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대통령 임기 동안 아마 지지율이 10% 남짓 나오고 했을 것이다. 그나마 임기말에 열린우리당도 탈당하고 한미FTA도 추진하면서 보수층으로부터 지지율을 회복해서 20% 좀 넘게 나왔었던 것 같다.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하여튼 오만 놈들이 다 노무현을 까던 시절이라 그렇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당선되고 서청원이 방송에서 극좌파 정권이라 공격한 적이 있었다. 김대중도 빨갱이인데 노무현은 그보다 더한 빨갱이다. 더구나 학력도 고졸이었다. 내가 당시 알고 지내던 자칭 진보들 가운데서도 노무현 전대통령의 학력을 문제삼아 비웃고 조롱하던 놈들이 쌔고 쌨었다. 전여옥이 어느 언론사에 기고하면서 그래도 대학은 나온 대통령을 갖고 싶다고 썼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화진영 내부에서도 원래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하던 지역이 부산이었다는 점 때문에 수도권에서 활동했던 그 주류들로부터 배척받고 있었다. 노무현이란 개인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가 컸었기에 대통령도 되었고 열린우리당도 만들 수 있었던 것이지 이 사회 주류들에게는 처음부터 비토를 넘어서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 전대통령이 임기말에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사실상 내쫓긴 것이었다.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과 대통령과의 관계는 한심 그 자체였었다. 오죽하면 그나마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노무현 지지자들 - 노빠들 다수가 야당인 한나라당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더 혐오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대통령이 뭔가 하려 하면 여당에서 힘을 실어주고 해야 할 텐데, 워낙 대통령보다 더 잘났다는 인간들이 많았다 보니 허구헌날 대통령 들이받기가 일상이었었다. 김근태는 아예 대통령에게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 싸움을 걸었었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기사는 열린우리당 소속 정치인의 입을 빌어 기사로 나오고는 했었다. 자기가 속해 있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자기가 원하는 어떤 방향을 제시하거나 행동을 요구하는 것도 어려워서 매번 곤란을 겪고는 했었다. 그때 열린우리당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의중을 당에 전할 수 있었던 인물은 기껏해야 유시민 한 사람 정도였을 것이다. 사실 그때 친노라 해봐야 노무현의 측근들은 총선에서도 거의 공천을 받지 못했었고, 뱃지를 달았던 인물도 유시민 한 사람 정도가 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후 열린우리당과 다시 합당하며서 지금 민주당의 또 하나 뿌리가 되었던 당시 민주당은 아예 노무현 탄핵을 주도했던 주체이기도 했다. 그래서 문제, 그러면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안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에 우호적이었던 이가 몇이나 있었을까?

 

말했다시피 열린우리당에서 아예 쫓겨났었다니까. 대통령 지지율 낮으니 당의 지지율에 도움 안된다고 정동영과 김한길이 손잡고 압박해서 탈당하도록 강요했었다. 그런데 여당에서 내쫓기고 나니 지지율이 오히려 오르고 있었으니 누가 발목을 잡았는가는 명확할 것이다. 당에서 내쫓은 정도가 아니라 이후 정동영을 비롯한 당의 주류들은 당에서 노무현이란 존재를 지우고 노무현 정부와 선을 긋는데 아주 열심이었었다. 그래서 정동영에게 당시 붙여졌던 별명이 정곶감이었다. 좋은 것만 빼먹고 책임은 지려 하지 않는다. 자기들과 노무현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이나 실책들에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도 없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잘못한 것이지 자기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다. 그러고서 아예 열린우리당도 깨버리고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갔었다. 민주당을 개혁하겠다며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그 정동영이 앞장서서. 그런데 하물며 정권이 바뀌고 이명박이 검찰을 움직여 노무현 전대통령을 수사하고자 했을 때 과연 몇이나 그의 곁을 지켰었을까?

