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의 수출실적이 갈수록 나빠지는 이유는 하나다. 사실 상당히 전부터 삼성과 현대 등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한국 기업들의 수출실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당연하다. 내다 팔 물건이 없다. 해외에서 굳이 돈을 지불하고 사갈만한 제품이 그리 많지 않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무엇때문인가.

 

원래 대부분 한국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적인 보호와 지원 아래서 성장해 왔었다. 걸핏하면 기업을 위해 정부가 무언가 해주어야 한다 언론까지 나서서 난리쳐대는 이유다. 정부는 더이상 시장에 개입하지 말라면서 정작 기업의 사정이 어려워지면 정부가 무어라도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고, 노동시간도 늘리고,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행동마저 철저히 권력의 힘으로 억누른다. 오히려 노사관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바라 온 것은 바로 기업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업의 적극적인 개입 아래 노사관계에서도 철저히 우위를 누리며 더욱 이익을 늘릴 수 있었다. 대부분 기업들이 민주정부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기업의 일은 기업이 알아서. 덕분에 노동자의 지위 역시 오히려 전보다 더 열악해진 측면이 있다. 정부가 기업을 버렸다.

 

기업들이 규제철폐를 외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연장에 있을 것이다. 기업이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경쟁력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의 수많은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그보다 하나라도 나은 장점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제대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정부의 특혜를 받아 부동산으로 돈버는 방법만 알았지 과감한 투자로 더 많은 돈을 버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경쟁력이란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더 많은 시간을 일시키는 것이지 자기 돈 들여서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중국이 빠르게 선진국의 기술을 습득하며 오히려 우리를 첨단기술 등에서 역전당하게 되었다. 중국에 상품을 팔고 싶어도 이제는 중국의 기술이 우리보다 더 뛰어나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겠는가.

 

그래서 정부만 바라보는 것이다. 뭐라도 해달라. 아무거라도 해달라. 정부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서다. 정부가 해야 할 것을 해주지 않아서다. 그래서 자기들의 실적이 나빠진 것이다. 자기들의 수출이 저조한 것이다. 그렇다고 전처럼 정책금융을 바랄 수도 없고, 그러니까 자기들이 그동안 망쳐놓은 사업분야 말고 새로운 먹을거리를 내놓으라. 경쟁력을 잃고 힘들어진 기존의 산업 대신 새로운 일거리를 내놓으라. 아니면 이 모든 건 정부 책임이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들도 아는 경제정책이란 한 가지 뿐이다. 정부가 뭐라도 기업을 위해 해주는 것. 기업에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기업에 이익을 쥐어주는 것. 차라리 기업에 간섭하더라도 뭐라도 이익을 쥐어 줄 수 있는 이명박이나 박근혜의 정책에 더 호감을 보이는 것이다. 마치 기사거리를 던져주는 대신 개취급하는 보수정권의 언론의 자유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다시 말해 규제가 많아서 한국 기업들이 외국 기업과 경쟁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한국 정부의 규제가 과연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추어 더 촘촘하고 엄격한가. 하지만 그런 규제들을 장벽으로 여기며 그를 활용해 더욱 경쟁력을 높여가는 기업들도 현실에서는 적지 않다. 당장 한국에서도 오로지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규모는 작아도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이 상당하다. 그러면 뭐가 문제인가. 뻘짓거리 하느라다. 괜히 기업 덩치 키우겠다고 무모한 인수전이나 벌이고, 엉뚱한 부동산에 벌어들인 이익 대부분을 꼬나받고, 경영권 방어하겠다고 정작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자원들을 낭비하고. 그러면서 경쟁력을 위해서는 노동자를 쥐어짜야 한다. 노동자를 더 쥐어짜야만 한다. 자신들의 잘못을 노동자에게로, 그리고 정부에게로 떠넘긴다.

 

당장 한진해운만 해도 정부가 망쳤는가? 무능한 경영진이 망쳤는가? 한진중공업 역시 누가 그리 만들었는가? 대한한공은? 아시아나는? 두산의 실적이 나빠진 것은 결국 누구의 탓이겠는가? 하지만 노동자가 잘못해서. 노동자가 너무 욕심을 부려서. 노동자가 너무 많은 것을 누리려 해서. 정부가 잘못해서. 정부의 규제 때문에. 정부가 기업활동을 방해해서. 그래서 그 모든 핑계를 정부의 규제로 돌린다. 무슨 규제가 문제인지도 모른 채 정부가 무조건 잘못한 것이다. 뭐라도 내놓으라. 그래서 나오는 말이 금리인하다. 금리를 낮춰서 다시 부동산으로 돈벌게 해달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 상당수가 건설사를 소유하고 있는 이유다. 금리가 떨어지고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 아파트를 건설한 건설사들은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모두가 현금이다.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기다. 지금 이 상황에도 저들은 그저 전처럼 편하게 돈 벌 궁리만 하고 있다.

 

과연 그동안 수출을 통해 얻은 이익들을 어떻게 하고 지금 이리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인가.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했던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한국경제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알면서도 그따위 기사나 써대는 것이 바로 기자놈들의 수준이기도 할 것이다.

 

도대체 왜 지금 한국경제가 이토록 어려워졌는가. 기업들의 실적이며 수출실적 역시 갈수록 나빠지고만 있는 것인가. 정부가 잘못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문제라서? 하지만 그것은 벌써 수 년 째 이어져 온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애써 눈감고 감춰온 것이 지난 정부들의 방만이었고 방기였다. 역겨운 것이다. 언론이 다시 쓰레기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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