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말은 감히 조선일보도 쓰지 않는 표현이다. 더욱 한겨레 역시 윤석열을 제외한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 미안하다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 사실이든 거짓이든 구구절절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며 재발방지까지 약속했다. 우리 정부는 자신들이 파악한 내용과 다르다며 더욱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상황이고.

 

이 정도면 한겨레 사장이 광화문광장에 나와서 머리 풀고 배가르는 정도가 아닐까. 조선일보 사주가 사죄의 뜻으로 조선일보 건물을 알아서 철거하는 수준이다. 북한이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한국정부를 상대로 사과 비슷하게라도 했던 전력이 있던가. 그리고 그런 북한을 상대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강경하게 나서는 정부는 또?

 

그 흔한 유감이 아닌 미안하다는 표현이 적확하게 들어가 있었다. 모든 문장이 내재 정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이전에 볼 수 있었던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 대신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입장과 감정까지 고려한 듯한 신중한 단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얼마나 북한 당국이 한국 정부와 국민들을 의식하며 최대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려 고심끝에 내놓은 해명문이자 사과문일 것인가.

 

물론 상당수 거짓말이 섞였을 것이다. 일선에서의 보고가 왜곡되었거나, 혹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비틀고 심지어 창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 의도와 목적이 중요하다. 믿으려면 믿으라며 아예 윽박지르듯 되는대로 지껄이던 과거에 비해 어찌되었거나 '미안하다'는 외교문서에 잘 쓰지 않는 솔직한 사과까지 전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문은 분명 한국 정부와 국민의 이해와 설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자기들은 이런 정도로 입장을 정리했으니 한 번 만 속아 넘어가 달라. 북한이 모를까? 한국 군과 정보당국이 북한의 내부를 샅샅이 훑버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더 상황을 악화시킬 수는 없다.

 

아무튼 남북한 관계에서 의미있는 선례가 될 것이다. 북한이 사과했다. 정중하게 해명까지 하고 있었다.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까지 하고 있었다. 오히려 강경한 것은 한국 정부다. 이런 일도 다 보게 된다는 것이다. 언레기가 사람 되기보다 북한이 사람꼴이 되는 쪽이 훨씬 더 빠르다.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생은 희생이고 국익은 국익이다.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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