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 역시 정시확대에는 부정적이다.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줄세우기에서 돈의 위력을 확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라는 걸. 그냥 책상 앞에 앉아 교과서만 달달 외운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참고서 쌓아놓고 죽어라 문제만 풀면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최상위층에서는 그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바로 차이가 드러난다. 어떻게 공부하고 무엇을 공부하고 무엇보다 누가 공부하는가에 따라서.

 

괜히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역대정부에서 수시를 확대해 온 것이 아니란 것이다. 벌써 20세기에 명문대 입학생의 대부분이 있는 집 자식들이란 사실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었다.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충분한 영양관리, 체력관리, 정서관리까지 받아가면서, 고액의 수업료를 받는 최고의 과외선생으로부터 오로지 입시만을 위한 교육을 받는다. 강남 집값이 괜히 뛴 것이 아니다. 학군도 학군이려니와 대치동 학원가는 그 명성이 여전히 대단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국민이 바란다면 따르는 것이 옳다.

 

물론 줄세우기 교육에 반대하는 진보적인 교육감이나 교육계 인사들, 혹은 시민들, 무엇보다 전교조에서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과연 현정부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쓸 의지와 용기가 있을 것인가.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문재인 정부가 지난 참여정부에서 직접 겪으며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진보와 좌파는 오로지 반대할 때만 자신들의 이념과 성향을 드러낸다. 찬성할 때는 어용소리 들을까봐 철저히 침묵하거나 그 와중에서도 공격할 수 있는 틈을 찾으려 들 것이다. 당장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을 주장하면서도 혹시라도 어용소리 들을까봐 보수언론과 합을 맞춰 정부를 비판하는데만 열을 올렸던 한겨레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고서는 여론에 밀려 정책을 후퇴시키면 기회랍시고 더 기세가 등등해서 비난하고 나선다. 문재인 정부가 그런 사실을 과연 모를 것인가.

 

전혀 도움이 안되는 집단이란 것이다. 애시당초 현정부를 지지하는 집단도 아니다. 무조건 권력이라면 부정하고 비난하며 끌어내려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이다. 그들과의 협력이 장차 현정부의 정책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진짜 이후 국정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이들을 버리더라도 국민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당연히 혼자 살다 보니 수험생을 자식으로 둘 일이 없는 터라 쉽게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조국 국면으로 흔들리는 지지층을 다잡고 떠나간 중도층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다. 조국 전장관으로 인해 촉발된 사회적 불공정 문제에 대해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수단이 없다. 미친 놈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바보가 되라. 대세를 거스르려 하기 보다 조금 부족해도 흐름을 따르는 것이 옳을 수 있다.

 

진보와 좌파에 대한 회의는 아마 현정부와 여당에서도 상당할 것이다. 그래서 지난 총선 직전 영입한 인사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이념적으로 상당히 보수에 가까운 중도의 인물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기도 했었다. 진짜 선거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이들이다. 그동안 진보와 좌파의 이름으로 해 온 일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보수정당은 내버려두고 민주정당의 멱살을 잡아 끌어내리기에 급급했다. 지금은 그런 이념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벌써 중도적인 여론들이 바로 반응해 오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조국 국면의 여파로 현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주도 아래 가시적인 성과만 나오면 의미있는 변화를 불러 올 수 있을 것이다. 원래는 유은혜 부총리가 대통령이 대책을 세우라 했을 때 바로 했어야 하는 일인데 이마저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무능하면 답이 없다. 어쨌거나 정치를 모르기에 더욱 정치에 능숙해질 수 있는 대통령일 것이다. 선택은 옳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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