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 가까이 지났다. 친노사이트 서프라이즈의 초창기 시절 편집장이던 공희준이 서프라이즈의 존재와 이른바 논객이라 불리던 이들에 대해 우려하는 것을 가까이서 들은 적이 있었다. 고작해야 인터넷사이트인데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며 집착한다. 이러다 오히려 안좋은 결과로 이어질지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서프라이즈에서의 명성을 바탕으로 정치를 해보겠다며 벌써 시작부터 사조직을 만들고 공작을 부리던 놈들이 나타났었다. 아마 서프라이즈를 기억하는 사람은 대부분 그때 가담한 필명들을 기억할 것이다. 순진해서 나는 그런 짓거리들이 있는지도 처음에는 몰랐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서는 변희재의 친위쿠데타가 있었고, 서영석과 김동렬의 반격으로 변희재와 가깝던 일단의 인물들이 떨어져 나가는 사태도 벌어졌었다. 하지만 그건 고작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서프라이즈에서 지역주의를 가지고 싸우더니 동프라이즈가 떨어져 나오고, 정치사이트가 돈이 될 것 같으니 스탠딩이며 브레이크뉴스 같은 떨거지들이 생겨나고, 여기에 동프라이즈에서마저 떨어져나온 극단주의자들이 남프라이즈를 만들었다. 유시민과 정동영의 갈등을 서프라이즈 유력논객 사이의 분쟁으로까지 번지며 노하우21로 따로 뭉치기도 했었다. 친노의 기반인 서프라이즈를 지키겠다며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린치와 테러를 일삼던 이른바 완장맨들도 있었다. 실제 테러를 저질렀다는 게 아니라 아예 사이트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몰려다니며 아주 집요하게 괴롭히던 놈들이었다. 그것을 그놈들은 정의구현이라 여겼고 대다수 이용자들도 그들을 크게 지지하고 있었다. 내가 노무현 지지마저 포기하고 아예 학을 떼며 서프라이즈를 뛰쳐나온 이유였다. 도저히 저런 정신상태들과는 같이 어울리지 못하겠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아마 당시 완장맨 가운데 똥파리로 이어진 놈들도 제법 되지 않겠는가. 그만큼 하는 짓이 닮았다. 무언가 자기만의 논리를 생산하기보다 타인에 대한 증오와 저주로써 자신의 신념과 지향을 대신했다. 이재명에 반대하는 것이 정의이며, 따라서 이재명을 지지하는 이들을 증오하고 저주하는 것이 선이다. 그래서 문파라면서 문재인 대통령마저 제명하고, 이낙연을 지지했으면서 이제는 그 지지마저 철회한다. 차라리 이재명을 찍느니 홍준표나 윤석열을 지지하겠다. 조국을 연민하고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던 놈들이 이제와서 이재명 싫다고 문재인 죽이겠다는 윤석열을 지지한다. 그런 논리와 가치의 파탄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가.

 

김찬식이라면 익히 아는 이름이다. 서프라이즈 시절 오프라인에서 몇 번 만나기도 했었다. 하긴 김찬식 뿐인가. 드루킹이 서프라이즈시절 뽀띠였었다. 정치하겠다고 기웃거리다 패가망신한 놈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미키루크는 정동영 옆에서 박스떼기를 주도한 나부랭이였었다. 고작 인터넷따위에. 인터넷에서 얻은 명성 따위에. 자기들끼리 자가발전한 논리와 주장과 신념에 도취되어서. 결국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공희준이야 아마 지금 변희재와 같이 어울리고 있을 것이다. 공희준 자신도 말한 바 있었다. 다른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짓 말고 벌어먹고 살 방법이 없다. 인터넷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주체들과만 공감하며 자가발전하는 사이 정작 일상의 상식과는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정치가 사람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연마된 편협함이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것이다. 그 뿌리에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이제는 인터넷이 있다.

 

내가 기자 장용진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 이유다. 예전 권순욱이 그랬었다. 뭔가 도취된 것 같다. 당시 비슷한 행태를 보이던 자칭 논객들을 많이 보았었다. 과연 그가 하는 주장들에 진심이 담겨 있는가. 이제와서 이낙연이 이재명과 한 팀이 된다니 아예 그에 대한 지지마저 포기하고 반민주로 일관하는 자칭 문파들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이다. 너무 익숙하다. 너무 닮아 있다. 그래서 공희준도 결국 그 길을 가고 마는 것인가.

 

내가 그다지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최저임금이나 겨우 받는 일을 하면서도 오히려 진중권 나부랭이들에 대해 우월감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현실을 딛고 서 있다. 현실 위에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그 안에 내 글과 내 주장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롭다. 당당할 수 있다. 누가 뭐라든 내 삶은 오롯이 나의 소유로 존재한다.

 

모든 악은 확신에서 비롯된다. 의심없는 믿음이야 말로 모든 악의 시작일 것이다. 하물며 불신을 믿고, 증오를 믿고, 혐오를 믿고, 공포를 믿는다. 자칭 진보가 어찌 저처럼 수구의 주구로 전락했는가. 자기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 주장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때문이다. 허구는 허구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오래전 서프라이즈에 대해 내가 혼자서 했던 말이었다. 아마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다. 

 

병신은 병신이다. 어쩌면 오랜 깨달음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넓고 병신은 많다. 사람이 다양한 만큼 병신들도 다양하다. 그들을 정의할 한 마디는 오롯이 그들이 병신이란 사실 뿐이다. 과연 이낙연이 늦게라도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까. 오랜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 유쾌한 기억은 아니다. 결국 이리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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