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수구언론과 정치권을 욕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원래 저들의 스탠스가 저랬었기 때문이다. 한결같았다. 심지어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진실을 알리기 전까지 아예 없는 일인양 철저히 묻어두고 있었다. 박근혜의 위안부협상은 그같은 수구정권이 지향해 온 연장선상에서 내려진 결론 같은 것이다. 차라리 그런 것 다 알면서 지지한 놈들을 욕하지 지들 그러겠다고 처음부터 떠들던 놈들 욕해 무엇하는가.

 

다만 그럼에도 평소 정의로운 척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던 자칭 진보들이 좋아라 그런 수구의 농간에 가세한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동안 몇 번이나 말해 온 것처럼 사실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은 예정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여성주의의 뿌리가 무엇인가. 한국 여성주의의 시작에 어떤 이들이 있었는가? 친일파들이었고, 해방 이후에는 친독재세력들이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여성주의자들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돌이켜 보라. 그런데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여성주의가 진보적 지향의 하나로 여겨지면서 여성주의 또한 어느새 진보로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역시 친일, 친독재, 친재벌, 친기득권의 있는 자들의 놀음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기회가 되었으니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박근혜의 위안부협상을 정당화하고 친일과 친독재에 부담이 되는 위안부의 역사를 지워야 한다.

 

설마 한겨레가 몰랐을까? 아무리 정의당이 몰랐었을까? 자칭 진보쪽 인사들이면 어떻게든 시민단체들과 거의 연결되어 있고, 알음알음으로 내부사정 정도는 어느 정도 전해듣는 것이 있는 것이다. 몰라서 수구언론의 공세에 부화뇌동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었고 취재까지 했음에도 의도적으로 수구언론과 보조를 맞췄던 것이었다. 왜이겠는가? 바로 베를린에서 소녀상 철거하는 과정에서 정의연 논란이 중요한 근거로 쓰인 정황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끝장내자. 아예 역사로 파묻고 더이상 언급되지 않게끔 만들자. 지금도 대부분 사람들이 정의연 뿐만 아니라 위안부라 하면 정의연의 회계부정부터 떠올리며 부정적인 감정을 내보이는 중이다. 뭔가 불편하고 귀찮다. 그러니까 아무렇게든 시끄럽지 않게 원만히 끝내자. 박근혜 위안부협상 그런 점에서 잘했네. 정의연이 나섰으니 뭔가 문제가 있었겠네.

 

바로 여성주의가 지배하는 자칭 진보의 미래인 것이다. 벌써 정의당만 봐도 차마 국민의힘도 눈치보여서 대놓고 하지 못하는 말들을 대신해서 열심히 떠들어주고 있는 중이란 것이다. 유력 여성주의 지식인인 이수정이 당당히 국민의힘에 몸담는 것을 보라. 여성주의의 아이돌 김재련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중인게. 김재련 비판하면 모든 자칭 진보가 들고 일어나 공격해댄다.

 

한 편으로 여성주의가 제자리를 찾아가듯 진보 역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래 록이란 무산자들의 음악이었다. 힙합 역시 가진 것 없는 할렘가 부랑아들의 음악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땠는가? 돈 많아 해외에 유학을 갔거나, 혹은 외국에서 살다가 돌아왔거나, 한국인이더라도 비싼 오디오 들여놓고 악기도 살 정도 여유있는 놈들이 유희로 즐겼다. 진보는 다를까? 그놈들의 가난에 대한 경멸과 혐오를 보면 참... 

 

베를린 소녀상 철거에 대해 들으며 그저 저들이 바라던 대로 이루어지는구나 싶었다. 그런데도 위안부운동의 역사 자체를 부정하던 놈들이 위안부문제로 다시 떠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오히려 환멸만 더 깊어진다. 저따위 놈들이 마음대로 떠들 수 있는 것이 위안부문제였던 것인가. 이용수씨의 목적 하나는 확실하기 이루어졌다. 정의연이 주도한 위안부운동은 철저히 부정되기 시작했다. 축하드린다. 이건 저들이 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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