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새삼스럽지도 않다. 유관순이 어떻게 독립운동의 상징이 되었는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치다 순국한 여성운동가가 유관순 말고도 많았었다. 그 가운데는 어쩌면 더 크고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들도 적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유관순만이 기억되고 있는 것인가? 별 것 없다. 해방이 되고 새로운 권력과 결탁한 이화여대 출신들이 자기 모교에도 독립운동가가 있지 않을까 찾아보니 결국 거스르고 거슬러 유관순 하나가 나오더라는 것이다. 유관순 정도를 제외하면 일제강점기 이화여대의 존재란 그저 친일파의 자식들이 대를 이어 친일을 하던 온상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해방이 되고 김활란을 주축으로 낙랑클럽을 열었고, 지금도 김활란을 계승하고자 발악하고 있는 것일 게다.

 

4.19 당시 다른 대학들 모두 수업을 거부하고 교수들까지 거리로 나섰는데 이화여대만 미적거리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80년대 모든 대학들이 반독재투쟁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오로지 이화여대만은 패션의 첨단을 걷고 있었다. 그때 이화여대에서 전통처럼 이어지던 행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청년장교들과 함께하는 댄스파티였었다. 그리고 그런 이화여대 출신들이 다시 세상으로 나오면 혼인을 통해 유력자와 연결되며 그를 배경삼아 여성주의의 선봉에 서고 있었다. 군대를 갔다 온 예비역 청년이 자기도 군대 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처럼 청춘을 즐기며 자신의 미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말했을 때 경멸어린 표정으로 '그래서요?'라 반문할 수 있었던 정신머리는 바로 그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자신들은 뿌리부터 다른 신분이다.

 

아니나다를까... 물론 그렇지 않은 이화여대 학생이나 졸업생들도 그동안 적지 않았었다. 실제 민주화운동에 투신하고, 여성으로서 김활란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대하던 이들도 그동안 상당했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뿌리가 뿌리다. 전통이 전통이다. 아무리 그래도 김활란을 비판하려면 정중하게 예의갖춰서 하라. 김활란 동상을 세우고 김활란상을 제정하던 당시 이화여대 출신 여성주의자들이 주장하던 논란의 연장에 있는 것이다. 아무리 친일을 했어도 여성주의의 시조라 할 만한 분인데 너무 비판만 하지 말라. 여성주의에 공이 큰 만큼 친일전력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예우를 갖추어 대해야 한다. 펨코가 아주 적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친일을 해도 여성은 봐주어야 한다. 이화여대 총학이 그리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총학만이 아니다. 총동문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여성주의에서 이화여대가 차지하는 위상이 그러한 것이다. 그나마 친일과 친독재의 전통에 반발하던 여성주의의 갈래가 무력화된 지금 여성주의는 이화여대 출신들이 주장해 온 김활란 신원을 대의로 똘똘 뭉쳐 있는 상황이다. 검찰독재에 그나마 비판적인 것 같았던  MBC와 JTBC까지 친일파 김활란을 모욕적으로 비판했으니 사퇴해야 한다고 지랄하고 나서는 이유인 것이다. 친일파라도 여성이라면 그 태도가 달라야 한다. 이완용에 그런 것처럼, 혹은 노덕술에 그런 것처럼, 이광수나 최남선에 그런 것처럼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김활란이 이화여대 출신들을 정신대로 내보내고 동원해서 미군 장교들을 접대했었는데 그 사실이 여성들에게 수치심과 환멸을 느끼게 할 수 있으니 아예 언급조차 해서는 안된다.

 

이화여대 총학이나 여성주의자들의 주장 가운데 인정할 만한 부분이 하나 있기는 하다. 성상납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기는 하다. 김활란이 이화여대 출신들로 미군장교들에게 성상납을 했다는 주장은 당사자의 여성으로서, 아니 하나의 인격으로서 자기의 성에 대한 자기결정권 자체를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부분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고, 대가를 받고서 자신의 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한 것이다. 한 마디로 매매춘이었다. 단지 김활란과 모윤숙은 포주로써 그를 위한 기회를 제공했을 뿐이다. 그리 주장하고 싶은 것일 게다. 낙랑클럽이라는 명백한 사실에 대해 성상납이라는 표현만 문제삼는 것은.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에 몸을 팔았고, 군정기에는 미군장교들에 몸을 팔았고, 군사독재시기에는 독재권력에 정신을 팔았었다. 그 또한 자기결정권인데 비하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리 주장하고 싶은 것일 게다.

 

아무튼 이화여대에 대한 평가를 종결짓는 한 마디 성명일 것이다. 정유라에 그리 분노한 것은 단지 자신들과 급이 맞지 않는다 여겼기 때문인 것이다. 김활란을 비판하려 해도 정중하게 해야 한다? 김활란을 비판하더라도 모욕하거나 조롱해서는 안된다? 그로 인한 피해자들도 언급해서는 안된다? 여성만 특별해야 한다? 사과한 민주당 관계자들도 병신은 병신이다. 결국 민주당 내부의 여성주의자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것들은 당도 지지자도 없는 그냥 여성주의자들일 뿐이다. 당헌당규 고쳐서 당내 당직자 인선에도 당원들이 감시하고 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성주의자는 악이다. 민주당의 암이다. 이화여대 출신들은 다시 써서는 안된다. 확신이다. 역사와 전통을 잇는다. 이화여대의 정체성이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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