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5년이구나. 시간 진짜 빨리 간다.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이 과거 JTBC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송곳'의 클립들을 자꾸 내 앞에 노출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현실의 시간은 전혀 흐르지 않았구나. 그러고보니 드라마의 배경도 무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0년대 초반이었다. 유시민이 한탄했지. 노무현 정부 동안 저런 일 일어나는 거 미처 신경쓰지 못했었다. 노동운동 하던 사람들이 노무현에게 이가는 건 사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진짜 당시 악랄했었으니까.

 

아무튼 드라마 클립들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어째서 당시 그토록 높은 화제성에도 시청률은 바닥을 기고 있었는가. 정확히 내 또래들에게나 화제였을 것이다. 지금 2, 30대만 되어도 뭔 헛소리인가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당연하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더구나 시험도 치르지 않고 캐셔나 판매, 재고관리를 위해 들어간 놈들이 무슨 정규직이고 노조냐는 것이다. 바로 얼마전 인천국제공항 논란을 떠올리니 더욱 확실해진다. 푸르미 정도의 대형마트면 그래도 나름 이름있는 기업일 텐데 고작 계산원이나 판매원, 재고관리원들이 정규직 자리를 지키겠다고 파업까지 하면 저들의 정의감에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사람과 정규직이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학교 다닐 적부터 열심히 노력해서 시험까지 치렀으면 정규직,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직. 비정규직이 감히 고용안정을 바라서도 안되고, 높은 급여를 받아서도 안되고, 직원에 대한 복지를 기대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나오라면 나오고, 그만두라면 그만두고, 최저임금도 안되는 돈에, 하루 20시간 일을 시켜도 돈 주는 사람 마음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고. 그런 최근 2, 30대의 공정과 정의의 기준에 비추어 보면 드라마 '송곳'은 악과 불공정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 지금 청년들은 드라마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며, 그래서 아예 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새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이전 세대의 공정과 지금 세대의 공정을. 이전 세대의 정의와 지금 세대의 정의를. 그래서 드라마 '송곳'의 내용에 크게 공감하며 볼 수 있었던 세대와 오히려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세대들의 가치의 차이에 대해서도. 그래서 그리 인기가 없었던 것이로구나. 그래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비정규직이 지금처럼 일반적이지 않아서 그 차이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냥 맞지 않는다. 세대차이란 것이다. 늙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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