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박원석이 제대로 짚었다. 물론 정부와 여당을 한 번 까보자는 것이겠지만, 결국 그것이 심지어 국민의힘조차 적극적으로 이 이슈를 쟁점화하려 하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남편과 아내는 다르다.

 

처음 KBS가 보도하고부터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보인 반응이었다. 남편이 그러겠다는 걸 어찌 말리는가. 남자는 남자 입장에서, 여자는 또 여자 입장에서, 그렇게 아내의 사정따위 아랑곳않는 어쩌면 철없어 보이는 남편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원래 남자가 다 그렇지.

 

박원석의 지적처럼 아직 한국사회에는 가부장적 가치와 질서가 강하게 남아 있는 편이다. 아내는 남편에 귀속된 반면 남편은 아내에게 귀속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내를 소유하고 지배하며 통제하는 위치에 있다 여긴다. 특히 여성이 공직에 나서는 경우 굳이 남편까지 걸고 넘어지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아내라면 남편의 책임이지만 남편을 아내에게 책임지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아내의 행동은 남편에게 귀속되지만 남편의 행동은 아내와 별개다. 그러니까 공직자의 아내가 이런 시국에 해외에 나가 쇼핑을 하겠다 하면 오만 비난이 쏟아지지만 은퇴한 남편이 해외에 나가 평소 소원하던 요트를 사려 한다면 철없구나 비웃고 마는 것이다.

 

더구나 남편의 나이도 문제다. 평생 교수를 하다가 은퇴한 뒤라는 것이다. 하는 일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래서 뭘 할까? 어느 집 남편들처럼 돈 벌어보겠다고 경비원을 할까? 아니면 파고다공원에 나가 또래들과 장기나 두고 있을까? 어디 가서 친구들과 술추렴하며 시간을 보내겠는가? 학자 출신이라고 허구헌날 책만 보며 지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소원하던 요트를 사서 여행이나 하겠다는데 그걸 또 어떻게 말리나?

 

정서적인 문제가 그래서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국에 하필 장관의 가족이 해외에 요트를 사러 나가는가.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남편이 그러겠다는데 아내가 어찌 말리는가. 또 평생 일하다 은퇴했으면 그 정도 소원을 즐기는 것은 용인해 줄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언론만 미친 듯 떠들어대는 것이다. 기사 쓴 놈 아직 은퇴한 이후까지 생각할 정도로 - 아 그럴 필요도 없이 강남에 아파트 몇 채 물려받을 게 있으려나?

 

내가 요트구입을 위한 미국행에 바로 공감해버린 이유였다. 나도 그러고 싶다. 내가 못하는 것 한다고 질투하고 그러는 것 없다. 오래전부터 자기 능력껏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고 못하면 못하는 거라는 사고가 뿌리부터 박혀 있다. 그런 건 불공정도 불평등도 아니다. 그냥 서로가 선 위치가 다른 것이다. 내가 저들처럼 될 필요가 없고 저들도 나처럼 살 이유가 없다. 그런 서로 다른 위치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공동체라는 것이다. 나도 나이먹으면 저렇게 살고 싶다. 그런데 무리겠지? 남이 산 요트에 슬쩍 낑겨서 일본이라도 갔다 왔으면. 구질한 바람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강경하고 국민의힘이 소극적이다. 당연하다. 이건 물어봐야 남는 게 없는 이슈인 탓이다.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 민경국이 미국에 있고 황교안도 미국에 가려는 중이다. 물론 언론은 절대 보도하지 않을 것이다. 민경욱이 미국에서 하는 짓거리보다 요트가 더 문제라는 게 KBS의 태도이니.

 

한편으로 이 또한 부조리하다는 것이다. 남편이라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내도 남편과 상관없이 자기 행동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또 내조라는 게 남편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에 기대는 것이다 보니. 안타까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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