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에서 피의자에 대해 재판을 통해 유죄로 확정될 때까지 오로지 무죄로 간주하여 대우하고 행동할 것을 강제하는 원칙을 세운 이유는 바로 어제 이야기한 인간의 불완전함 때문이다. 아무리 증거와 증인이 있고, 정황과 진술마저 확보된 상태라 할지라도 인간이 하는 일이란 항상 완전할 수 없기에 아직 수사기관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어딘가에 발견되지 않은 채 남아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법정드라마가 재미있는 것이기도 하다. 수사기관이 찾지 못한 증거와 증인을 찾아내어 유능한 변호사가 한 방에 재판을 뒤집는 내용은 그래서 더욱 짜릿하다.

 

아니 심지어 재판을 통해 유죄판결을 받고 실제로 형까지 살았던 범죄자가 뒤늦게서야 새롭게 발견된 증인과 증거로 인해 다시 무죄로 밝혀지는 경우도 현실에서는 의외로 많다. 아예 사형을 당해 세상에 없는 상태에서 뒤늦게 무죄로 밝혀지면 그때는 되돌리지도 못한다. 보상할 방법이 없다. 사형제에 반대하는 중요한 논거 가운데 하나다. 그나마 시간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나마 금전이든 다른 형태로 보상해 줄 수 있지만 생명은 아니다. 죽은 사람을 다시 되살리지 못하는 한 새삼 무죄가 밝혀진다고 그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차라리 허무한 것이다.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불완전함이 이렇게 돌이키지 못할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단지 취재란 것이다. 그마저도 자기들이 직접 발로 뛰어 찾아낸 사실이 아닌 검찰이 자신들의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흘린 내용들이란 것이다. 10년 전 지금과 비슷하게 모든 언론이 검찰이 흘린 내용을 받아쓰며 한 사람을 몰라갔던 당시의 상황에 대한 증거와 증언들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검찰이 언론에 받아쓰게 한 논두렁시계는 사실이었는가. 노무현 전대통령이 뇌물로 받은 시계를 논두렁에 버린 것이 사실이어서 모든 언론이 그것을 받아쓰며 한 사람을 죄인으로 몰아 비난했던 것이었는가. 모를 수 없다. 바로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그 프로그램에서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며 비판하는 내용을 방송한 바 있었다. 그래서 언론은 이미 오욕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 전대통령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었는가. 아니 해주려 마음이나 먹은 적이 있었는가.

 

고작 자신들이 취재를 통해, 아니 그마저도 아닌 검찰로부터 흘려들은 정보들만으로 특정한 대상을 유죄로 단정짓고 그를 단죄하듯 몰아세운다. 여성 혼자 사는 오피스텔을 밤늦게 건장한 남성들이 찾아가 사채업자처럼 문까지 두드리는 것은 이미 정상적인 취재라 볼 수 없는 것이다. 혹시라도 조국 장관의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흠집을 낼 수 있는 사실을 찾아 승냥이처럼 헤집고 다니며 조금이라도 유리할 수 있는 정황과 증거들은 철저히 배제한다. 오죽하면 뉴스공장에 출연해 증언한 관계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작 인터뷰를 했음에도 그대로 나가지 않아 답답했다며 호소하고 있었겠는가. 사실을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과 하나가 되어 범죄자를 수사하고 단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유죄로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자신들이 취재하는 대상에 대한 일말의 연민도 동정도 없다. 단지 장관의 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조차 부당하다. 너희는 죄인이므로 우리가 때리는대로 맞아야 한다.

 

한 마디로 김덕훈 기자와 같은 기자들 머릿속에서 재판은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조국 장관의 가족들은 유죄이며 징벌받아야 할 추악한 범죄자들인 것이다. 그런 조국 장관과 그 가족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유리한 말을 하고 방송을 하는 것은 따라서 부당한 것이다. 아예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국 장관과 가족에 대한 보도를 비판하는 저널리즘 토크쇼J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마저 드러낸다. 자신들이 판단하기에 자신들이 확보한 사실에 근거했을 때 조국 장관과 가족들은 유죄가 확실하므로 그들을 위한 어떤 동정도 변호도 허락되어서는 안된다. 오로지 단죄만이 필요하다. 

 

그런 속내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양승태와 김학의에 대한 직접적인 비교에서일 것이다. 양승태와 김학의 당시에는 그 가족까지 이렇게 샅샅이 훑거나 한 적이 없었다. 가족의 생활기록부까지 뒤져가며 흠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양승태와 김학의의 문제였지 가족의 문제까지는 아니었다. 왜 가족의 문제는 아니라 단정하는가? 한 번이라도 그 가족에 대해 취재라도 해 본 적이 있는가? 그 가족들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아보려 시도라도 해 본 적이 있었는가? 하지만 이미 김덕훈 기자의 머릿속에서 조국 장관의 가족들은 양승태와 김학의 등과 동급인 것이다. 같은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범죄자들이다. 장관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권력에 대한 견제가 작용되어야 한다면 대법원장과 전직차관은 어째서 예외가 되어야 하는가? 차이라면 조국 장관의 가족들은 자신들이 이미 판결을 내렸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국 장관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양승태와 김학의에게 했듯 해야만 한다. 판사도 아니다. 이미 신이다.

 

내가 기회를 주었다. 감히 내가 관대하게도 정경심 교수에게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했다. 자신은 절대선이며 절대객관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인터뷰해서 밝히면 정경심 교수의 억울함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자신이 그토록 비판했던 뉴스공장의 인터뷰들부터 귀기울여 들일 일이다. 조국 장관 가족들에 유리한 증언이 아주 없었던 것이 아님에도 철저히 외면한 채 불리한 내용들만을 검찰로부터 점겨받아 검증없이 그대로 보도하는데 바쁘다. 그런 기레기 새끼를 뭘 믿고 만나고 인터뷰까지 하겠는가. 이미 결론을 내리고 보고 듣는 눈과 귀도, 심지어 일상의 행동까지도 그를 전제로 철저히 치우쳐 있는 사람과 인터뷰한다고 과연 자신이 말한 진실이 세상에 전해질 수 있을 것인가. 당장 자기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내용까지 편향적이라며 거부하고 있는 자신인데도.

 

그러니까 피의사실 공표에 반대하는 것일 게다. 검찰이 수사하는 순간 이미 범죄자다. 검찰이 유죄라고 확정한 순간 이미 재판할 필요도 없이 범죄자다. 그런 범죄자를 수사하는데 수단과 방법을 따질 필요는 없다.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 정도나 정당성을 따져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판단은 끝났다. 판결까지 끝났다. 자신들은 이미 신이다. 그러므로 자신들은 절대 틀릴 수 없다. 어떤 면에서 김덕훈 기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언론사 사주가 문제고 편집부의 문제라 여기고 있었다. 그냥 기자새끼들이 쓰레기였던 것이다. 자기들은 아니라 그리 항변하더니만.

 

인권의 기본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수사를 받는다고 범죄자가 아니다. 검찰이 기소했다고 범죄자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 법정에서 유죄로 판결났어도 아직 여지는 남아있는 것이다. 그만큼 인간은 불완전하고 인간의 인지와 판단 역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그와 별개로 인간의 기본권은 지켜져야 한다. 사법에서 개인의 사법권은 국가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들은 예외다. 하긴 기레기 새끼들이 언제 다른 사람을 배려하거나 존중했던 적이 있었는가. 기레기는 인간의 위에 존재한다. 검찰이 그런 것처럼. 딱 어울리는 커플들이다. 사랑은 항상 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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