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는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다. 그 말은 곧 세계경기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내수에 비해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에 세계경기가 요동치면 그 영향이 바로 한국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지금 세계경제는 어떠한가. 국제무역량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가장 거대한 두 개의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마저 꺾이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주력수출품이 바로 반도체인데 그 반도체를 가장 많이 사들이던 나라가 어디였는가. 그리고 지금 어디와 어디가 무역전쟁중이고 그로 인해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가.

단순히 인건비 좀 줄인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보다 인건비가 훨씬 낮은 중국마저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인건비가 한참 싼 해외에 세워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마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란 것이다. 그런데도 그저 당장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노동자의 임금만 낮추고 복지도 줄여야 한다. 정확히 기업의 이익이라기보다는 사주의 이익이다. 굳이 기업의 매출이 더 크게 늘지 않더라도 지출만 악착같이 줄이면 주주가 가져가는 이익만은 지금보다 더 늘릴 수 있다. 과거 미국의 경영자들이 자신의 목줄을 쥔 주주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흔히 하던 짓거리 가운데 하나다. 노동자를 대량으로 해고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그 만큼을 배당으로 돌려 주주를 기쁘게 만든다. 하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수였을 것이다. 괜히 지금 미국의 제조업이 죽었다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살기 위해서는 어찌되었든 생산된 제품을 팔아야 한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길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 팖으로써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생산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누군가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사주어야 한다. 누구일까? 세계경기가 악화되어 무역 자체가 정체된 상황에서 누가 기업이 생산한 제품들을 여전히 사 줄 것인가. 당장 내수가 부진한 상태에서 경제 망한다, 나라 망한다, 돈쓰지 마라, 지갑 닫으라, 오로지 하나 아파트만 사라. 누구를 위한 긴축인가. 심지어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마저 반대하고 있다. 세계경기가 한 순간에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최저임금 낮춘다고 무역량이 갑자기 늘어날 것도 아닌데 그저 줄이고 줄이고 또 줄이라. 아끼고 아끼고 또 아끼라. 그러면 그렇게 줄이고 아낀 다음은 무엇인가.

말한 바 있다. 소비주도성장은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정책이 아니다. 이미 산업화의 초기에도 주로 내수를 통해 기업들은 성장하고 있었다.  IMF 이후에도 카드빚에 은행대출에 빚을 내서 겨우 소비를 늘리고 있었다. 그마저 한계라는 것이다. 소비를 늘려야 하는데 정작 노동자의 소득을 늘려서는 안된다. 노동자의 소득은 지금보다 더 억제해야 한다. 결국은 빚을 내라. 대출을 늘리라.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더이상 빚을 낼 여력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더이상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라는 것인가. 상품을 사 줄 소비자가 없는데 기업은 어떻게 매출을 올리려 하는 것인가. 결국에 매출 없이도 자기가 가져가는 돈만 지키면 되는 사주의 이익 말고는 어떤 가치도 의미도 그런 주장들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에 자영업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소비는 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적으로도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소비성 자영업의 비중이 너무 높다. 소비가 없이는 자영업 자체가 버틸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도 그저 임금만 억제해서 지출을 줄이면 나라 경제가 산다. 무엇으로? 어떻게?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세계무역마저 침체되어가는 현상황에서 단지 임금만 낮춘다고 과연 어떤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인가. 차라리 그렇게 나라경제가 걱정이고 기업이 걱정이면 지면을 통해 소비캠페인이라도 벌리는 것이 낫지 않은가. 말 그대로 빚을 내서라도 소비하는 것이 애국이고 나라가 사는 길이다. 그러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의도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있어야 소비도 있다. 너무 당연하다. 그 당연한 사실을 외면할 결과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다. 소득 없이 소비케 한다. 빚을 늘리고 거품을 만든다. 경제를 위태롭게 만든다. 지난 수십년 그렇게 임금을 억제한 채 소비만 늘려 온 결과가 지금의 위태로운 지경까지 이르고 만 가계부채인 것이다. 소득 없이는 소비도 없다. 소비 없이는 기업의 매출도 없다. 매출 없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시도가 없다. 새로운 도전도 없다. 비빌 언덕이 없다. 한국만한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에서. 그런 걸 기사라고 쓴다. 심지어 전문언론에서. 비판과 과거회귀 말고 어떤 미래의 비전도 없다. 그래서 한심한 것이다. 우습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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