 

당시 민주노동당 출신들이야 원래 한나라당이랑 손잡고 어쩌고 하던 놈들이니 돌아볼 필요도 없다. 한겨레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놈현관장사라는 아주 섹시한 제목을 뽑아서 유시민을 열받게 한 바 있었다. 내가 경향일보를 당시 즐겨 읽었던 이유도 노무현을 참 잘 깠기 때문이었다. 노무현이 수사받던 당시에는 진짜 와 인간적으로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선일보보다도 더 모멸적으로 비하하고 비아냥거리는 기사를 수도 없이 쏟아냈던 곳이 바로 경향일보였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 역시 그때 노무현을 많이 비판하던 입장이었으니까. 문재인과 비슷하다. 인간적으로 훌륭한 인물인 것은 맞는데 대통령으로서 나와 많은 부분에서 입장이자 지향이 다르다. 도저히 내가 지지할 수 없는 정책들을 많이 펴고 있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지율도 10% 좀 넘게 나왔던 것인데 과연 당시 노무현 욕 한 번 안 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한 번 당시 노무현에 대해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발언을 모두 뒤집어 보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노무현이 죽고 나니까 죄다 친노더라. 노무현이 그렇게 떠나고 국민들이 그를 추모하고 있으니 갑자기 전에 없던 친노들이 우후죽순 튀어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문재인이 당대표가 되고 대통령후보가 되었던 무렵 청와대에서 한 자리 했으면 죄다 친노라고 나오던 것과 비슷하다. 이철희가 문재인을 지지해서 정무수석이 되었던 것이 아니듯이 그냥 청와대에 자리가 있으니 갔었을 뿐인 인사들마저 죄다 친노라는 이름으로 노무현 전대통령을 등에 업은 채 나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놈들 노무현 전대통령 수사받고 언론에 의해 전국민적인 조롱거리로 전락했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오죽하면 대북송검특검으로 원한이 있었을 박지원이 검찰의 정치수사에 대해 노무현 전대통령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이후 재평가받고 있었겠는가. 고작 그런 정도였다. 마지막 가는 길에도 그의 곁을 지켰던 측근이랄 수 있는 인물은 유시민을 비롯해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런데 뭔 민주당에 이리 노무현 좋다는 인사가 많은가. 고민정은 그때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더라?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40% 좀 넘게 나오니 당시 기준으로 무려 20%넘는 지지자들이 당시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최소 방관자적인 입장에 있던 인사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아주 오래전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해 안좋은 감정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조리돌림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그때 노무현 전대통령 욕한 것 다 헤집어 찾으면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언론이 나서고 있다. 조선일보는 물론이고 한겨레와 경향이 노무현 가지고 지랄하면 진짜 염치도 양심도 없는 것이다. 괜히 노무현 죽고 한겨레 편집부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는 말이 도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가장 힘들고 외로울 때는 곁에 아무도 없더니만 죽고 이름을 등에 업을 수 있으니 그렇게 측근들이 넘쳐난다. 노무현 팔아서 정치하던 놈들이 나중에 문재인을 파는데 그런 놈들이 정작 대선에서는 아예 지라고 손놓고 있었으니 웃기는 것이다. 그놈들이 과연 진짜 노무현을 좋아하고 문재인을 따라서 친노이고 친문이었겠는가.

 

아무튼 오죽하면 당시 가장 인기있는 유행어 중 하나였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하다못해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된 것도 노무현이 대통령이라서였다. 그만큼 인기없는 대통령이었고, 그때 노무현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조롱과 비아냥을 쏟아냈어도 그만큼 당연하게 여겨졌을 것이란 뜻이다. 그리고 노무현 전대통령 역시 대통령으로서 욕을 먹는 것도 자신의 정치적인 책임 중 하나라 여기던 인물이었고. 욕할 사람이 없으면 대통령이라도 욕해야지. 그렇다고 모든 정책을 잘 폈느냐면 그것도 아니니 반대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 시간이 너무 흐른 때문이다. 집단적인 기억상실증일 것인가. 언론이 노무현 폄하발언이라며 지랄하는 꼴이 더 웃긴다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이 새끼들은 진짜 양심도 염치도 없다. 그러니 언론종사자다. 좋은 기자는 역시 뒈진 기자새끼들 뿐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