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쯤 이재명 지사가 SNS등을 통해 언론플레이를 펼치며 치고나가는 상황에 대해 이낙연 대표에게 그리 조언한 바 있었다. 물론 이런 약소블로그의 글따위 조중동만 읽으시는 이낙연 대표가 신경쓸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낙연이라는 인물에 대해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입장에서 참지 못하고 한 마디 적었었는데 그 내용인 즉 그랬다. 대군을 이끄는 지휘관에게는 그에 맞는 태도와 전략이라는 게 있다.

 

저 유명한 황산벌 전투에서 계백의 5천 결사대는 김유신의 5만 대군을 맞아 10번 싸워 10번을 이겼다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 한 번의 싸움에서 패하며 결국 계백 자신도 5천의 결사대와 함께 비장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었다. 어째서 10번이나 싸워서 이겼으면서 끝내 전멸한 쪽은 계백의 백제군이었던 것일까? 삼국지에서도 제갈량이 5차례나 북벌을 하며 상당한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결국 이룬 것 없이 진중에서 죽고 말았었다. 상승불패의 진경지 역시 압도적인 국력의 북위를 상대로 47차례나 승리하고 낙양까지 함락시켰지만 결국 상당한 병력을 잃고 머리까지 민 채 도망치지 않으면 안되었다. 

 

강자를 상대로 약자가 거둘 수 있는 승리란 한계가 있지만, 반대로 강자가 약자를 상대로 한 번이라도 승리를 거둘 경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강유가 조수전투에서 수만의 위군을 참살했지만 결국 단곡에서 한 번 패하자 더이상 위를 상대로 공세를 벌일 여력이 사라진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나폴레옹 역시 유럽연합군을 상대로 몇 번이나 큰 승리를 거두었지만 결국 러시아에서 한 번 패하고 난 뒤에는 소소한 승리에도 몰락을 막기에 역부족이었었다. 이재명이 아무리 혼자서 날뛰어봤자 고작 홍남기나 살짝 건드릴 뿐이지만 이낙연이 민주당 전체를 움직여 나서면 문재인 대통령도 그 의중을 아예 무시하기 힘들다. 이낙연이 최고위원들을 소집한다 했을 때 긴장했던 이유였다.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이상한 결론이 나면 문재인 대통령이 더 곤란해질 수 있다. 그러면 강자의 전략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10번을 져도 한 번만 이기면 적을 아예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아니 피해의 정도만 치명적이지 않으면 그 이상 패배를 당하더라도 얼마든지 다시 회복해서 상대를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다. 따라서 차라리 대군을 이끌고 있으면 무리하게 요행수를 바라기보다 정석을 밟아 피해를 최소화하며 확실한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운용하는 것이 최선인 것이다. 기기묘묘한 책락으로 적을 농락하는 지장보다 확실하게 군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원칙을 지켜 운용할 수 있는 관리형 지휘관이 더 유용할 수 있는 것이다. 몽고메리나 아이젠하워의 지휘스타일이 딱 그랬었다. 롬멜의 지휘관의로서의 역량 역시 탁월했지만 영국이 가진 전략적 우위를 확실하게 알고 이용할 수 있었던 몽고메리를 당할 수 없었다. 다소간의 피해가 있어도 결국에는 영국군이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대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재명이 백날 떠들어봐야 의회에서 개혁법안 하나 통과시키느니만 못한 것이다. 이재명이 아무리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을 주장해봐야 선별지원금으로 영업이 중단된 자영업자들에게 개인당 3천만원씩 지급하겠다 당정협의를 통해 결정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보편적 지원금 가구당 100만원보다야 영업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금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그만한 힘이 180석 여당에게는 있고, 당대표인 이낙연에게는 그 힘을 움직일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이 주어져 있다. 그러면 무엇부터 해야겠는가.

 

그래서 이낙연의 지능문제를 들먹이는 것이다. 180석 여당을 이끌고 있다면 그에 걸맞는 사고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 전략과 성과를 추구해야 한다. 사면론을 진정 자신의 아젠다로 삼으려 했다면 먼저 당내 의원들을, 최소한 최고위원들이라도 설득해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그를 바탕으로 대통령을 설득해서 동의를 받아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끄럽기만 한 논쟁적인 선언은 오히려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이던 안정감마저 불안함으로 바꾸는 최악의 수였던 것이다. 확실히 180석 의석의 여당이란 이낙연에게는 너무 과분한 짐이었던 것일까.

 

아마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조급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내야 할 성과들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그리 의미가 있는가. 사법개혁과 언론개혁이라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떤 가치가 있을 것인가. 재난지원금따위 주지 않아도 국민들은 알아서 먹고 산다. 그러면 뭘 해야 할까? 그래서 이재명이 돋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이낙연의 사면론은 그런 점에서 이재명을 돋보이기 위한 먹잇감밖에 되지 않았다. 참모들부터 갈아치우기 바란다. 저따위 조언을 하는 놈들이라면 있어봐야 해악만 될 뿐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다음달까지 검찰개혁 입법을 완료할 것이란 워딩 좋았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발언도 상당히 전향적이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지금까지 잃은 점수를 만회하려면 이재명과 정세균이 주장하는 보편적 지급보다 한 발 더 나간 보다 혁신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말한 재난지원금 액수의 현실화다. 폐업한 헬스장 사장을 비롯한 영업중단으로 피해를 본 모든 자영업자에게 최대 수천만원까지 지급하겠다. 그렇게 홍남기 부총리를 압박해서 동의를 이끌어내겠다. 그런 싸움이라면 당대표가 대통령을 힘으로 눌러 꺾었다고 뭐라 할 지지자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정도가 되어야 차기 대권을 약속받은 사람으로서 지지자들의 확신도 얻을 수 있다.

 

180석의 민주당 의석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도 살펴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소한 논쟁이나 비판 정도는 그냥 무시해도 된다. 정의당이 뭐라 하든 국민의힘이 뭐라 하든 즈려밟고 갈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여론이 반대해도 결과로써 보여주면 된다는 확신 또한 필요하다. 그것이 리더십이다. 명장이란 잘 싸우는 지휘관이 아니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지휘관이다.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이재명이 싫기는 진짜 싫은 모양이다. 이미 떠나버린 이낙연을 붙들고 이따위 글이나 쓰고 있으니. 이낙연과 이재명을 제외하고 당장 눈에 띄는 후보가 없다. 정세균은 오래전부터 눈여겨 봐 오던 인물이기는 한데 역시 안정감이라는 면에서 이낙연의 하위호환이다. 그나마도 최근의 이낙연보다는 나아 보인다는게 함정이긴 하다. 박주민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으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아주 저버리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내 마음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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