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가진 정보를 확인하면 정보를 획득한 경로 역시 상당부분 역추적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사과가 빨갛다는 말과 사과는 빨갛다는 말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인 말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과가 빨간데 그것을 누가 언제 어떻게 확인했는가는 여기서 사과를 가리키는 조사의 차이만으로도 유추가 가능한 것이다. 

 

혹은 실무자가 사후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알았을 수도 있다. 아니면 일선 사병 가운데 무심코 자신이 겪은 일들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새어나온 것일 수 있다. 아니면 한국군에 회유된 정보원이 있어서 일부러 알아내서 전달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 어떻게 새어나갔는가를 안다면 당연히 더이상 그쪽으로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니까 현장을 감청한 것인가? 아니면 지휘부나 혹은 부대간의 무전을 감청하던 도중 우연히 새어나간 것인가? 아니면 내부에 배신자가 있는 것인가? 그리고 알아냈다. 한국군이 서해해상에서 북한군의 무전을 모조리 실시간으로 감청하던 중이었다.

 

물론 모든 무전을 암호화하고 나아가 아예 감청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체계를 갖추는 것은 상당한 비용과 수고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낙후된 북한이 그러고자 마음먹는다고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기껏 장비를 들여놓더라도 유지는 커녕 다른 데 비싸게 팔아 주머니나 채우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것이 지금 북한의 현실이다. 다만 어디서 어떻게 정보가 새어나갔는가를 안다면 그를 통해 역정보를 흘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모든 독일의 스파이들을 체포해서 구금하지 않고 일부는 남겨서 역정보를 흘리는 통로로 이용했던 것이 그 한 예일 것이다. 혹시라도 자신들이 독일의 암호체계를 완전히 해독해낸 사실을 알게 될까봐 일부러 몇 번은 독일의 의도대로 넘어가는 희생도 감수해야 했었다.

 

단적인 예로 정권이 바뀌고 북한과의 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정부가 들어선다면 사소한 몇 가지 역정보만으로도 국내정치를 혼란에 빠드릴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흘려 한국 정부가 그를 인용토록 함으로써 양자간 대화에서 우위를 점할 빌미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감청 자체를 차단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식으로 감청으로 획독한 정보를 오염시키는 것도 군당국으로서는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뭐가 사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된다면 그만큼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해당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만 비공개로 정보를 전달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결국 야당과 언론에 의해 정부가 애써 감추려 했던 모든 내용들이 모두에게 알려지고 말았다. 당연히 북한도 알았을 것이다. 한국군이 서해상에서 그 정도로 정교하게 자신들의 무전을 감청하고 있었구나. 앞으로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나아가 어떻게 자신들에 유리하게 그 사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할 근거가 생긴 것이다. 필요하다면 중국과 러시아에 손을 벌려 도움을 구할 수도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그 정도는 얼마든지 들어주어도 크게 상관이 없는 수준일 것이다.

 

어째서 정부가 그토록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가. 군과 정보당국이 그토록 느리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가. 물론 미국와의 정보공유도 중요했을 것이다. 미국과 정보자산을 공유하며 자신들이 감청한 사실에 대한 보다 확실한 근거들을 확보한다. 다 날아갔다. 저따위가 보수라 불리는 것들이다. 보수는 개뿔. 진보가 자칭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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