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언론이 쏟아낸 대표적인 비판이 바로 물가의 인상이었다. 개인의 소득을 높이면 필연적으로 인건비가 오르며 물가 또한 따라서 오르게 된다. 일견 맞다. 그래서 나 역시 처음부터 소득주도성장을 인위적 인플레이션 정책이라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재정정책이든 통화정책이든 결국 개인의 소득을 높이면 통화량이 늘고 결국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가계부채도 일정부분 해결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닐 테지만.

 

경기가 어렵다고 오히려 지출을 줄이는 것은 그냥 앉아서 망하자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음식점을 하는데 손님이 적다고 재료비를 아끼려 들었다가는 그나마 있는 손님마저 내쫓고 만다. 사업을 하는데 당장 매출이 줄었다고 투자부터 줄이기 시작하면 더이상 미래는 없는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좋지 않다고 정부부터 지갑을 닫고 허리띠를 졸라내면 돈이 하늘에서 떨어져서 다시 경기를 살려주는가. 다만 그럼에도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투입한다면 생산과 소비 가운데 어느쪽에 더 우선해야만 하는가. 일본의 아베노믹스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의 부양책은 이 가운데 전자에 해당하는 정책들이었다. 먼저 생산을 늘리고 수출을 늘려 경제를 살리자.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당장 대외환경을 보더라도 이제와서 생산에 더 투자를 한다고 수출을 통해 다시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미 생산이 과잉된 국제환경에서 새삼 생산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고 얼마나 더 많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그에 비해 충분한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자영업은 물론 내수에 주로 의지하는 중견기업 이하에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제까지 외면해 왔던 소비자를 중심으로, 즉 민간소비를 책임지는 당사자인 국민의 소득을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높여줌으로써 소비를 살리고 그를 통해 생산자인 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처음 쓰는 정책이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카드발급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국민들은 카드빚으로 소비를 하고 침체되어 있던 국내기업들을 살려낸 바 있었다. 이번에는 재정을 통해 직접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정책들을 펴겠다. 당연히 그로 인해 물가가 오르면 기업들에게는 투자의 유인이 되고 가계부채도 비례해서 낮아지는 효과도 노려 볼 수 있다.

 

물론 개인이나 가계의 입장에서 물가가 오르는 것은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당장 내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니까. 그러나 한 편으로 물가가 오르는 것보다 수입이 더 오른다면 그 또한 크게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물가가 얼마나 오르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득증가에 비해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한 마디로 지금 물가가 충분히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소득주도성장 자체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시장에 더 많은 돈이 풀리고 그래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어야 시장에서도 물가가 오르게 된다. 그런데 아직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직 충분한 만큼 개인들에게까지 돈이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그래서 묻는다. 과연 지금 상황에서 개인의 소득까지 줄이면 물가는 더 오를까? 아니면 지금보다 내릴까?

 

디플레이션이 걱정된다고 한다. 물가가 오히려 하락하며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들 것을 걱정한다. 그래서 그대로 돌려준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 장차 물가가 급격하게 오를 것이다. 디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것을 뜻한다. 소비가 위축하며 재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가를 올려야 한다. 그러면 물가를 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에도 말했지만 생산자인 기업들에 돈을 풀어봐야 물가하락의 유인만 더 커질 뿐이다. 물가인상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가처분소득을 국민 전체가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재정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바로 소득주도성장이다. 국제무역이 위축된 만큼 인구 5천만의 시장이라도 내수시장을 통해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만든다.

 

경기침체라는 것은 무려 30년 동안 오히려 평균임금이 하락하고 있는 일본과 같은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다. 30년 전에로 라멘 가격이 500엔 전후였던 것 같은데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그만큼 소비도 위축되고 내수도 침체되어 있다.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수출을 통해 얻은 이익이 소비주체들에게 재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정부의 재정적인 부담만 더 커지고 있다. 그나마 일본은 돈을 찍어서라도 시장에 쏟아내고 있는데 한국은 그마저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지금 보수언론과 정치권의 주문인 것이다. 제대로 문제인식은 하고 있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에서, 아니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시절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한결같이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해 온 이유인 것이다. 수출주도의 정책으로는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었다. 내수를 살리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경제에 미래는 없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5천만 인구에 어울리는 내수시장을 가져야만 한다. 결국 그 성패의 여부에 출산률 등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걸려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개인들이 마음놓고 소비할 수 있을 만한 소득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인가. 최소한 나는 한 달 소비를 거의 두 배 가까이 늘린 것 같지만.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면서 재정축소를 주장한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경고하면서 확장재정정책을 반대한다. 돈을 써서는 안된다. 시장에 돈을 풀어서는 안된다. 여전히 생산자만을 바라보면서. 그래서 사 줄 사람이 없는데 생산자들에만 돈을 풀면 경제가 돌아가는 것인가. 최소한 현대가 보수언론들과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알겠다. 기껏 개발한 수소전기차를 언론이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경제기자는 경제를 알고 기사를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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