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메갈리아가 주장하는 '미러링'이란 반사회투쟁의 일환일 것이다. 기존의 권위가, 권력이 정의한 사회적 가치와 질서를 부정함으로써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하는 것이다. 보다 온건하게는 현대 민주주의사회에서 상식이 되어 있는 시민불복종에서부터 보다 과격하게는 아랍에서 일어나는 자살폭탄테러가 그 범위에 속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는 결코 너희의 존재를, 너희가 정한 법과 규범과 윤리를 인정하지 않겠다.
그런데 이같은 일련의 반사회투쟁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자신들이 기존의 사회적 가치와 질서를 부정하고 거부하려 한다는 자체를 일부러 속이거나 감추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예 일부러 먼저 자수함으로써 처벌받는 과정까지도 투쟁의 일환으로 여기는 이들마저 있다. 일부러 자수해서 처벌받는 것은 무리더라도 최소한 기존의 규범에 의해 처벌받게 되었을 때 그마저 부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한다.
내가 이른바 메갈리아라 불리우는 극단적 여성주의자들에 대해 느끼는 실망의 정체다. 여성주의 운동을 하다 보면 조금 과격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사회보편의 가치나 통념을 벗어난 말과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비겁해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남성중심의 사회와 그런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질서를 거부하고자 미러링을 시작했다면 그 의도를 분명히해야 한다. 비겁하게 숨지 말고 바로 그 남성들의 비난과 공격을 정면으로 받으며 그마저 자신들의 정의를 입증하기 위한 투쟁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차라리 일베는 당당하다. 아무데서고 자기들이 일베라는 사실을 티내지 못해서 안달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여기저기 퍼나르며 확산시키는데 열중이다. 그 과정에서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경우마저 나오고 있다. 법적인 처벌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당당하게 같은 일베이용자 사이에 인증하며 자신의 주장과 정체를 드러낸다. 그에 비해 메갈은 얼마나 당당히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을 증명하려 노력하고 있는가. 자기들끼리 모여서 낄낄대는 것은 그저 자위질에 불과하다. 자기들끼리 만족하고 자기들끼리 즐거워한다.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최소한 아랍의 테러리스트들은 자기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테러를 저지른다. 온몸에 폭탄을 두르고 차를 몰아 돌진하고, 자기가 뻔히 죽을 것을 알면서도 비행기를 몰아 건물에 들이받는다. 동의하지는 못해도 나름의 절박함이나 자신들만의 정의가 그들의 행동의 동기가 되고 있음은 이해할 수 있다. 자칭테러리스트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뉴욕에 핵폭탄을 떨어뜨리는 상상을 하며 낄낄거린다면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겠는가? 그저 기분만 나쁠 뿐 사회적으로 아무 영향도 미칠 수 없으며 아무런 가치도 가질 수 없다.
남성이 싫다면 남성과 싸워야 한다. 남성중심의 사회가 싫다면 그런 사회와 싸워야 한다. 아무 상처도 희생도 없이 싸우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조금씩은 다치고 아파하며 현실을 이겨나간다. 그만한 각오도 없이 그저 모여서 자기들끼리 수다나 떤다. 어디 가서 당당히 하지도 못할 이야기들을 자기들끼리만 주고받으며 벽을 친다. 오히려 경멸받는다.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하게 된다. 지금 메갈논란의 진짜 정체다. 메갈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런 그들의 존재 자체가 끔찍할 정도로 혐오스럽고 경멸스럽다.
예전 어느 책 제목이었던가? 여성들이여 테러리스트가 되라. 테러리스트가 되려면 아예 진짜 테러리스트가 되던가. 아니면 적당히; 현실에 순응하며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할 수 있도록 타협해나간다. 이도저도 아니고 그저 자기들끼리만 남들에 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자위질한다. 사실 이런 논란의 가치조차 없다. 그냥 한심한 찌질이들이다. 그나마 그런 이들에 대해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대하는 이들이 가엾을 뿐.
메갈과 메갈이 추구하는 여성적 가치에 동조하는 이들을 굳이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다. 메갈의 주장은 요란하다. 화려하다. 그래서 이끌리기 쉽다. 하지만 실체가 없다.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이루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대고 싶은 여성들 자신의 절박함이 있다. 그 괴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계속 챗바퀴다. 어째서 많은 여성들이 메갈리아에 우호적 입장을 드러내는가. 이해하지 못하고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