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장관 때는 수사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나 인권문제를 진지하게 거론하는 언론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정당하다. 조국 전장관 일가족의 범죄를 밝힐 수 있으면 연좌든 별건수사든 고문이든 협박이든 협잡이든 조작이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갑자기 김학의에 대해서는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대통령 책임까지 거론한다. 대통령 퇴임 후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내가 손석희 벌레새끼를 그냥 혐오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민주당이기에 시민으로서의 기본권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비판의 이유로 삼는다. 마치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내의 항변마저 고인을 모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반면 김학의는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어도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재수사를 지시해서도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시켜서도 안되었다며 비판하는 중이다. 수구집단만이 아니다. 자칭 진보 가운데서도 그런 놈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한겨레는 정권의 위기를 거론하고, 정의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의제로 삼았었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김무성이 지난 촛불정국에서 계엄령을 검토한 사실을 실제 털어놓았는데 세상이 조용한 이유인 것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계엄을 선포했으면 언론은 정권의 지배 아래 들어가고 정치인과 시민들은 모두 체포되고 억류당할 것이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저항하면 목숨을 잃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중대한 사실을 폭로했는데 추미애 전장관의 한 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정의당이며 그토록 정의를 외치던 한겨레는 조용하다. 당연하다. 첫째는 그래봐야 뒈지는 건 문빠들인 것이고, 더구나 여성대통령의 탄핵은 그 자체로 그들에게 천추의 한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계산을 잘못 한 것이다. 여성 대통령을 탄핵해도 서울대 대통령이 그 자리를 대신하겠거니. 지금 자칭 진보가 윤석열을 대권후보로 띄우는 이유인 것이다. 무려 서울대다. 대한민국 헌정역사에 김영삼과 같은 얼치기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서울대 출신 대통령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이낙연처럼 호남에 경향대가 묻은 반편이가 아닌 그 경향대를 상대로 싸우던 진짜 서울대다. 당시도 안철수가 유력하다고 보았기에 과감하게 박근혜를 탄핵까지 몰아붙였는데 그만 부산 출신에 경향대 나왔을 뿐인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자칭 진보 안에서 특히 서울대 출신들이 느꼈을 분노가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더구나 당시 여성주의자들은 박근혜의 탄핵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었다. 장혜영의 출신인 메갈리아도 그 대표적인 집단이었다. 여성 대통령을 몰아내고 남성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자살하란 뜻으로 '재기해'를 외치던 버러지들이었으니.

 

첫째는 어차피 문빠들은 국민도 시민도 아니니 뒈져도 된다. 더구나 그동안 연대해 온 것이 있는데 당시 새누리당이 정의당을 직접 탄압할 리 없으니 결국 잡혀가더라도 민주당, 그것도 문재인 따까리들만 잡혀갔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리고 둘째 그렇다면 여성대통령인 박근혜도 그대로 임기를 마칠 수 있었을 것 아닌가.

 

국민의힘이 재보궐선거 끝나고 바로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주장을 한 것은 지난 선거에서 여성주의자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한 데 따른 보답이기도 한 것이다. 자신들의 대통령을 되돌려달라. 자신들이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을 다시 신원시켜달라. 그래서 정의당과 한겨레, 경향 등 자칭 진보들이 하나가 되어 당시 오세훈과 박형준을 지지했던 것이었다. 한겨레는 심지어 오세훈에 대한 공격에 물타기를 하려 언론으로서 의도적으로 오보를 내는 자기희생까지 감수했었다. 보답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오세훈은 여성주의 정책을 약속하고, 국민의힘 역시 어차피 바라던 일이니 탄핵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는다. 사실 계엄령 발언도 탄핵의 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박근혜 탄핵은 잘못되었으니 계엄령 검토도 정당하다.

 

자칭 진보가 침묵하는 이유인 것이다. 자신들의 오판과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탄핵되도록 몰아가서는 안되었었다. 더구나 남은 것이라고는 여성주의밖에 없는, 탈원전도 사회적참사도 남북평화도 노동문제도 모두 저버리고 국민의힘과 야합한 입장에서 그나마 남은 것이 여성주의 뿐인 자칭 진보 입장에서 그건 정체성이기도 한 것이다. 박근헤 탄핵은 잘못되었으므로 계엄령 검토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세훈이 여성주의 정책을 약속했으니 용산참사에 대해 철거민에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에도 한 마디 비판없이 오히려 민주당만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세훈이 노동자를 탄압해도 그것은 현정부의 책임이지 오세훈의 책임이 아니다. 아마 전두환이 여성주의자를 자처했다면 광주학살도 자칭 진보는 지지하지 않았을까. 전두환이 아닌 이순자가 지지했다면 실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현주소인 것이다. 저놈들의. 어째서 저들은 그냥 적일 뿐인가. 새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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