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도 신이 아니다. 당연히 판사 역시 인간이기에 혹시라도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는 않았을까 판결을 내리면서 수도 없이 고민하게 된다. 그러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문제인 것이다. 자기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데 어떻게 재판과정에서 제시된 제한된 증거와 증언, 혹은 정황과 진술만으로 하나의 사실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항상 자신의 판단을 의심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몇 번이고 다시 고민해야 한다. 그래도 후회가 남는다.

 

하물며 기자는 판사가 아니다. 기자가 취재로 알아낸 사실이란 전체 가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자기가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한 것도 아닌 타인에 의해 주어진 정보란 상당한 의도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그런 불완전한 사실만으로 판단하고 결론짓고 그리고 단죄하려 한다. 그것을 정당화하려 한다. 자신들이 쓴 기사를 통해 검찰의 수사를 돕고 범죄자를 응징하는 것이야 말로 언론인으로서 자신들의 책무이고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아직 단지 의혹에 지나지 않는 - 심지어 대부분 자신들이 생산한 의혹을 근거로 수사하는 검찰의 판단을 사실로 단정짓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인권유린마저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인가.

 

자신이 인터뷰를 통해 해명의 기회를 주었으니 당사자는 억울하다면 마땅히 인터뷰에 응해야 한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많은 관련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뉴스공장이라면 자신들이 하는 말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도해 줄 것이다. 그동안 그만큼 언론이 관련자들과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왜곡해서 내보내고 있었다는 뜻인 것이다. 이래서야 차라리 취재에 아예 응하지 않는 쪽이 최소한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의해 왜곡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당장 김덕훈 기자 자신마저 아직 수사도 끝나지 않은 사실들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조국 후보자에 유리한 방송을 하고 있다 단언하고 있지 않았는가. 그런 상대와 과연 인터뷰를 하고 싶을까? 단 한 번도 제대로 사실확인도 않고 그저 미리 예단한 믿음만을 위한 보도를 일삼고 있는 언론사인데?

 

하지만 그럼에도 감히 기자인 자신이 기회를 주었으면 장관부인이기 이전에 시민으로서의 권리조차 상관없이 마땅히 인터뷰에 응해야만 한다. 자신이 하자면 해야 하고 하지 말자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자신의 선의를 거부했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도대체 김덕훈 기자의 부모는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킨 것일까? 아니 학교에서는 김덕훈 기자에게 무엇을 가르쳤던 것일까? 그런 것을 선의라 말하지 않는다. 진정 당사자들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고 싶었으면 처음부터 중립적으로 철저히 사실에 근거해서 직접 발로 뛰어가며 보도를 했어야 했을 것이다. 어째서 KBS는 한 명도 찾지 못한 관계자들이 뉴스공장에만 출연해서 사실관계를 증언하고 있었을까? 하지만 김어준이고 뉴스공장이니 아예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 자신들과 같이 놀려면 검찰 정도는 되어야 한다.

 

신도 이렇게까지 오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라도 자신들이 보도한 내용 가운데 잘못된 것이 있지 않을까.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내보낸 잘못된 내용들이 있지는 않을까. 그러니까 지금 자신들이 판단한 것들이 전혀 잘못된 근거에 의한 잘못된 결론이 아니었을까.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의 선의를 믿는다. 검찰은 오로지 법과 정의를 위해 오로지 진실만을 자신들에게 전달한다. 검찰이 전한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그러므로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검언동일체의식일 것이다. 자신들과 검찰이 유착되어 있으므로 따라서 자신들도 옳고 검찰도 옳다. 그를 비판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도 몇 번이나 언급한 바 있었다. 경찰비례의 원칙이란 것이다. 모든 행동에는 비례까 따른다. 자신의 행위와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한 비례적 판단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그같은 행동들이 그만한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있는가. 그래서 과연 장관후보자, 이제는 장관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신상까지 샅샅이 터는 것이 얼마나 공익에 부합하는 것인가.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단정짓는다. 장관의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그들 개인에게 죄가 있기에 자신들이 벌주려 하는 것이다. 그냥 신이다. 신이라 믿는 것이다.

 

정준희 교수 등을 향해 드러낸 김덕훈 기자의 적의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감정은 한겨레의 젊은 기자들이 자신들의 선배기자들을 향해 보였던 감정과 같은 것일 것이다. 왜 자신들이 틀렸다 말하는가. 어째서 자신들이 잘못했다 이야기하는 것인가. 모르긴 몰라도 저들 젊은 기자들 가운데 타진요 사태 당시 타진요의 편에서 타블로를 비난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태도도 그랬었다. 네티즌은 옳다. 대중은 항상 옳다. 다수이기에 언제나 옳아야 한다. 어째서 KBS에 대해 기대를 가지는 것이 가치없고 무의미한 일인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참언론 참기자를 추구한다며 KBS 젊은 기자들이 만드는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을 보면서 매번 확인한다. 어째서 KBS는 저모양인 것인가. 아니 기자들이란 어째서 저따위들인 것인가. 예전에는 언론사를 욕했지만 이제는 기자를 함께 욕한다. 기레기라는 말도 아깝다. 자신들이 뭐가 문제이고 뭐가 잘못인지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그저 싫은 소리를 하는 것만 원망한다. 쓰레기는 재활용이라도 한다. 쓰레기에게 미안해지는 요즘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