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그러고보면 말이 진보정당이지 정의당에 남은 진보적 가치가 무엇인가 의심스러운 상황이기는 하다. 역시 심상정이 민주당 2중대란 이야기를 꺼낸 이유이기도 하다. 남북문제든 노동문제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이슈이든 대부분 논의는 민주당으로 수렴되어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정의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민주당 정부에서 노동자의 임금을 높이고, 처우를 개선하고, 정규직을 늘리려 하는 중이다. 남북문제도 해결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책들도 마련하고, 그를 위해 보수언론과 보수정치권과 앞장서 싸우고 있는 와중이란 것이다. 아무리 순수한 진보의 목소리를 낸다고 그 치열한 현장에서 정의당의 목소리가 먹힐 리 있겠는가.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더구나 그동안 정의당의 주요한 지지기반이 되어 왔던 노조와 시민단체들까지 다수 민주당에 합류하면서 진보정당이라지만 내세울만한 진보적 아젠다가 아예 없다시피 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오죽하면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이슈에서조차 정의당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고 있었겠는가 말이다. 뭐라 떠들기는 했을 텐데 그러나 나같은 소시민의 귀에까지 들리기에는 너무 미약했고 그다지 잘 와 닿지도 않았다. 노동이슈마저 정의당의 손을 떠났다면 이제 정의당에 남은 진보적 아젠다란 무엇이 있겠는가. 그래도 민주당보다는 자기들이 더 낫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미래통합당과도 손잡을 수 있는 명분이 되어 줄 아젠다여야 한다. 뭐겠는가? 당연히 여성주의지.

 

바로 앞서 쓴 글의 보충이다. 어째서 심상정은 자기 당의 당원들마저 입장을 달리한다고 모두 내보내려 하고 있는가. 그렇게까지 해가며 정의당에 남기고자 하는 순혈과 순결이란 과연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에 대해서조차 과거 동지로서의 의리마저 뒤로 하고 오로지 고소인 여성의 편에서 함께 하겠다. 그를 통해 민주당과 차별화하고 미래통합당과 다시 한 번 야권연대를 이루겠다. 보통 사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절반이 여성이고, 그 여성 가운데 상당수가 여성주의에 관심을 가진다면 자신들이 그들의 중심에 서서 미래통합당과 한 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거꾸러뜨리는데 힘을 보태겠다. 그래야 진보의 아젠다들을 모두 회수할 수 있으니.

 

어찌보면 불쌍한 처지인 것이다. 민주당이 앞장서서, 심지어 주도해서 다수의 진보적 아젠다들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니 말로만 떠드는 정의당의 목소리따위 어디서도 들리지 않게 된 것이다. 진중권이 미치고 홍세화가 날뛰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로만 떠들던 시절을 끝났다. 입으로만 떠들어도 평가받고 대우받던 좋은 시절은 이제 끝났다. 50에도 못 미치는 다만 20이나 30일지라도 실제 현실에서 이루어낼 수 있는 정치의 시절이 왔다. 그래도 나름대로 살자고 발악하는 중인 것이다. 더구나 그렇게 하면 언론들의 예쁨도 받을 수 있다. 진중권이 입증해 보이지 않았는가. 언론이 원하는 말을 해주면 언론의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 수가 낮지는 않다. 인간이 더러워서 그렇지. 나름대로 큰 그림이다. 정의당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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