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지란 결핍에 대한 보상이다. 하지 못하고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마침내 이루기 위한 간절한 바람이다. 가난을 이기고자. 패배를 설욕하고자. 굴욕을 되갚아주고자. 부귀와 명예를 얻고자. 그런데 처음부터 그런 것들이 주어져 있었다면 어떻게 할까?


대부분 창업군주들은 남다르게 권력의지가 강했던 이들이었다. 반드시 권력을 손에 넣겠다. 어떻게든 권좌에 오르겠다.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동기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리고 마침내 권력을 손에 넣으면 자기가 간절히 바랐던 일들을 하나씩 이루고자 시도한다. 역시 많은 왕조에서 창업군주에 의해 가장 적극적인 개혁이 이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전 왕조에서 있었던 모순들을 바로잡는 것은 시대의 정신이기도 했을 터다.


그런데 창업군주로부터 왕조를 물려받은 후계자들은 그 상황이 전혀 다르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들은 군주의 후계자였다. 장차 당연하게 군주의 자리를 물려받게 될 이들이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주어져 있었다. 권력이란 다른 무언가를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저 권력이 그곳에 있기에 가지려 한다. 권력이 이미 자기 손에 쥐어져 있기에 지키려 한다. 권력을 객관화한다.


권력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권력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아예 궁리도 하지 않는다. 그냥 당연하게 권력을 물려받고 그 권력을 사용한다. 어떻게 사용하든 그것은 이미 자기 손에 들어온 자기의 소유다.


하고 싶은 것이 없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간절히 해야만 하는 일도 없으니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느다. 대신 권력을 빼앗고 지키는 일 만큼은 누구보다 열심이다. 사람은 잘 죽인다. 대신 나라를 지킬 사람까지 모두 죽인다. 누구 이야기일까? 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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