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궁금하기도 했었다. 어차피 하는 짓거리는 다른 게 없는데 어째서 한겨레의 젊은 기자들은 늙은 기자들 죽이겠다고 이를 악물고 덤비는 것일까? 하긴 하는 짓거리가 다르지 않으니 늙은 기자것들이 그때마다 물러서곤 했던 것이다. 젊은 기자들 하자는대로 내버려둔다고 크게 달라지거나 하는 것은 없다.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윤석열의 사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불쾌감을 토로했다는 한겨레발 기사였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혹은 청와대 관계자나 주위 측근들을 취재한 것도 아니다. 그냥 뇌피셜이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당연히 그럴 것이라 확신을 가지고 기사를 쓴 것이다. 어째서 그런 확신이 가능했을까? 취재도 필요없을 정도로 의심없이 믿고 만 것일까? 윤석열이 검찰총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는 상황에 감정이입을 해 버린 때문이다. 어딜 감히 대통령따위가 검찰총장님을 스스로 물러나게 만드는가. 윤석열에게 너무 감정이입을 해 버린 나머지 문재인 대통령을 당연하게 악마화시키고 마는 것이다. 이해가 가는가?

 

한겨레 늙다리들은 이념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증오하고 혐오한다. 자기들이 민주진보진영의 주류라 생각하는 늙다리들에게 문재인은 서울출신도 아니고, 서울대는 커녕 하다못해 연고대도 나온 적 없는, 학생운동에도 재야에도 몸담아 본 적 없는 듣보잡 중에 듣보잡인 것이다. 노무현을 치우는데도 그 고생을 했는데 또 문재인인가? 반면 한겨레 젊은 놈들에게는 문재인에 대한 혐오나 증오보다 윤석열, 정확히 검찰이라는 출세한 집단에 대한 동경과 애착이 더 크게 자리한 것이다. 어딜 감히 검찰총장님을. 어딜 감히 판사님을. 어딜 감하 의사님을. 어딜 감히 조중동 기자님을. 자기들도 조중동 가고 싶었는데 실력이 안돼서 한겨레나 다니고 있는 중이란 것이다. 그러니 마음이라도 저들과 같아지고 싶은 것이다.

 

그동안 한겨레에게서 느꼈던 - 정확히 자칭 진보들에게서 느꼈던 어떤 모순된 의식의 정체인지 모르겠다. 한 때 자기들은 민주진보진영의 주류였었다. 좋은 대학 나왔고 서울에서 모두의 우러름을 받으며 정의로운 투쟁에 앞장서 왔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그저 주변에서도 한참 주변에 머무는 처지다. 주류가 되고 싶다. 기득권처럼 되고 싶다. 세대간의 갈등이기도 하지만 한 개인의 내적인 갈등일 수도 있다. 그래서 자칭 진보에게 국민의힘은 청렴하고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노동존중과 여성존중과 인간존중의 정당이었던 것이었구나.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성추행으로 고발해도 받아주는 이 하나 없는 것은 그만한 신뢰가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게 자칭 진보의 현주소였는가.

 

한겨레를 새삼 기사 하나로 비판하기에는 원래 한겨레란 그런 놈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해 온 짓거리가 있는데 기사 하나 어찌 쓴다고 새삼스러울 일도 없는 것이다. 그래도 쓰레기는 어딘가 쓸모가 있었기에 다 쓰이고서 쓰레기가 되었을 텐데. 쓸모도 없이 스스로 쓰레기가 되는 것은 사람 뿐인 듯하다. 버러지는 버러지다. 겨울이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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