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김경수에 대해 동의는 못해도 이해는 해 주는 편이었다. 가장이지 않은가? 한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그동안 제대로 돈벌이도 못했을 테니 가족을 위해서라도 때로는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경제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도 자기 양심과 자존심, 신념, 가치, 지향, 추구등을 죽여야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남자가 가족을 위해 못할 일이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여겼었는데...
이재명 대표가 자기 체포동의안과 관련해서 민주당 내부에서 검찰과 내통한 세력들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까 생각이 달라진다. 하긴 한창 윤석열 탄핵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느닷없이 나타나서 개헌부터 떠드는 꼬라지부터가 이해하고 싶어지게 만들기는 했다. 그야말로 윤석열 구하기이며 내란동조당인 국민의힘 구하기였다. 윤석열 내란에서 개헌으로 이슈를 돌리고 싶은 꽤나 필사적인 노력으로 비쳐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알고보니 민주당 내부에서, 아니 이제는 대부분 탈당했으니 원래 민주당 인사였던 이들 가운데 동조자들을 감싸려는 의도였었구나.
즉 윤석열 탄핵은 뒤로 미루고 개헌정국으로 이슈를 몰아감으로써 내란에 처음부터 동참했거나 이후에라도 동조했던 이들을 개헌의 파트너로써 테이블에 앉히고자 하는 의도인 것이다. 더이상 내란에 대해서 국민의힘이든 과거 민주당 인사이든, 지금도 당적을 가지고 있든 더 이상 따지고 묻지 말자. 내란이 아닌 친명과 비명, 반명으로 정국을 다시 짜자. 그러라고 사면받은 것이었을 테지만, 돈은 몰라도 사주는 누가 했는지 알 것 같다.
아무튼 남자란 참 이렇게 슬픈 동물이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하긴 나라도 부양가족 있고 부양할 수입을 보장해 준다면 태극기집회도 못 나갈 이유가 없기는 하다. 그래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당장 내 배가 고픈데 도덕이고 양심이고 법이고 가치고 정의고 질서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김경수 앞세워서 참지 못하고 기어나오는 병신들은 뭐 말할 가치도 없다. 이번에 제대로 당겨서 가족 잘 부양하고 다른 직업 알아보기를 바랄 뿐이다. 가장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