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버뮤다 삼각지대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때 꽤 유명했었다. 신비한 실종과 사고가 빈번한 곳이라고. 그래서 많은 SF나 판타지에서 외계인이나 초고대문명, 혹은 이세계로 이동하는 통로가 있으면 거의 여기로 설정되고는 했었다. 알 수 없는 존재나 작용이 이 지역을 오가는 배나 비행기 등을 일부러 공격하거나 빨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다른 지역도 대충 삼각형 그려놓고 그 안에서 일어난 사고들을 찾아봤더니 버뮤다 삼각지대와 다르지 않더라.

 

원래 미신이라는 게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시합 도중 속옷을 갈아입었더니 졌더라. 그래서 시합과 속옷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돼지꿈을 꾸었더니 복권에 당첨되었더라. 역시 인과관계가 없다. 조상묘를 바꿔 썼더니 벼슬이 높아졌다더라. 이름을 바꿨더니 좋은 취직자리가 생겼다더라.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마따나, 기모란 교수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하루에만도 수 백 명의 사람이 여러 이유로 죽어나가는데 죽은 시기가 공교롭게 비슷하다고 백신이 원인이라 말할 수 있는가.

 

우리 외할아버지가 주무시다 돌아가셨다. 전날 저녁까지 멀쩡하다가 다음날 아침에 깨어 보니 이미 돌아가신 뒤셨다. 친할머니 역시 밭일을 하다 말고 피곤하다고 돌아오셔서는 그냥 누워서 주무시듯 세상을 떠나셨다. 사람의 목숨이란 게 그런 것이다. 언제 어느때 어떻게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 심장이나 뇌 쪽에 아주 작은 이상만 있어도 그로 인해 바로 숨이 끊어지거나 위독한 상태가 되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최근 유명을 달리한 택배기사 분들도 워낙 택배기사들 고생하는 걸 아니까 과로사라 부르는 것이지 앞뒤맥락 다 빼고 보면 역시나 어제까지 멀쩡히 배달 잘 하다가 오늘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직전에 백신이라도 맞았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20대 건장한 청년마저 일마치고 돌아와서 목욕하던 도중 세상을 떠나는 일도 일어나고 하는 것이다. 매시간 매분 건강상태를 꼼꼼히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아무 조짐 없이 예고 없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았다고 그 원인을 바로 특정할 수 있는 것인가. 오죽하면 돌연사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있다. 어느날 갑자기 아무일없이 쓰러져서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그만큼 현실에서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쓰러지기 직전 밥을 먹었으면 밥이 문제이고, 친구와 전화를 했으면 전화가 문제며, 숨을 쉬었더니 숨쉰 게 원인이 되어 세상을 떠난 것인가. 그러니까 언론에서도 '백신 접종 후'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비겁하다. 백신이 원인이라고 밝혀진 것도 아닌데 백신을 앞에 붙임으로써 백신이 원인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원인은 하나다. 대한민국을 코로나로부터 지켜내고 있는 질병관리청을 무력화시키자.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노골적으로 그 의도가 드러난 바 있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정은경 청장을 집중해서 공격하고 있었다. 올 초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이래로 거의 한결같았었다. 어떻게든 가짜뉴스를 만들어내어 당국의 방역을 훼방놓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려야 한다. 더 많은 확진자들을 내어 국민의 건강을 위험으로 내몰므로써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현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한다. 어제 국정감사에 대한 보도에서 알 수 있듯 언론에게 현정부는 악 그 자체다. 윤석열을 추종하는 이유도 현정부의 악을 응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없이 어떻게 청와대가 저지르는 부정과 범죄들을 찾아내고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인가. 한겨레 기자가 직접 방송에 나와서 했던 말이다. 도대체 저들은 어떻게 청와대으 부정과 범죄들에 대해 저토록 확신을 가지는 것일까.

 

그러나 청와대는 악이기에 그 악을 무찌르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한겨레든 정의당이든 차마 국민의힘이 강조해서 말하지 못하는 광화문집회에 대해 허용해야 한다 강하게 주장하고 나서는 것이다. 코로나19를 더 확산시켜야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감염되고 수 만의 사람이 죽어나가도 그는 대의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점을 찍는다. 선을 잇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난 사건사고가 매우 빈번하며 신비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지금 독감 백신 논란은 언론이 만들어낸 방역당국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버뮤다 삼각지대인 것이다.

 

반드시 죽어야 할 사람이 죽는 것이 아니다.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일 것인데. 더구나 노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무일 없이 일상을 보내다가도 조용히 잠들 듯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죽음을 부러워하며 자기도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라기도 하는 것이다. 기왕에 죽을 것이면 아프지 않게 오래 앓지 않으며 한순간에 잠들 듯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 

 

더불어 모든 의약품에는 부작용이란 게 있다. 약효가 좋은 만큼 더욱 그 부작용도 큰 경우가 많다. 그러면 어째서 그런 부작용이 있는데 그 약품을 사용하는 것인가. 그런 위험을 감수할만큼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1300만명의 접종자 가운데 몇 명이나 백신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확률로 따지면 0 다음에 0을 다시 몇 개나 붙여야 하는 가능성인 것이다. 이렇게 한꺼번에 다수의 사람이 백신을 접종한 경우도 드물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불과 얼마전까지 상온에 노출되었던 백신 가지고 지랄을 하더니만 결국 아무일 없는 것으로 밝혀지니 아무거라도 트집거리를 찾아서 기사를 쏟아낸다. 저놈들은 지금 한국이 유럽이나 미국처럼 코로나19로 패닉에 빠지지 않은 게 불만인 것이다. 그러니까 뭐라도 꺼리를 찾아서 질병관리청을 공격해야 한다. 냉정하게 이성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을 감정과 본능으로 선동하려 한다. 언론은 개혁이 아닌 박멸의 대상이라는 이유다. 좋은 기자는 다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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