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리쌍의 경우는 그래도 건물주의 갑질치고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현행법이 그렇다. 법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법적으로 보자면 리쌍의 행동이 옳다. 법원이 그렇게 판결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인정상 어느 정도 세입자에 어느 정도 배려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인터넷상에서 리쌍에 대한 동정여론이 우세한 이유다. 리쌍은 이미 할 만큼 했다. 이제는 세입자가 양보할 차례다. 그런데 어째서 우장창창이나 맘상모, 그리고 진보진영에서는 단 한 걸음도 뒤로 물어서려 하지 않는 것인가.


유시민이 아주 정확하게 봤다. 말 그대로다. 유명세다. 리쌍이 유명하기에 벌어지는 일들인 것이다. 리싸의 대중적 인지도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놈만 팬다. 한 놈만 확실하게 패서 모두에게 보여준다. 건물주란 이렇게 나쁜 놈들이고, 세입자의 처지는 이렇게 열악하다. 어째서? 리쌍 정도가 아니면 아예 뉴스거리도 되지 못했을 테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는 건물주의 횡포에 세입자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테지만 과연 누가 관심이나 가져주는가. 우장창창의 경우만도 리쌍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대개 정확하게 알지만 우장창창이 과연 얼마나 큰 손해를 보았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도 이를 계기로 사람들에게 이 사회의 현실 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까발려 보여주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우장창창에 양보하느라 리쌍 역시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었다. 상당한 금전적 피해를 감수하며 리쌍 또한 그동안 우장창창에 많은 것들을 배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과연 손해였는가? 원래 논란이 되었던 가로수길 권리금이 대충 시세로 3억 정도라고 한다. 인테리어비야 그렇다 치더라도 권리금은 원래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때 다시 돌여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물론 기존의 가게를 인수해서 새로 장사를 시작하려 해도 반드시 지출되어야만 하는 돈이다. 아다시피 리쌍이 문제가 된 건물을 매입해서 굳이 우장창창과 재계약않고 내보내려 했던 이유도 자신들이 그곳에서 같은 곱창장사를 하려 했었기 때문이었다. 기존의 가게를 인수해서 새로 곱창집을 시작할 경우 지출해야 할 권리금 3억원을 건물을 소유하는 것으로 대신해 버렸다. 당연히 건물값에는 권리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흔히 건물주들이 저지르는 짓거리다. 건물주라는 이유만으로 엄연히 관행으로 존재하는 권리금을 무시한 채 기존의 세입자를 내쫓고 자기가 직접 같은 업종으로 장사를 시작한다. 물론 그렇게 장사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양도할 때는 - 임대계약을 맺을 때는 관행으로 권리금을 받게 된다. 나는 권리금을 내지 않고,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양도할 때는 권리금을 받는다. 그야말로 땅파서 돈버는 기가막힌 상술이라 할 수 있겠다. 과연 리쌍이 곱창장사를 하다가 가게를 양도할 때 권리금을 받지 않고 그냥 넘기겠는가. 고작 인테리어비 1억 5천과 법규정때문에 제대로 장사도 못했던 지하주차장으로 리쌍은 그 모든 이익을 모두 독차지하는 셈이다. 다른 건물주의 갑질은 비난받는데 어째서 리쌍은 그것을 용인받아야 하는 것일까?


리쌍이 공격받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리쌍이 가진 대중적인 인지도, 혹은 호감이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리쌍의 입장에 이입하게 된다. 더불어 진보적 가치에 우호적인 양 자신을 치장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보수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크게 한 몫 했을 것이다. 그저 건드리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 자유주의이기는 한데 지극히 이기적인 협소한 자유주의다. 자기만 좋으면 좋다. 자기만 편하면 좋다. 법이 그렇게 정해져 있다. 굳이 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법에 자신의 판단을 맡긴다. 법이 문제없다 했으니 문제없는 것이다. 리쌍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가 그같은 이기적인 방심과 만나게 된다. 리쌍은 그만하면 자기 할 책임을 다했다. 우장창창이 이제 양보하라. 3억이라는 권리금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는데도 법이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 따르라.


