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다. 서로 왕을 칭하며 군사를 이끌고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한 번 싸움이 일어나면 인근의 도시나 마을들은 초토화된다. 전시의 군인이란 약탈자이기도 하다. 승자는 승리해서, 패자는 패배했기 때문에. 그런데 누군가 나서서 모조리 죽이고 혼란을 끝낸다.


물론 그 과정에서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 과도한 억압과 강제로 인해 일상이 불편할 수도 있다. 아니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나타난 지배자가 더 선량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최소한 더 다수의 사람들은 새로운 지배자에 복종함으로써 이전에 없던 안전이라는 것을 누릴 수 있다. 오늘을 살고 내일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인간이란 모두가 정의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대통령 두테르테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다. 내가 멕시코에 산다면? 멕시코의 평범한 서민이라면? 범죄조직과 상관없이 살아가는 다수의 국민이라면? 그런데 멕시코에 두테르테와 같은 인물이 나타나서 무고한 이들의 희생을 아랑곳않고 범죄와의 전쟁을 벌인다. 도시가 초토화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대신 더이상 범죄조직이나 부패한 경찰, 공무원들로 인해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다.


비상은 극단을 만든다. 비상이란 정상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에 비상인 것이다. 비상에는 비상에 맞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두테르테가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박정희라는 괴물이 나타났다. 어떻게 보면 역사의 필연이다. 굳이 히틀러가 아니었어도, 굳이 박정희가 아니었어도, 결국 1930년대 독일과 1960년대 대한민국에는 히틀러와 박정희라는 인물이 필요했었다. 이후는 다른 문제다. 딱 그때까지만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과연 현재의 여성인권이란 정상인가. 여성이 겪는 현실이란 정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인가. 비상이 비상인 이유는 이미 그것이 정상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 여성은 전혀 아무런 차별도 불이익도 받고 있지 않다. 오히려 여성이 우대받고 이익받고 있다. 메갈리아를 공격하는 대부분의 남성들의 논리다. 메갈리아가 옳아서가 아니다. 그같은 남성들의 사고가 더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한민국의 남성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이렇다. 남성들과 손잡고는 남녀평등 - 그것도 필요없고 여성의 권리신장은 기대할 수 없다. 남성과 싸워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회에서 기득권인 남성들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어떻게 싸우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싸우는 자체가 중요하다. 유탄이 튀고 무고한 희생자가 생겨도 그래도 자신들을 대신해 싸워주는 사람들이 있다. 메갈리아에 우호적인 모든 여성들이 메갈리아의 방식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다.


딱 두테르테다. 히틀러고, 프랑코고, 박정희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현실에 대한 인식에 큰 차이가 있다. 이만하면 여성의 권리는 충분하다. 오히려 남성이 더 차별받고 있다. 그것은 남성들 생각이다. 스스로 말한다. 어째서 여성들을 채용하면 안되는가에 대해서. 너무나 당연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차라리 정의롭기조차 하다. 그런데 과연 정상적으로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별 희한한 짓거리들 다한다. 그래서 굳이 메갈리아 하는 짓거리 보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럼에도 어째서 다수의 여성이 메갈리아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가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역지사지다. 다만 그래도 동의는 하지 않는다. 인간은 항상 모순된 존재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