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람에게 쓰는 '문둥이'라는 말은 한센병과 상관없는 것이다. 조선후기 영남의 남인들은 경술환국 이래 출사를 제한당하며 차별을 받아왔었다. 심지어 이인좌의 난에 호응했다는 이유로 아예 과거마저 금지당하는 탄압을 받고 있었다. 양반의 신분을 유지하려면 과거는 봐야 하는데 이건 너무 심하다. 그래서 자주 서울로 몰려와 집단으로 상소를 올리고 했더니 이를 가리켜 문동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 바뀌어 보리문둥이가 된 것이었다.
어차피 과거를 본다고 관직을 얻고 조정에 나가 출세할 것도 아니어서 대부분 영남 남인들은 주로 서원을 중심으로 모여서 활동하고 있었다. 서원에 적을 둔 유생을 이제 갓 글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로 비하한 것이 문동文童, 여기에 벼농사가 불리해서 보리를 많이 먹었던 것을 착안해서 보리문동, 이것을 조금 더 세게 발음한 것이 보리문둥이, 보리문디. 무엇보다 서울과 경기 인근에 일찍부터 정착하여 세상의 흐름이나 변화에 적응해 왔던 같은 남인들과 비교되어 더욱 그들의 낡고 고지식한, 한 마디로 촌스러운 차림이나 말, 행동들이 대비되어 더욱 그렇게 불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경상도 출신들을 일컫는 비칭으로 보리문둥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물론 한센병과 관련한 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역시 욕하면 한국인이다. 오만 욕이 아주 전방위로 다양한 유래를 가지고 만들어지고 쓰여져 왔다. 한센병도 예외는 아니다. 바로 아직도 흔히 쓰이는 '썩어 문드러질 놈'이라는 말이 한센병과 관계된 것이다. 변형이나 아류가 많고 다양하지만 결국은 '문드러진다'는 말에 방점이 있는 것이다. 다만 사람을 두고 면전에서 문둥이라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심할 수 있기에 그런 식으로 돌려서 표현한다. 하긴 돌려서 말한다고 하기도 뭣한게 오히려 문둥이보다 더 직접적인 묘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김현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로 빗댄 것이 문둥이를 떠올린 것인지, 아니면 문드러질 놈이란 뜻으로 그런 것인지. 문둥이를 생각하고 한 말이면 전혀 헛짚었다는 것이다. 문둥이는 한센병 환자가 아니라 경상도 사람을 비하하여 부르는 말이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먼 구석에 쳐박혀서 그런 현실을 모르고 자기들만 옳다고 과거의 방식들을 그대로 고집하는 낡고 뒤쳐진 인사들을 비하하여 부르는 말이었다. 후자라면 차마 말할 것도 없다. 과연 일상에서 어지간해서 '문드러질 놈'이란 욕을 쓰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한센병 환자를 가리키는 '문둥이'라는 말도 너무 심하고 '문드러질 놈'이란 말도 너무 처참하다. 여기에 이제는 한센병 환자와 그 가족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자신들에게 너무 고통스러운 병이 타인을 모욕할 용도로 쓰이고 있다. 나경원이나 마찬가지다. 개인은 실수로 그 말을 쓸 수 있지만 책임있는 자리에 있다면 말 한 마디도 고르고 걸러서 써야만 한다.
저런 인간들이 혹시라도 정권을 잡고 다른 나라와의 민감한 외교에까지 나설 것을 생각하니. 말 한 마디 토씨 하나에도 당장 전쟁이 나네 마네 하는 것이 국제외교무대인데 거기서 저런 세심하지 못한 경솔한 발언들이 나오게 되면 어떻게 될까. 문둥이라는 말을 말뜻 그대로 쓰는 특정 사이트를 너무 많이 봤거나. 아니면 아예 아무 생각도 고려도 없었거나. 그런데도 30% 넘는 지지를 받는다.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 유권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