법이 최소한의 도덕인 이유는 고민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궁리가 필요없기 때문이다. 명문화된 법규정을 그저 기계적으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자신의 양심이 아닌 법의 권위에 모든 판단을 맡기면 된다. 그러므로 법에 묻고 법이 정했으면 그대로 따르라. 법이 그렇게 정해져 있으면 법을 어기지 않은 이상 리싸의 행동에 큰 잘못은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법을 어겨가며 리쌍과 시끄럽게 분쟁을 이어가는 우장창창에 더 큰 잘못과 책임이 있는 것이다. 무심한 것이다. 무관심이다. 과연 자기 돈 3억을 그냥 아예 지우개로 박박 문질러 지우듯 없애버린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다. 발단도 그렇고 과정도 그렇다. 양심있는 일부 건물주를 제외하고 대부분 최소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형식은 갖추려 한다. 실제 건물주가 갑질한다고 법적인 처벌을 받거나 행정적인 제제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갑질인 이유는 일방적으로 세입자에게 불리한 법의 빈틈을 노려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리쌍 역시 그랬다. 그리고 그것은 도화선이 되어 주었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건물주의 횡포에 저항하던 많은 사람들이 우장창창을 중심으로 모여 리쌍을 건물주의 대표처럼 만들어 버린다. 리쌍을 굴복시킴으로써 건물주의 횡포를 상징적으로 끊어내려 한다.


도적을 잡으려면 그 우두머리를 잡아야 한다. 물론 리쌍이 건물주의 대표는 아니다. 다만 대중에게 가장 인지도있는 건물주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그런 리쌍이 다른 건물주들과 마찬가지로 세입자를 상대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행동을 했다.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예 제출된 것도 그런 일환이다. 리쌍을 매개로 사태가 커지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슈는 곧 정치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맘상모나 우장창창에 동조하는 많은 지식인, 정치인, 일반인들이 노리는 바였다. 리쌍을 계기로 현실을 바꾸자.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유명세라는 것이다.


어느정도 할 만큼 했다. 현행법의 테두리 않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양보도 보였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여전히 리쌍으로 인해 억울하게 수억에 이르는 돈을 날려야 했던 세입자가 있었다. 일부는 보상받았지만 나머지는 어디서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그 만큼의 돈을 리쌍은 자신들의 가게를 내놓을 때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받을 것이다. 바로 현실이다.


그러고보니 리쌍 역시 건물주로서 세입자에게 했던 그대로 그동안 장사하던 곱창집에서 당했던 모양이다. 건물주가 갑자기 가게를 비워달라는 바람에 권리금도 못받고 나오게 생겼다. 무슨 생각일까? 하지만 자신들은 이미 새로운 건물에서 가게를 시작하며 그만큼의 권리금을 아끼고 있었다. 빼앗고 빼앗는다. 빼앗기고 빼앗는다. 무슨 윤회의 고리를 보는 것만 같다. 빼앗겼으면 다시 빼앗아서 채워넣으면 된다.


오랜만이다. 건물철거에 동원되는 용역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은 노무현 정부 이후 처음 보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강제철거나 집행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제압하기 위해 용역을 동원했던 탓에 유독 용역들이 네티즌들의 우군이 되어 있기는 했었다. 오히려 그들을 연민하고 동정한다. 그들과 맞서는 철거민들에게 적개심을 드러낸다. 용역깡패라는 말도 써서는 안된다. 시간은 다시 돌고돌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억울한 심정은 이해한다. 그래도 쉽게 포기할 수 있을 만큼 벌었다. 재산도 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3억은 적은 돈이 아니다. 차라리 건물을 사고 권리금을 아낀다. 나중에 권리금도 다른 세입자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다. 건물이야 자기들 소유이니 나중에 시세대로 팔면 그 값대로 돌아온다. 그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법이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가장 편한 것이 법에 자신을 맡기는 현명한 대중들이다. 정의롭고 도덕적이며 성실하다.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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