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작년 9월 중순이었을 것이다. 한창 조국전장관 이슈로 나라가 뒤집어지던 무렵 느닷없이 안진걸 소장이 뛰쳐나와 나경원을 고발하고 있었다. 이른바 조국사태의 흐름이 바뀐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긴가민가하던 지지자들마저 비로소 검찰의 속내를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유시민보다도 빨랐다. 그를 통해 비로소 지지자들은 수세가 아닌 검찰개혁을 앞세운 공세에 나설 수 있었다. 검찰은 지금 정치를 하고 있고 그것은 검찰개혁을 막기 위한 것이다.

 

윤석열이 확실히 정무감각이 많이 떨어지기는 한다. 당시 검찰이 나경원을 수사하는 시늉만 했어도 여권의 지지층이 그렇게까지 강하게 결집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검찰이 편향적으로 수사한다는 인식만 조금만 덜했어도 지지층의 결집으로 인해 이후 모든 검찰의 공작이 무력화되는 상황도 맞지 않았을 것이다. 나경원 하나만 희생시켰다면. 그런데 나경원도 판사출신, 남편도 아마 현직 판사였었지. 법원의 협조가 절대 필요하던 당시 윤석열 입장에서 과연 나경원을 수사할 수 있었을 것인가. 그래서 법관출신 여상규도 패스트트랙 수사에서 기소유예처분으로 끝내주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자기가 제대로만 털면 정권은 끝장날 것이다. 자기가 검찰력과 언론을 총동원해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이면 바로 정권은 교체되고 자기 세상이 열리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불리한 전장에서는 바로 발을 뺐어야지. 정의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앞세워 열심히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어떻게든 검찰개혁법안들의 입법을 막아보겠다고 수사를 밀어붙였지만 결과는 아는 바대로다. 그래서 나경원 수사는 패착이 되고 만 것이다. 수사결과가 지지부진하니 그렇지 않아도 검찰을 의심하고 있던 여론은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정부와 여당이 여전히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법무부장관이 인사까지 단행하고 말았다. 그리고 당시 남아 있던 정부와 여당의 지지층은 오히려 그런 것을 바라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손발이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안진걸 소장이 당시 진짜 큰 일을 했던 것이었다. 안진걸 소장의 고발이 아니었다면 나경원의 자녀문제는 아예 공론화도 안되었을 것이고, 검찰의 선택적 수사로 인한 진짜 의도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안진걸 소장을 계기로 지지층이 결집하기 시작했을 때 유시민이 나타났던 것이었다. 김어준이 버티고, 안진걸이 치고 나가고, 유시민이 부순다. 진짜 원수는 안진걸일 텐데. 아마 나경원의 고소도 윤석열의 사주가 아닐까. 안진걸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확신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털어봐야 크게 나올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법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경심 교수의 재판결과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다. 아마 최소 구속되어 구금되어 있던 시간 만큼의 징역형이 나오고 끝나지 않을까. 추가로 형을 살리거나 법정구속까지 시킬 사안이 아님을 알면서도 검찰의 체면을 세워줄 필요가 있으니. 그러면 언론도 만족하겠지. 아무튼 두고 보자. 과연 법원이 어찌 나올 것인지. 판사놈들이나 검찰놈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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