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추측이 맞았다. 하긴 나만 그리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너무 공교롭지 않은가. 기껏 여러 취재원들로부터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굳이 문제가 될 만한 형식으로 내보내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그리고 당사자가 반발하자 유례없이 바로 꼬리내리고 사과하면서 도리어 반대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심지어 그를 근거로 수사심의위에서 수사중단권고까지 나왔으며, 바로 같은 시간대 뉴스를 통해 권고를 무시한 수사를 비판까지 하고 있었다. 과연 이 모든 게 우연이었겠는가?

 

김경록PB의 법정증언에 따르면 이미 작년 9월 KBS 법조기자 한동훈의 이름을 언급하며 협박 겸 회유를 했었다고 한다. 한동훈 당시 반부패부장이 김경록PB의 범죄혐의를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말에 검찰이 요구하는대로 진술하며 협조하게 되었다고. 즉 이미 전부터 KBS 법조팀은 한동훈 지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상당히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취재와 보도를 통해 상당히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로부터 정보를 받아서 김경록PB를 인터뷰하고, 또 검찰의 의도대로 인터뷰를 왜곡해서 내보냈고, 더구나 그 과정에서 직접 실명을 거론하며 협박과 회유를 했다. 그런데 역시 어디서 많이 본 그림 아닌가? 바로 이동재와 한동훈이 했던 바로 그 과정들이다.

 

KBS가 필사적으로 검언유착을 권언유착으로 돌리려 발악한 진짜 이유였던 것이다. 채널A의 검언유착이 드러나는 순간 KBS의 검언유착도 드러나게 된다. 한동훈의 통화내역이 까발려지는 순간 KBS가 그동안 한동훈과 유착해 온 내용들 역시 까발려지고 마는 것이다. 물론 진실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언론이었다면 그럼에도 더욱 진실을 파헤침으로써 자신들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KBS가 그런 언론일 리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프레임 전환을 위해 결정적인 오보라는 오명을 스스로 쓰기로 했다. 그리고 알리바이를 위해서 한동훈은 기꺼이 자신을 위해 오보를 내 준 기자들을 위해 민사소송까지 걸었다. 한겨레의 하어영은 무려 검찰총장으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했는데 수사 한 번 받은 적 없었다. 민사소송도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지, 판결이 났어도 안받겠다 하면 안주고 끝내면 그만인 것이다.

 

실제 당시의 오보 이후 과연 KBS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채널A와 한동훈의 검언유착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는가 살펴보면 그 의도는 너무 명확해지는 것이다. 큰 오보를 내기 위한 밑그림이었던 것이다. 오보를 내고, 사과하며 인정하고, 그를 통해서 검언유착이 권언유착으로 프레임전환되도록 상황을 유도했다. 권경애의 한상혁 저격은 당시부터 계획되어 있었다 보는 것이 옳다. 타이밍이 요상해지며 의미가 퇴색되었을 뿐 상황만 맞아떨어졌으면 확실한 한 방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KBS 오보가 근거가 되어 수사중단 권고가 나왔는데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며 자사 보도로 비판하고. 심지어 오보를 내고 사과한 당사자는 유튜브 채널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에 나와서 참언론인 행세하며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한다. 아마 이동재가 지금 이런 표정이겠구나. 정연욱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래서 이동재가 떠오른다.

 

물론 전적으로 한동훈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첫째는 한동훈과 유착한 자신들의 전력을 감추고 싶었던 것일 테고, 둘째는 어찌되었거나 KBS 노조위원장이 약속한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목을 따서 자신들이 파업한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만 공격할 수 있으면 광화문에서 코로나를 퍼뜨려도 정당하고,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인질로 삼아도 정의롭다. KBS라고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동훈을 구하고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언론으로서 오보라는 오명까지 기꺼이 뒤집어 쓸 수 있다. 한겨레가 KBS의 검언유착을 가리기 위해서 역공당할 것이 뻔한 김학의 연루의혹을 터뜨렸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 정황이 김경록PB의 입을 통해서 법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KBS 법조팀의 반박에 애처롭게 들리는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법정이었다. 그것도 모든 언론이 보도한 그대로 정경심 교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기 위해 나온 자리였다. 자신의 항소심을 위해서라도 굳이 검찰과 재판부를 자극할 만한 발언을 할 이유가 없었던 자리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모든 언론이 정경심 교수에 불리한 증언을 한다는 와중에 하필 KBS 법조기자의 입에서 한동훈의 이름이 나왔다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김경록PB가 법정증언 중에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고? 아니면 작년 일도 기억 못해서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거나? 그러면 당장 위증죄로 처벌부터 받아야 할 상황이다. 그렇게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

 

아무튼 그래서 결국 집에 TV를 들이는 것은 다시 먼 훗날로 미뤄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기대가 있었고, 그 다음에는 욕할 일 있으면 찾아갔었는데, 이제는 그냥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에 나와 참기자 행세하는 놈들 역겨워서 클릭하기도 꺼려진다. 그러니까 이런 놈들이 그동안 일베 욕하고 조선일보 욕하며 참언론인 행세하고 있었다는 거겠지? 공영노조가 문제다? KBS 자체가 문제다. KBS의 터가 문제인 걸까? 아니면 사람들의 피가 문제인 것일까?

 

결국 하나의 그림인 것이다. 작년 조국사태부터 올 초 유시민을 타겟으로 한 검언유착 의혹까지, KBS가 김경록PB의 인터뷰를 왜곡하고, 채널A가 한동훈과 손잡고 유시민을 사냥하려다 들통나고, 다시 그것을 가리기 위해 KBS가 자발적인 오보를 내는 이 모든 과정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KBS는 어째야 한다? 과연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아닌 척 해서 더 더러운 벌레새끼들이다. 죄다 격리조치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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