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많은 한국사람들은 착각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가 중국보다는 기술면에서 우위에 있다.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더 싼 값에 더 많이 파는 것일 뿐 제품 자체의 경쟁력만 놓고 보면 아직은 우리 기업들이 더 낫다. 그러니까 중국처럼 인건비만 어떻게 아끼면 중국과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 우리만 그렇게 생각한다. 아니 우리 언론만 그렇게 속이고 있다. 도대체 지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빼면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중국 최선두기업과 경쟁할만한 기업이 몇이나 되는가.

단지 반도체 수요급증으로 인한 착시효과로 모두가 잠시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벌써 이명박 정부부터 수출의 증가세는 감소하고 있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때는 무역적자까지 기록한 바 있었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잠시 반짝했을 뿐 사실상 사상 최대의 수출을 기록했다는 작년마저 반도체 빼면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가.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금액의 거의 절반을 삼성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그 답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그동안 기업들은 돈벌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80년대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제조업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미국의 기업들도 앞다퉈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인건비 아끼자고 노동자를 대량으로 해고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 기업들이 살아났는가. 정부의 강력한 보호 아래 기업들은 그저 그 정책이 미치는 만큼만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연구개발인력도 줄이고, 숙련된 노동자는 오히려 임금을 많이 받으므로 해고하고, 그러고 남은 돈으로 주주들의 배당만 늘리곤 했었다. 언론이 요구하는 경제정책들을 보면 당시의 미국이 떠오르고는 한다. 그러면 그렇게 인건비 아끼고 비용 줄이고 규제 풀어서 미국의 기업들은 얼마나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는가.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 인건비를 억제하고, 노동시간을 늘리고, 규제는 최대한 풀고, 그런데 기업은? 기업의 경쟁력은 정부 혼자 나서서 올리는가? 기껏 경기 좋을 때 벌어놓은 돈으로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경영권 방어니 뭐니 헛짓거리에 낭비하기에 바빴다. 정부에 줄대고 정치권에 비자금 바치고 주주들의 환심을 사느라 배당을 늘리고, 그러는 사이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까지 받으며 차근차근 기술을 쌓아 한국 기업들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있는 물건이 없다. 환률이 오르고 그래서 원가가 떨어져도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져 팔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런데 반도체 가격도 떨어지고 세계무역마저 둔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수출이 잘되기만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대로면 사실 얼마 남지 않았다. 기술경쟁력이 떨어지니 어차피 물건을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을 테고, 무역적자가 쌓이면 결국 경제도 엉망이 될 테니 인건비도 낮아진다. 다시 중국의 처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정부가 잘못한 것도 없지 않다. 한국 기업들이 저리 병신이 되어 있다는 - 정확히 한국 기업의 경영자들이 죄다 저리 병신들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국민도 대부분 모른다. 여전히 한국 기업들은 기술경쟁력이 있고 원가의 비용에서 불리한 조건에 있다 여기고 있을 뿐이다. 환률의 폭등에도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크게 기여하는 바는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미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그런 수준까지 떨어진 지 오래다.

그래서 더 화나는 것이다. 자기들이 딴 짓 하느라 경쟁력을 잃어 놓고 그 책임을 정부에 돌린다. 그러면 친기업적이던 이명박 때는 어디서 뭘 했고 뒷돈까지 가져다 바쳤던 박근혜 때는 또 뭘 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래놓고는 이제 와서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다. 근로시간 단축이 문제다. 기업가들은 잘하는데 정치권이 안 받쳐 준다. 정부가 안 도와준다. 언론이 병신들이다. 한국 경제를 망치는 첫째 주범은 바로 언론들이다. 어째서 무역적자가 났느냐고? 그냥 팔 물건이 없어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것은 기업들 자신인 것이고. 정작 투자를 해야 할 때 엉뚱한 곳에 돈만 낭비한 당시 정부도 책임이 있다.

한 두 해 동안 벌어진 일이 아니다. 기술격차라는 게 그렇게 순식간에 뒤집히거나 하지 않는다. 언론이 속이고 정부가 숨겼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갑자기 이전의 일은 없었던 일이 된다. 몰랐으면 병신이고 알면서 그러면 더러운 것이고. 그런데 원래 한국에서 똑똑하려면 더러워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의 경제가 여전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삼성을 욕해도 제발 삼성 절반만 닮으라. 투자 끝에 이익도 있다. 경제의 상식이다. 썩을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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