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안 흑산도 사건을 보면서 문득 떠올렸다. 폐쇄집단의 정의를 이야기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이를테면 어떤 이슈가 있다. 그러면 당연하게 개인들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가서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생각해?"


자신의 생각에 다수가 동의하면 그것이 곧 정의다. 그러므로 자신은 옳다. 그러므로 자신과 다른 의견은 틀렸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쉴드'다. 도저히 옹호할 수 없는데 옹호한다는 뜻이다. 변호할 수 없는 대상을 변호한다는 뜻이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너희는 틀린 답이다. 우리가 옳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뿐이다. 인터넷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라고 해봐야 고작 수십만 정도다. 전체 인구에서 수십만이면 여전히 많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이라 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커뮤니티도 인터넷을 벗어나면 얼마든지 있다.


정보의 바다라지만 의외로 경계를 갖는다. 경계가 없지만 의식이 경계를 만든다. 여기는 이런 성향이다. 여기는 이런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오히려 이동이 자유롭기에 자기 입맛에 맞는 곳을 찾아간다. 그래서 확인한다.


"어떻게 생각해?"


그것이 과연 남혐인가. 아니면 여혐인가. 여성차별인가. 아니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인가. 그런데 그것을 여성에게 묻는다. 남성에게 묻는다. 객관화되지 못한 편향된 개인의 성향에 물어본다. 답은 정해져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동의하므로 그것이 정의다.


오프라인과는 전혀 상관없이 온라인에서만 남혐여혐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많은 이슈들이 그렇다. 오프라인에서는 오히려 조용하다. 자기연마다. 자기단조다. 첨단화된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비슷한 말들만 주고받다 보니 불순물이 사라진 순수한 극단만이 남게 된다. 인터넷은 섬이 된다. 오프라인에서는 문제가 되어도 온라인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는 문제가 되어도 자기들끼리는 문제가 안된다. 자기들이 보증한다.


그러고보면 일베라는 것도 그렇게 시작되었을 것이다. 극단의 논리와 비슷한 극단의 논리와 만난다. 자기들끼리 그것이 정의임을 확신하게 된다. 서로 자기들만의 근거와 논리를 주고받는다. 확신을 갖는다. 그러므로 이것은 옳다. 너희가 틀렸다.


인터넷은 섬이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인터넷이라는 바다 위에 스스로 자신을 격리한 섬이다. 섬의 정의다. 자기가 편한 자기가 안전한 자기에게 동의하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일부러 찾아간다. 고착된다. 정체된다. 정체는 정체다.


인간의 의식이 가진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본능이다. 원래 인간은 아주 작은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던 존재였다.


나와 같네, 너와 다르네. 너의 생각은 모두와 다르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우리는 이것이 옳아. 바뀌지 않는다. 지겨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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