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몇 년 전이었다. 북한에서 핵실험을 해도 정작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확인받고서야 비로소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정부기관조차 해외언론에서 먼저 보도가 나오면 그제서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인지하고 거의 수선이나 피우는 정도가 전부였었다. 그래도 북한과의 관계가 경색되며 정보를 얻던 북한내 인적라인이 차단된 때문이라 핑계삼을 수 있었다. 어찌되었거나 국정원으로서도 그 사실을 사후에라도 인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북한에서 몇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까지 하는 동안 국정원은 사전에 첩보를 입수하여 정부가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충실히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전에 한국 정부는 미군과 협의 아래 마주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까지 모두 마치고 있었다. 전투기 한 대 띄우려 해도 만전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미사일을 한 발 발사하려 해도 정해진 절차를 충실히 밟아야 한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만에 전투기가 떠서 폭격훈련을 하고, 미사일은 해상을 나르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일들이 가능했을까?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이었다. 딴 짓 않고 오로지 북한의 상황에만 집중하여 작은 조짐까지 놓치지 않고 미리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던 탓이다. 그러면 그동안 국정원이 뒷북만 치며 한심한 꼴을 보여 온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자신이 곧 국가였다. 국가란 곧 자신의 소유였다. 권력일란 자신의 사유물이었다. 마음대로 해도 좋았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권력을 사용했고 국가기관까지 이용했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심지어 상납받아서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은 그래서 전혀 새롭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이미 국정원은 사유화된 권력의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정권의 목적과 권력자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정보기관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 결과 정작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의 정보는 뒷전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심리전 활동이라 할지라도 당면한 북한의 핵문제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었다. 당장 북한에서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는데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 정보기관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만에 하나 그 미사일이 대한민국 영토로 날아오기라도 한다면 그때도 댓글로 그것을 막을 것인가? 자기가 진짜 해야 할 임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정확히 국정원 직원들은 알았겠지만 국정원을 사유화한 권력은 그것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안보의 실체인 것이다. 지금도 주장한다. 아무 잘못도 없었다.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므로 대충 가볍게 덮고 넘어가자.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국내정치에 개입해서 댓글이나 달아댔던 사안에 대한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하고 미사일을 쏘는 중대한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주권자인 시민을 사찰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 행위에 대한 것이다. 심지어 사법과 행정, 언론 등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국가기강의 문제다. 이런 식이라면 더이상 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국정원의 존재이유 자체가 사라지고 만다. 다시 국정원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는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대로, 문제가 있는 것은 문제가 있는대로, 그러므로 국정원의 원래 이유와 역할에 대해서는 또 그대로. 그러니까 국정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국정원이 해야 할 진짜 역할이 무엇인가.


그래서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정원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다. 엉뚱한 짓을 하느라 정작 원래의 임무를 저버리고 있었다. 그로 인해 국가에 큰 해악을 끼칠 뻔했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한국 영토로 발사하지 않은 것을 국정원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한 번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따라서 정부 역시 사전에 대비하지 못했다. 해외 언론이 호들갑떨고서야 뒤늦게 수선피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면서도 안보 운운하며 국내정치를 위한 색깔론으로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했었다. 그것이 그동안 국정원이 말하는 안보였다. 이대로 좋은 것인가?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안보인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핵실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북한 정권 내부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 굳이 사전에 알 필요도 없다. 주적일 터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북한 정권 내부의 정보는 곧 대한민국의 안위와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뒤로 미뤘다.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그런 때 쓰라고 준 예산마저 마음대로 전용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안보를 말하며 그런 행위들을 봐주자 말한다. 무엇이 과연 진짜 안보인가? 이런 뻔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모른다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정권이 교체되어 정말 너무 다행인 것이다. 끔찍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