒤통수맞을 일도 없고, 따라서 그들의 발언에 휘둘릴 일도 더욱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같은 경향은 강해진다. 저놈들이야 뭔래 그런 놈들이고 그러니 그다지 귀기울일 필요도 없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가며 드러내보인 저들의 본모습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저들의 본모습에 국민들도 더이상 속지 않고 언론의 보도와 상관없이 자신의 판단을 지키고자 한다. 아무리 욕해봐라. 아무리 지지율 끌어내리려 발광해 봐라. 어쩌면 어딘가 술집에서 한겨레와 조선의 편집국장들이 모여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검찰청에서는 경향과 중앙의 기자가 어리석은 국민을 한탄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동안 너무 자신들의 솔직한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었던 것을. 한 번은 속아도 두 번 속으면 바보인 것이다. 그래도 잠시나마 자신들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편이라고 연기라도 해 보이는 성의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지 모르지만.

 

딱 여기까지인 것이다. 그나마도 다시 오르고 있는 것은 언론이 얼마나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가. 원래 문재인 정부를 싫어하던 15%에, 정치인이라면 다 싫다는 대략 20% 정도를 더하면 고작 지금 언론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전체 여론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조차도 대선으로 넘어가면 언론이 부추길만한 인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한계가 뚜렷하다. 어차피 그래봐야 정권을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국민 입장에서 굳이 지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 더 있겠는가. 언론만 모를 뿐. 그래서 지지자를 욕하는 것일 게다. 다 너희들 때문이다. 안쓰럽기조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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