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들 하고 있다는 게 공무원을 움직이는 것은 정당의 지지율이 아니다. 국회에서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든 공무원들이 알 게 무언가. 인사권을 가진 것은 장관이고 그 장관을 임명하는 것이 대통령인데.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 따라 자신들의 앞날도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자기가 무사히 승진도 하고 좋은 자리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행동과 사고의 기준까지 달라진다.

 

미래통합당이 아무리 더불어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높아도 지금 미래통합당 소속이거나 출신인 정치인 가운데 차기 대선후보로 지지율 10%라도 받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당의 지지율은 35%를 넘어가는데 정작 대선후보 지지율은 당 소속도 아닌 현직 검찰총장 윤석열이 7% 넘게 받고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지지율 40% 밑으로 내려갔다고 함부로 덤비고 게기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다고 당장 누군가를 밀어서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들을 넘어설 정도로 만들 가능성이라도 보이면 모르겠는데 윤석열조차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금 미래통합당이 받는 지지도 단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발이지 온전히 미래통합당을 지지해서는 아니란 것이다. 도대체 뭐가 그리 두려운가.

 

그런 점에서 이재명의 존재가 참으로 고맙고 소중하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이재명 같은 인물이 열린우리당 안에 있어서 노무현과 긴장관계를 이루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오히려 노무현 정부보다 더 과격하고 더 급진적인 주장을 실제 행동까지 동반해서 보이는 인물이 있었다면, 더구나 차기 유력 대선후보이기까지 했다면 그렇게까지 보수진영이 노무현 한 사람만 집중해서 공격했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낙연까지 추월했다. 오로지 자기 실력만으로 어느새 차기 대선주자 1위에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주장하는 바가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그것보다 더 선명하고 강경하다. 행동력까지 겸비했으니 더 위협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언론이 이재명의 존재를 감추려 하는 이유다.

 

덜떨어진 문빠들이야 이재명이라면 이를 갈겠지만 이재명 같은 인물이 전면에 나서 주어야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 입장에서도 입지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재명보다는 온건하다. 이재명보다는 타협적이다. 한 편으로 민주당 안에는 이재명처럼 선명하고 강경하며 행동력을 겸비한 또다른 주장도 존재한다. 문재인 아니어도 이재명이 그 뒤를 이어 민주당의 정권을 이어갈 수 있다. 결국은 이 모든 것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자산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문재인과 이재명이 서로 긴장관계에 있으면서 외연을 넓히고, 서로 협력하면서 신뢰를 키운다. 그 앞에서 윤석열 검찰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차라리 조국이 더 나았던 것처럼 차라리 문재인이 더 나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냥 문재인과 이쯤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검찰을 위해서도 낫지 않겠는가.

 

정의당처럼 작은 정당이야 하나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 정의당만한 정당에서 서로 정책이 다르고 지향이 달라서 싸움만 하고 있다면 그저 콩가루가 되고 말 뿐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아니다.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주장들이 치고받고 싸우며 세간의 이슈들을 모조리 민주당이란 거대한 그릇 안에 흡수해 담아낸다. 미래통합당 지지자조차도 심지어 민주당 안에서의 논쟁에 끼어들어 누가 옳네 누가 그르네 간섭하기 시작하게 된다. 정의당이 망한 이유다. 정의당이 제기한 이슈조차 민주당 안에서 논쟁이 시작되면 민주당이 모두 흡수해 가져가고 만다. 지금 민주당의 위기는 그런 이슈파이팅이 민주당 안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은 있는데 이슈가 없다. 법안은 있는데 논리와 주장들이 사라졌다. 그래서 이성으로 판단하기보다 정책과 법안들에 대한 직관적인 반응이 지배하게 된다.

 

이재명이 정책이슈를 던지면 다른 정당이 아닌 민주당에서 받아야만 한다. 이재명과 청와대가 논쟁하며 때로 갈등하고 때로 협력해서 정책을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이재명만이 아니다. 이낙연도 김부겸도 김경수도 가능한 모든 구성원들이 그런 논쟁들을 건강하게 이끌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싸움이 아니다. 결국 그럼에도 결론이 내려지면 당론으로 모두가 따른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또한 정당정치의 기본이기도 한 것이다.

 

아무튼 그래봐야 이재명 이낙연 합치면 30%의 지지율에 다른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 그냥 웃음만 짓게 만든다. 여유를 부려도 좋다. 다만 여유가 느슨함이어서는 안된다. 더욱 강하게 조이되 조급하지 않은 것이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과정을 거치면서 그러나 확실하게 결과로써 보여준다. 차기 대권을 예약해 두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현재 무슨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총선은 4년 뒤고 대선은 2년 남았다. 간단한 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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